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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May 08. 2019

BTS의 브랜드 정체성은 무엇일까?

정체성을 중심으로


2013년에 데뷔하여 현재는 BTS로 더 익숙해진 방탄소년단. 최근 이들이 또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신곡이 '빌보드 200' 메인 앨범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세 번째 대기록 세운 것은 물론이고 3주째 '빌보드 200'에서 톱 10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이돌 그룹으로서 뿐 아니라 강력한 브랜드로서도 자리매김한 BTS의 브랜딩에 대해 브랜드 정체성과 음악적 정체성을 중점으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BTS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방탄소년단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의미의 '방탄'과 10대 20대 소년들이 자신의 음악적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미의 '보이스카웃(소년단)'의 합성어로 좋은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확장성이 부족하고 발음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아이들'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러다 해외진출을 하면서 브랜드명을 영어로 직역한 Bang Tan Sonyeondan의 앞 글자를 딴, BT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고, 2017년 7월, 신명섭 플러스엑스 공동대표의 손에서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재탄생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BI는 2018년에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부문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정말 브랜딩이 잘 된 사례입니다.


브랜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일관성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동일한 톤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여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 갖는 이미지의 갭 차이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일관성 있는 관리를 위해서는 특히 전략부터 시각적, 그리고 조직적인 정체성의 일치화가 중요합니다. 전략은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핵심 메시지로 글로서 표현하는 것이라 하면, 시각적인 것은 눈에 보이는 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공간 디자인 등의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적인 정체성은 조직원들의 태도, 행동, 문화와 관련된 요소들입니다.


[전략적 정체성]

플러스엑스는 BTS의 리브랜딩을 할 때, 이 세 가지 요소를 일치화시키기 위한 브랜드 핵심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앨범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을 대변하고 있는 BTS의 브랜드 핵심 (고유의 본질/Brand Essence)은 '청춘의 초상'으로 정의됩니다. 이제 모든 멤버가 성인이 되어, 방탄소년단 대신 더 확장된 의미를 더하여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뛰어넘어 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며 성장하는 청춘'의 의미를 담은 Beyond The Scene을 새로운 브랜드 네임으로 지정했습니다. BTS는 동일하게 유지하되 그 안의 뜻만 확장성을 갖고 더 의미 있게 만든 거죠.


[시각적 정체성]

네이밍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적인 요소 (로고, 마크, 굿즈 등)들도 디자인하기에 앞서 브랜드 전략을 명확화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Authentic (진정성), Progressive (진취성), Bold (강인함)의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하고 이 핵심을 모든 고객(팬)과의 접점에서 통일성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 원칙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Simple-intuitive (심플하면서도 직관적), Unique-Advanced (독창적이면서도 진보된), Bold-Strong (강하고 임팩트 있는).


방탄소년단 시절 브랜드 마크는 아래 그림과 같이 그들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탄조끼 혹은 보이스카웃의 조끼가 연상되는 픽토리얼 마크 (pictorial mark)였어요. 상당히 디테일한 마크여서 아미들 사이에서도 따라 그리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방탄소년단의 기존 브랜드 마크

플러스엑스에서 새로 디자인한 마크는 문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추상형 마크 (abstract mark)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의 모양에서 착안한 디자인 (왼쪽)이라고 합니다. 심플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모습이죠. 더욱 놀라운 것은 BTS의 팬덤인 아미의 브랜드 마크 (오른쪽)까지 세트로 디자인을 했어요. 아미의 것은 BTS가 새로운 문(앨범)을 열었을 때 그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덤의 시점에서 보이는 문으로 표현한 것으로 아이돌과 팬덤의 상호관계를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BTS (왼쪽)와 A.R.M.Y (오른쪽)의 브랜드 마크

또한, 저 문틈 사이의 선을 이용하여 다양한 BTS 굿즈 (goods)에 반영하여 시각적 요소들 사이의 일관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제안했습니다. 아래 그림에 모두 포함시키진 못했지만, 티셔츠, 배너, 앨범, 손목밴드, 반지/팔찌, 폰케이스, 노트, 연필세트, 토트백, 연필꽂이, 모자, 점퍼, 깃발 등의 다양한 굿즈에 적용했을 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시크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BTS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디자인이죠?


플러스엑스에서 제안한 디자인 모티프를 이용하여 디자인한 BTS 굿즈 애플리케이션


https://youtu.be/X-8W0I6jZQ4


[조직적 정체성]


BTS의 행보도 브랜드 전략에 맞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Beyond The Scene에 걸맞게 무대 밖에서의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에서 BTS와 함께 'LOVE MYSELF'캠페인도 진행하고 다양한 기부활동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 또 2018년 UN총회에서 리더 RM이 한 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을 아미도 동참하여 BTS멤버의 생일에 맞춰 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이 명확화 되기 전부터 BTS는 멤버들이 직접 앨범 제작에 참여하여 (작사/작곡) 자신들의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초반에는 몇몇 멤버만 작사, 작곡 능력이 있었는데 서로가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이제는 다른 멤버들도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나이와 역할에 상관없이 모두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팀워크를 잘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BTS의 음악적 정체성


