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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Sep 13. 2020

보스턴 산책길 | MassArt (매스아트)

145년 전통의 예술 학교

'미국의 아테네'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보스턴은 교육의 도시답게 다양한 단과, 종합 대학이 있다. 우리 집 근처만 해도 하버드 의과대학, 보스턴 대학, 시몬스 대학, 임마누엘 대학, 웬트워스 공대, 노스이스턴 대학, 버클리 음대, 그리고 매스 아트까지.... 이 학교들은 모두 도보 20분 내로 갈 수 있고, T나 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까지 포함시키면 어마어마하다.


오늘은 보스턴의 성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매사추세츠 예술 & 디자인 대학인 매스 아트 (MassArt)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매스 아트는 매사추세츠 컬리지 오브 아트 & 디자인의 약칭으로 실험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수준의 예술과 디자인을 교육하는 학교로 유서 깊은 곳이다.


매스아트의 탄생과 발전


19세기 산업 혁명 시대의 보스타니안 (Bostonians, 보스턴 사람들) 리더들은 '산업'만이 강한 국가를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은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이들은 웅장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번창하는 런던과 파리를 경험하며 예술도 국가의 부강함, 경제의 활력, 그리고 시만들의 삶의 질을 향상 및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핵심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런 발상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매스 아트.


1870년대에 연방 공립학교 교과 과정에 '그림 그리기 (Drawing Act)'를 포함시키면서 1873년 매사추세츠 사범 학교 (Massachusetts Normal School)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normal school'은 선생님을 양성하는 사범대학과 같은 의미였다고...

건물측면에 새겨진 Boston Normal School에서 전통이 느껴진다


1925년대에 매사추세츠 예술 학교 (Massachusetts School of Art)로 이름을 변경하고, 1960년대 매사추세츠 예술 대학 (Massachusettes College of Art)로 다시 한번 변경된 후, 2007년에 디자인까지 추가하여 현재의 이름인 Massachusetts College of Art and Design (MassArt)로 정해졌다.


애니메이션, 건축디자인, 예술 교육학, 도예,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패션 디자인, 섬유, 필름/영상, 유리공예, 예술사, 일러스트레이션, 산업디자인, 주얼리/금속 공예, 페인팅, 사진학, 조소, 미디어 학과 등 예술과 디자인 전분야의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많은 예술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 학교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이 학교 앞을 지날 때면 눈에 띄는 의상과 스타일의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다.



Our reach is great.
...
we bring art and design into spaces where access is otherwise limited.

                                                                

                   - OUR LEGACY   MassArt -


앞서 언급했듯이 매스 아트는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힘이 예술에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를 위한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학교 철학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들은 예술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도화선이라고 믿고 있으며 보스턴 곳곳의 커뮤니티와 다이내믹한 파트너십을 맺고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실제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예술과 디자인을 학교 안에서만 가두거나 제한된 사람들의 소유물로 생각하기보다 공공영역으로 갖고 와서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MassArt 건물 뒤편의 조형물 glance, observe, survey

위 조형물에는 glance (흘낏 휙 보다), observe (관찰하다), survey (조사하다)가 새겨져 있다. 주변의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늘 관심 있게 살피며 고민하고 해결해가는 디자인적 사고의 핵심을 적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MassArt Art Museum (MAAM): Art opens minds


매스아트의 아트 뮤지엄인 MAAM은 MassArt구성원 및 예술가들이 예술을 만들고, 실험하고, 도전하며, 다양한 공동체가 모여 성정하고 지적교류와 학습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은 누구나에게 무료로 개방하며 예술작품을 만드는 제작자의 모습과 예술이 사회를 변화키는 힘을 일 년 내내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전시장 겸 문화 실험실이다.

올해 MAAM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하단의 3가지인데, 코로나 때문에 가을학기에도 오픈하지 않아 관람은 어렵겠다.


왼쪽 작품은 포르투갈의 유명 예술가 Joana Vasconcelos의 작품으로 미국에서 개최하는 첫 개인전이며, 1781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노예 제도를 불법화하는데 도움을 준 여성인 Elizabeth "Mumbet" Freeman을 기리는 것으로 Vlakyrie Mumbet이라는 이름의 작품. 참고로 Valkyrie는 북유럽의 전쟁의 여신.

가운데 작품은 Ghost of a Dream이라는 듀오의 작품 'Yesterday is Here'로 MAAM의 새로운 로비의 그랜드 오프닝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과거를 활용하여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취지로 30여 년의 MassArt의 전시회 카탈로그의 자료를 오리고 조합하고 붙이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마등 (kaleidoscopic) 같은 미술관의 역사를 통해 MAAM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


오른쪽 작품은 Game Changers의 작품으로 게임 관련 예술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게임 관련 ㅖ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MassArt 지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


산업디자인과 디자인경영을 전공하고 후학 양성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어릴 때부터 미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스케치북에 도형을 겹친 밑그림을 그리고 포스터컬러로 색칠하며 색채의 조합을 연습하는 디자인에 가까운 '구성'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취미 생활이었다. 그때는 디자인을 전공할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흥미를 갖고 있던 시절.


중학교 때 한국에서 미술 시간에 모래 그림을 그리는 도중 미술 선생님은 '그림 실력은 아버지를 닮지 않은 것 같다'며 한 말씀하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완성작도 아니었고, 고작 산을 그린 것에 그라데이션을 주려고 연두색 모래가루를 살짝 뿌리기만 했을 뿐이었는데... 참 의욕이 팍 꺾이는 경험이었고, 그 이후 미술 시간은 나에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에서 1년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Fundamentals of Arts를 수강할 때는 생각지도 못하게 주목을 받고 칭찬을 받으며 전시회까지 나가게 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한국식으로 교과서적인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빼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곳 선생님은 독특한 시각과 표현에 점수를 많이 주셨다. 그때 전시회에 선보였던 작품을 지금 다시 봐도 '어떻게 전시회에 선보일 수 있었는가?'에 대해 나도 여전히 어리둥절하지만, 뭔가 한국과는 확실히 예술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다. 그런 교육을 계속 받았더라면 내 진로도 달라졌을까? MassArt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10년 전 기업에서 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졸업한 인재를 원했다면, 최근에는 MFA (Master of Fine Arts)를 전공한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라는 최근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만큼 창의적인 사고와 더불어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을 그림이나 목업 (mock-up)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요즘 시대에 특히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MassArt의 첫 탄생 목적인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술'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1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전통과 정신이 참 대단하다. 그리고 한정된 집단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이를 공공의 영역으로 갖고 와서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철학을 갖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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