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옥 Jun 24. 2020

갑상선 수술 전 선택과 수많은 검사들

외과 수술실 간호사의 갑상선암 치유기 episode 2

갑상선내분비외과 진료를 본 후 나는 수술방법을  결정해야만 했다.

수술방법에 따라 수술비용, 절개되는 부위, 수술 후 부작용 등에 차이가 있다.


 중앙에 피부 주름을 따라  5~7cm 절개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비용도 저렴하고, 수술 후 부작용도 크게 없다. 하지만 상처가 목에 남는다

그에 반해 로봇을 이용한 갑상선 수술은 겨드랑이에 약 5~6cm 정도의  피부 절개 후 갑상선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상처는 목에 남지 않지만, 겨드랑이 쪽으로 접근하므로 겨드랑이에서부터 갑상선 쪽으로 지나가는 길에 있는 여러 신경들이 손상을 받을 수 있어 수술 후 겨드랑이 쪽 가슴 근육의 당김과 통증으로 인해 어깨와 팔 움직임이 불편해지거나 감각이 둔화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그리고 비용도 5배 정도 비싸다. 손이나 팔을 주로 써야 하는 일을 하는데 수술 움직임이 힘들어지고 불편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Davinci 로봇 중 하나의 절개 부위로 수술하는 기법의 SP(single port) 로봇이 병원에 들어왔다. 예전까지는 로봇수술이라 하면 보통은 4~5군데 약간씩 절개를 가하고 그쪽에 로봇 팔을 연결 후 거기에 장착된  카메라와 집게, 가위, 에너지 등  여러 수술 기구를 이용하여 수술하였다.  따라서 좀 더 많은 부위를 절개하고 목, 어깨, 가슴으손상을 줄 수 있는 범위가 넓어 부작용이 꽤 많았다. 그에 반해 SP 로봇으로 수술하게 되는 경우 한 곳에만 절개를 하기 때문에 손상되는 범위가 축소된다.


기존 로봇으로 수술을 해야 했다면 나는 상처가 남더라도 부작용이 걱정되어 그냥 절개 수술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SP 로봇으로 수술을 할 수 있다기에 며칠간의 고민 후 로봇수술로 결정하게 되었다.

간담췌외과 수술실에서 일하면서 SP로봇으로 하는 담낭절제술에 여러 번 참여하고 보았다. 예전 기존 로봇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직접 보고 깨달았기에 SP 로봇수술을 조금이나마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왼쪽)Davinci SP 로봇, 오른쪽)기존 Davinci 로봇 Xi                                     (출처-intuitive홈페이지)


수술방법과 수술을 집도해주실 주치의 선생님도 정하고 이제 여러 검사들이 남았다.

검사 전날 외래에서 혹시 검사하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4시간 금식하고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목-경부 CT 검사,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흉부 엑스레이 촬영)를 해야 했다.


먼저 조영제를 쓰는 CT 검사를 하기 위해 주바늘을 꽂고 꽤 검사 순서를 기다렸다.

MRI 검사는 해봤기에 통 안에 들어가는 건 괜찮았다. 그렇지만 조영제 검사는 처음이었다.

조영제 알레르기가 있는지, 조영제 검사를 하기에 신장 수치는 괜찮은지 그리고 검사 후 조영제 배출을 위해 수분 섭취의 중요성을 교육했었는데 내가 환자가 되어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검사실 직원분이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 거라고 하셨다.

단순히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약이 주입되자마자 조영제가 온몸을 타고 급속도로 퍼지면서 순간적으로 뜨거운 오줌을 싼 느낌이기도 했다. 정말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호흡을 참고 내쉬고 해야 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검사가 끝난 후 조영제를 최대한 몸속에서 빨리 없애고 싶어 평소 물을 많이 먹지 않던 나였지만 생수 한 병을 사서 열심히 물을 마셨다.

조영제는 신장을 통해 오줌으로 배설되어야 하므로 조영제 검사를 한 뒤에는 열심히 수분을 섭취하거 수액 주입이 필요하다.


CT 검사 후 정신없이 남은 여러 검사들을 하고 마지막으로 수술상담 코디네이터 선생님을 뵙고 수술 날짜를 2주 뒤 월요일로 잡았다.

수술이 점심시간쯤 될 것 같다고 당일 입원도 괜찮다고 하셨다. 수술 당일 8시까지 당일 입원실로 입원 후 추후에 수술 후 병실이 배정되어 이동하게 되었다.


이렇게 수술 전 필요한 모든 검사, 수술 날짜, 당일 입원 계획까지 모두 잡고 2주의 시간이 남게 되었다.

모든 걸 다 결정하고, 준비를 마치고 나니 전보다는 마음이 더 담담해지고 후련해졌다.

이제 남은 건 수술만 무사히 잘 받고 회복하는 것만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상선암을 알게 되기 전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