전반적인 BTS의 곡은 힙합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중의 사랑을 널리 받기 위해 대중적인 노래를 하는 아이돌과 타인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나의 소신대로 노래하는 힙합은 조금은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BTS는 데뷔할 때 아이돌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90년대 갱스터 힙합을 재해석한 곡들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회반항적인 가사들도 많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조금은 어려웠고, 그래서 음악적 장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BTS의 앨범은 방탄이들의 성장과 함께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의 앨범은 자신들의 스토리가 녹여져 있어 나이대에 맞는 주제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앨범별 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BTS 앨범 주제별 요약

소년들의 반항과 풋풋한 사랑을 노래한 학교 3부작 (2 COOL 4 SKOOL / O R U L8 2? / SKOOL LUV AFFAIR)은 싱글과 미니앨범이고, 10대 소년들의 고민과 방황을 가사 속에 잘 녹여 가사가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자신의 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학교, 학원, 집을 오가며 공부만 하는 것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곡들도 있습니다. BTS의 정규 1집인 'DARK & WILD'는 청소년과 성인의 과도기적 앨범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호르몬전쟁, DANGER 등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이 앨범은 질풍노도의 시기의 방탄이들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대중의 공감을 받기 시작한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화양연화 시리즈는 감성적인 곡과 세련된 팝 사운드, 칼군무가 돋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곡들까지 다양한 시도를 한 앨범입니다. 특히 이 앨범부터는 앨범마다 주제와 콘셉트를 명확히 하면서 유기적인 스토리를 보여줘요. 파트 1에서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을, 파트 2에서는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 그리고 마지막 스페셜 앨범인 'Young Forever'에서는 청춘의 대장정을 마무리합니다.


장년층에게도 사랑을 받은 '피, 땀, 눈물'이 타이틀 곡으로 수록된 앨범인 WINGS의 는 일곱 소년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상의 유혹과 갈등에 대해 표현하고 있는데요, 몽환적인 느낌의 노래와 어울리는 고전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뮤직비디오도 참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뭔가 함축적이면서도 예술성을 가미해 시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하게 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소년의 이미지를 탈피한 섹시한 안무와 눈빛을 소화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BTS를 탑스타를 넘어 월드스타 반열에 올린 자기애를 주제로 한 'Love Yourself' 시리즈는 기, 승, 전, 결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는 별도의 앨범 없이 승에 수록되어 있는 'Euphoria'의 영상에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면 개괄적인 오프닝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승'은 'Her'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사랑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나타내 주는 곡들, '전'은 'Tear'로 이별을 마주한 소년들의 아픔을, 그리고 마지막 '결', 'Answer'에서는 결국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답은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2018년 초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그 압박감이 너무 심해 해체를 생각하기도 했었다고 2018 MAMA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소감에 밝히기도 했던 BTS. 2018년 초에 출시된 'Tear'앨범에 수록된 앙팡맨 (Anpanman)이 당시에 그들의 속마음을 투영하는 가사로 작년 말에 재조명받았었어요. 어린 나이에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도 있겠지만, 압박감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올해 또 한 번 앨범 출시 후 무려 '빌보드 200' 메인 차트에서 1위를 한 'Persona'. 'Love Yourself'가 나를 사랑하자고 스스로 외우는 주문이었다고 하면 이 앨범은 'Map of the soul'이라는 제목으로 심리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한 내 영혼의 지도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찾아보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부제를 '페르소나'로 삼은 이유에 대해 리더인 RM은 최근 인터뷰에서 "페르소나는 사회적 자아를 의미한다. 부정적인 의미의 '겉껍데기'이기만 한 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다"며 "RM,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을 페르소나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겠더라"라고 설명했습니다. 4월 12일에 제가 맡고 있는 과목 중 하나인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에서 'Persona Development'에 대해 다뤘는데 그 날 카톡방에서 '페르소나'가 핫이슈여서 깜짝 놀랐는데 BTS의 신곡 때문인 줄은 주말에나 알게 됐다는 여담을..^^;; 제 수업시간에 다룬 Persona development는 Design thinking의 한 기법으로 타깃 고객의 needs를 파악하기 위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또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BTS의 브랜드 정체성과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설명을 쓰다 보니 저도 아미의 반열에 올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BTS에 대해 잘 모를 때는 그저 '아이돌 그룹 중 하나'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보니 하루아침에 성공한 운이 좋은 팀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 단계 도약을 하기 위해 현명하게도 전략적인 리브랜딩을 통해서 자신들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명확화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처음에는 자신들과 맞는 콘셉트를 찾아나가는데 고충이 있었지만, 자신들의 음악의 본질 (힙합을 베이스로 한)을 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브랜딩을 할 때 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그 스토리는 진정성이 있을수록 더욱 공감을 받을 수 있고 특별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BTS의 스토리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비주류의 기획사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한 단계씩 성장한 진정성 있는 것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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