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 박사 Sep 02. 2019

왜 시청자는 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에 화가 났을까?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 co-creation

최근 몇 년 간 산업에서는 물론 학계에서도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 (co-creation, 공동 창조)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 브랜드 연구에서는 브랜드의 성공은 브랜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코 크리에이션에 참여하고 기여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밝혔고, 브랜드의 코 크리에이션은 경쟁우위를 지원하는 새로운 방법 (new support mechanism for competitive advantage)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하여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특히, 소비자를 단순히 소비하는 대상이 아닌,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함을 반영하는 개념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는 형태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리뷰를 작성하고 그 내용들이 공유,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파워블로거, 유튜버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가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들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청자에서 브랜드 코 크리에이터로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은 우리나라 방송가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2009년 시청자 문자 투의 비중을 높여 '대국민 오디션'으로 전 국민적 이벤트를 표방한 '슈퍼스타 K (슈스케)'를 시작으로 2016년엔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100% 국민 투표를 통해 아이돌 그룹 멤버를 결정하는 방식의 '프로듀스 101'은 국민 프로듀서가 만드는 아이돌 브랜드이라는 인식이 강해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은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시즌 2의 인기는 어마어마했고 자신의 '으뜸이'를 위해 꼭 투표해달라는 카톡을 지인들에게 보내며 적극적으로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에 일조하는 시청자들도 많았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인기가 있었는데요, 2017년에 영국에서 개최된 브랜드 관련 학회인 'COBIIR (International Colloquium on Corporate Branding, identity, image and reputation'에서 만난 캐나다 교수님이 프로듀스 101의 시즌 1과 시즌 2를 모두 봤다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돌과 기획사, 팬의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

100% 국민 투표로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인식은 이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타깃 고객의 욕구를 잘 파악한 마케팅의 성공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 산업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아이돌 브랜드는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갖고 있으며, 아이돌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면, 홈마스터 (홈마)라 불리는 팬은 아이돌의 고퀄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여 보정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유하며 해당 아이돌의 예쁘고 멋진 모습이 기록에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어떤 팬들은 아이돌의 굿즈를 직접 제작하여 무료 나눔을 하며 팬들끼리의 관계도 돈독하게 하고 충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앨범 판매율이나 음원 차트, 음악 방송에서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서로 독려하면서 자발적으로 아이돌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 그야말로 소비자와의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로듀스 101이나 48 출신 아이돌은 활동 기한이 제한적이라 '리미티드 에디션 (한정판, limited edition)'의 느낌으로 팬들이 그들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은 어마어마했죠. 활동하는 기간 동안에는 전폭적이면서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주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 프로듀스X101의 투표 결과에 대해 시청자들이 문제 제기를 한 걸까요?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의 필수조건: 신뢰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 코 크리에이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신뢰(engagement)와 브랜드의 일관성 (congruity)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돈독한 관계가 유지되면 브랜드 오너와 소비자 간의 애정, 신뢰, 그리고 충성도가 생기겠죠? 반대로, 브랜드 오너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속이면 소비자는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게 됩니다. 


사실 방송을 제작할 때 촬영, 편집을 하면서 피디가 픽한 아이들이 방송에 더 많이 노출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이 투표를 하기 때문에 100% 순수하게 국민들이 아이돌의 성품과 끼를 파악하고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디 픽이 아니면 악의적인 편집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 순위가 하락할 수도 있고, 피디가 픽한 경우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순위가 순식간에 상승할 수도 있죠. 프로듀스 101 시즌에서 멤버 선정에 피디의 입김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가 되었던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은 감안을 한다 하더라도 투표 결과를 속였다는 의혹 제기는 이 프로그램의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무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닫고 돈을 들여 문자 투표를 한 것에 분노하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뿔난 소비자들은 앞으로의 제품/프로그램은 절대 소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기존의 것들에도 불신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현재의 사태에서도 바로 확인해볼 수 있죠. 프로듀스 48에 이어 쇼미 더 머니, 슈스케까지 조작 의혹에 수사 확대 조짐이 보인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불신은 결국 해당 아이돌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지난 프로듀스 시즌들에서는 '내가 픽한 아이들' +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유로 설사 내가 픽하지 않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멤버가 포함되었더라도 나의 으뜸이가 있는 그룹이니 그룹 전체에 무한한 관심과 사랑을 쏟았지만, 이번 시즌은 투표 결과 자체에 의심과 의혹을 품을 수 있는 증거들이 발견되니 그룹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 또한 자연스럽게 식을 수밖에 없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중의 관심과 이미지로 먹고사는 아이돌에게 대중의 외면은 제일 큰 장벽이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쌓인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인 것처럼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참여시켜 협동심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브랜드의 성공에 꼭 필요한 것으로 기존 연구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뒤통수를 치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겠죠.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고 소비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BTS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