3. 야 인마! 나 백수야!!

새 팀장도 왔다면서 나한테 왜 그러니 막내야

by Ashley

"비상비상!!"



나는 분명 백수인데

우리 팀 막내 놈(이하 새싹이)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챗봇쯤으로 저를 여기는 모양입니다.

아, 이젠 우리 팀이 아니구나...



오늘 우리 새싹 이를 곤란하게 했던 사건은

지난달에 신고 완료까지 한!!! 자회사 한 곳의 연말정산 관련한 문제였습니다.

아이고, 새싹이야.....


처음부터 선배들의 눈치를 지독하게 보았고

그런 성격 탓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힘들게 하여 참 마음이 많이 쓰이던 아이였는데

제가 짐을 다 싸고 인사하며 나오던 길

혼자 모니터를 보며 요구르트를 와구와구 입에 쑤셔 넣길래

너무 귀여워 가까이 갔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더라고요.

우는 티 내고 싶지 않아 애먼 요구르트만 푹푹 퍼먹고 있더랬습니다.




"계란을, 다른 사람이 깨면 프라이가 되지만 스스로 깨고 나오면 뭐가 된다고?"

"... 병아리요! 흐어엉"



늘 어깨를 움츠리고 주눅 들어있던 새싹이에게

손 편지로 저 이야길 해 주고, 아침식사로 계란을 삶을 때마다 새싹이 몫까지 챙겨가곤 했습니다.

계란에 귀엽게 네임펜으로 웃는 이모티콘 그림을 그리고

새싹 이 책상에 두고 갔어요.

저는 늘 제일 먼저 출근을 했기 때문에,

열심히 집중하고 있을 때쯤 도착한 새싹이는

늘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냅다 계란을 까서 먹었습니다.


새싹이에게 준 계란은

배고픈 아침시간을 달래주는 그 무언가를 넘어

스스로를 깨고 나오고야 말겠다는 의지였기를,

그리고 그간 쌓여있던 응어리들을

계란을 퍽 치고 껍질을 와작 벗겨내며 풀어내기를 바라는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매일 몇 개씩 올라오던 질문이 뜸해진 건


"너네 팀장도 새로 왔다며, 이젠 그분께 의지해야지.

분명 노력하는 너를 예뻐해 주실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지없이 질문공세를 이어오던 지난주 어느 날

새 팀장님이 입사했다는 이야길 들은 다음날 저런 이야길 한 이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백수챗봇을 찾는 사유는 단 하나,

새 팀장님께 잘 보이고 싶고, 그런 사소한 것조차 모르는 형편없는 애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넌 아직 그런 사소한 것조차 몰라도 돼.

네가 그것들을 몰라도 되는 건 네가 1년도 안 된 신입이기 때문이고

아직 너의 선배들이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근데 새싹아..

나한텐 그런 사소한 것도 모르는 네가 아무렇지 않은 것이냐......













새싹이는 아마도

이미 신고완료된 전년도 귀속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할 거예요.

힘내.

선배들도 다 그렇게 수정신고 하면서 울어가면서 배웠긴 해.

그러나 생각만 해도 벌써 심장이 지하 400층을 뚫고 지구 내핵으로 치달았다. 아찔해 경정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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