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필요한 검사를 하루 만에 다 마치고, 외래에서 마지막으로 마취 동의서, 수술동의서까지 작성이 끝나 수술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원형탈모로 피부과 외래에서 2주 간격마다 탈모 부위에 냉동치료 및 트리암시놀론이라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계속 맞고있었다.
평소처럼 퇴근하고 피부과 외래를 보고 주사를 맞고 집에 가는 길에우연히 복도에서 갑상선외과외래 쪽에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리고 피부과 치료받고 이제 집에 가는 길이라고 말씀드렸는데
'혹시 그 치료가 스테로이드 주사는 아니겠지?'
그 한마디에 순간 멘붕이 왔다.
수술 전 환자들의 복용 약물에 대한 확인이 꼭 필요하다.
항혈전제나 신장독성을 야기할 수 있는 NSAID 계열의 진통제 그리고 생약성분의 약이나 양파즙, 홍삼 등 수술 중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소인이 있는 복용력도 확인하지만 스테로이드제제의 약물도 복용한 경우 부신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수술 중 혈압조절이 힘들 수 있어 내분비내과 협진을 봐야 한다.
외래에서 이미 복용 약물을 확인했었지만, 그때는 먹는 약이 없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머리에 맞고 있었던 스테로이드 주사는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당장 선생님은 내분비내과 외래를 잡고 다시 마취과 외래도 잡아주셨다.
병동에서 일할 때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입원하면 수술 전 꼭 내분비내과 협진을 확인하고 챙겼던 검사였는데, 병동을 떠난 지 2년이 넘어서인지, 막상 내가 환자가 되니 까먹은 건지 아예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내분비내과 외래를 보기 전 ACTH(adrenocorticotropichormone,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라는 피검사를 먼저 해야 했다.
Cynacten(외인성 ACTH)이라는 부신피질 기능부전증을 진단에 사용되는 약을 정맥주사로 주입하기 직전, 투약한 시간으로부터 20분 후, 30분 후, 1시간 후 이렇게 총 4번의 채혈이 이루어진다.
외인성 ACTH 투여 후 혈장 cortisol 농도를 측정하여 ACTH 자극에 대한 부신의 능력을 평가한다.
*ACTH는 뇌하수체로부터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신장에 붙어있는 부신이라는 호르몬 샘에서 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cortisol 호르몬은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면역체계 반응에 관여하며 혈압을 유지시키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다. 체내 피드백 시스템에 의하여 cortisol과 ACTH 수치는 조절된다.
이 검사를 하며, 채혈실과 주사실을 왔다 갔다 하며 총 5번이나 주삿바늘에 찔려야 했다.
심한 말로 마루타가 된 느낌이었다.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검사할 때는 덜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보통 20G 큰 주삿바늘에 3 way를 연결하여 line을 잡은 뒤 그쪽에서 채혈을 하고, 약을 주입한다.
(혈관이 좋지 않은 환자분의 경우는 한두 번 사용한 경우 막히거나 기능을 하지 못해 추가로 다른 곳에서 채혈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외래에서 검사할 때는 임상병리사 선생님들께서 채혈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퇴근 후 이미 몸이 지친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려니 정말 힘들었다.
Cynacten이라는 약이 주입된 후 채혈해야 하는 시간이 정확히 지켜져야 의미가 있는 검사였으므로 1시간 동안 채혈 실안에서 기다리면서 알람을 맞춘 뒤 해당 시간마다 검사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와 예정돼있던 수술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번 경험으로,
내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루틴으로 시행하고 설명했던 검사들이 하나하나 간단하고 쉬운 게 없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나는 나름 공감을 잘해주는 간호사라고 여태까지 생각해왔는데, 안이했던 생각이었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앞으로는 매 순간순간 좀 더 환자분 입장에서 최대한 덜 힘들도록 노력하고 아픔에 공감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