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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Oct 15. 2022

미스 슬로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승리하는 것에 대하여



'이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자.


기는 것이 곧 법안을 원하는 대로 통과시켜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되므로 승리의 엄청난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한번도 져본적이 없는 로비스트인 그녀의 삶 속에서, 영화는 그녀가 무턱대고 승리를 좇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일하는 것을 택한 시간을 담는다.


그녀는 '총기규제 법안'에 대하여 그것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입장이며, 영화에서는 강력한 정치 세력이 이 법안을 반대함에 따라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싸움에 뛰어드게 된다. 기존보다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게 되었더라도, 로비(lobbying)에 있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과 기술, 능력을 동원하여 결국은 판을 자기가 주도한다.


상대측에 대하여 단순히 일차원적인 대응이 아닌, 아예 판 자체를 기획하여 짜내고 상대측의 수를 예측하여 촘촘히 자신의 계획을 실행해나가는 그녀에게서 일 자체와 사람에 대한 통찰이 묻어난다.


그러나 한편으론 승리에 미친 사람처럼, 자기가 원하는 대로 판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가끔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원치않는 희생까지도 수단으로 삼아 이용하기도 하고, 불법과 합법을 아슬아슬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멋진 점은 무작정 이기기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러한 정책을 통과시키는 것이 옳다는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결국은 또 '싸우고', 그것마저 '승리'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이용했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스스로가 피해를 입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신 또한 정치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정책 그 자체의 가치와 영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제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부패한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꼬집으며, 자신이 하는 일(정책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하는 일)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을 한다는 것에 있어 그 태도-무조건 승리(완료)하는 것과 신념대로 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로비스트라는 그녀의 직업적 특성상 더욱 어찌됐던 "이기는 것"은 자신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의 능력치를 증명하는 척도가 될 수 있었을테다. 그런데도 그녀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이나 뜻은 자신의 존엄성 그 자체가 아닐까, 그래서 그를 위해 자신의 힘을 쏟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도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단순히 해야만 하는, 내가 이루어내야만 하는 것에 시간을 쓰며 살아가게 된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그녀처럼 내 신념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A connection(?) Lobbyist "can't" only believe in her ability to win

(훌륭한 로비스트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만을 믿지는 않는다.)

승리를 위한 승리가 아닌,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승리를 추구한다는 뜻을 함의하여, 그녀에게 어려운 싸움이 될지라도 자신의 신념대로 일하는 것의 가치를 생각해보게끔 한 피터슨 와이트 사장의 '신의 한 수' 메모.




가벼운 덧.

배우 제시카차스테인에게 반해 그녀가 나온 영화 몰리스게임을 보고 미스슬로운을 함께 생각해본다.


1. 그녀는 본인이 게임판 자체를 쥐고 흔든다.


이 영화로 그녀의 팬이 되어 본 또다른 그녀의 영화, '몰리스 게임'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본인이 승리하고자 하는 게임판을 압도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같았다. 다만 미스슬로운은 그 판의 주체라면, 몰리스 게임은 그 판을 키우고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관리자였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집요함과 열정이 있는 캐릭터였다.

또한,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자신의 일이 범죄가 되 않도록 판단력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제시카 차스테인은 완전히 그러한 인물을 잘 표현했다. 


2. 그녀의 고통, 승리는 오롯히 그녀 혼자만의 것.


그녀의 인생은 철저히 혼자다. 그녀의 삶엔 사랑도 로맨스도 힐링도, 확실한 '동지'도 없다. 심지어 승리 끝의 달콤함을 즐기는 짧은 시간도 없다. 오로지 그녀의 목표와 그를 향해 가는 그녀의 하루하루의 레이스뿐. 뒤에선 약으로 버티며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깨어있고자 하고, 철저히 외롭게 자기를 점검하며 목표를 향해 간다.


3. 그녀의 승리에 대한 순수한 욕망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렇게 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버티고 승리하고자 하는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미스슬로운에서, 그녀가 거대한 권력과 싸우면서도 그 정책을 통과시키고자 애쓰니, 혹자가 물어본다. 이 정책과 관련하여 그녀가 통과시켜야만하는,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기라도 한거냐고. 총기 관련한 사건의 주체로 고통받았던 과거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러한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저 자신이 그 법안은 통과되어야 하는게 옳다고 믿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녀는 그저 그 법안이 옳다고 '믿었고' 그를 위해 '이기고자 하는' 순수한 뜻과 욕망이 있었을 뿐이다. 그게 너무 멋있었다. 무슨 신파 드라마처럼 과거의 큰 사건이나 개인사가 얽혀있어야만 강한 동기를 얻고 그를 위해 노력하게 되는가? 그저 이게 맞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이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순수한 욕망이 멋졌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더 그녀의 열정을 잘 설명해주는, 설득력있는 이야기였다.


몰리스게임에서 그녀의 아버지인 심리학자는 그녀가 포커판의 강한 관리자가 된 것에 대해서,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들을 관리/억압'하고픈 욕망이 있어서였으며 그 바탕에는 자신과의 좋지 않은 관계, 자신한테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욕구불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그녀가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고자 하는 성향을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치긴 했겠지만, 그녀는 그냥 그 포커판에 뛰어들며 자신이 최고의 관리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본인의 생각대로 잘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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