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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Apr 27. 2022

여행을 마치고 정리해 본 그랜드 서클 여행 팁

에필로그

기나긴 그랜드 서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자 비로소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사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그랜드 캐니언이 아닌 라스베이거스였지만, 그랜드 캐니언에서 감기에 걸린 후 실수로 밤 시간용 약을 복용하는 바람에 그대로 곯아떨어져서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간신히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고든 램지 버거>를 먹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사실상 그랜드 캐니언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길었던 여행을 회고하며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팁을 정리해 보려 한다.


1. 자이언 캐니언

(1) 스프링데일의 상점

국립공원 근처의 식당들은 대체로 맛이 없고 비싸지만 대신  숙소에 전자레인지가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적당히 근처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공급해 끼니를 해결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장을 봐오는 경우가 많은데 스프링데일에는 제법 큰 슈퍼마켓이 있다. 이 슈퍼마켓에는 미국 식재료뿐 아니라 즉석밥이나 컵라면 같은 식품들도 판매하고 있어서 굳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장을 봐오지 않아도 된다. 물론 레토르트 3분 요리가 다양하지는 않기에 반드시 한식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한인마트를 들러도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한 입맛이라면 굳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 자이언 캐니언의 숙소

국립공원 안의 자이언 로지에 묵으면 주차 걱정도 덜고 셔틀버스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하지만 우리처럼 실수로, 또는 방이 없어 밖에 묵게 되어도 셔틀버스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큰 상관이 없다. 일단 스프링데일에서 공원 입구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차를 숙소에 두고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공원 입구에서 캐니언 안의 트레일 헤드까지 들어가는 셔틀버스도 끊임없이 운행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물론 차를 두고 가면 셔틀버스를 두 번 타야 하는 만큼 - 스프링데일에서 공원 입구까지, 그리고 공원 입구에서 트레일 헤드까지 -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으니 참고해서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셔틀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번거롭다면 아침 일찍 공원 주차장이 다 차기 전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차장부터 트레일 헤드까지는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셔틀버스 노선이나 배차 정보 등은 모두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 내로우즈 하이킹 장비

물속을 걸어야 하는 내로우즈 하이킹을 위해 이곳에서는 장비 대여를 해주는데 이 장비는 말 그대로 풀 세트이다. 방수 신발, 방수 바지, 지팡이까지 모두 대여 가능해서 젖지 않고 하이킹을 할 수 있으니 일정이 넉넉한 사람은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2. 브라이스 캐니언

(1) Zion-Mount Carmel 터널 오픈 시간

자이언 캐니언에서 브라이스 캐니언으로 이동하는 코스라면 반드시 자이언 마운트 카멜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터널의 운영시간이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쓸데없이 일찍 준비해봐야 터널이 닫혀서 이동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터널 오픈 시간을 사전에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

(2) 브라이스 캐니언의 식당

어느 정도 상점가가 갖추어져 있던 자이언 캐니언과 달리 브라이스 캐니언에는 이렇다 할 상점이 없다. 작은 제너럴 스토어가 하나 있고 식당도 얼마 없어서 멀리까지 가서 밥을 먹었는데 당연히 비싸고 맛이 없었다. 브라이스 캐니언에 갈 때는 식사를 고려해서 동선을 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베스트 웨스턴 플러스 브라이스 캐니언 호텔

조식도 훌륭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도 잘 갖추어져 있고 스파도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호텔. 누군가 브라이스 캐니언을 간다고 하면 이곳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수영복도 반드시 챙길 것.


3.  아치스 캐니언

(1) 4월부터 생긴 입장 예약 제도

아치스 캐니언은 올해 4월부터 피크타임에는 사전에 예약한 차량만 입장 가능한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자이언 캐니언이나 브라이스 캐니언과 달리 여기는 셔틀버스도 없어서 무조건 차를 가지고 들어가야 하기에 입장권 예약은 필수이다. www.recreation.gov 에서 미리 입장권을 예약할 것. 비용은 차량 한 대당 2달러이다. 입구에서 입장권의 QR코드와 얼굴이 있는 신분증, 국립공원 패스를 함께 제시하면 된다.

(2) 모아브 시내

모아브는 상당히 큰 곳이라 대형마트도 있고 식당도 아주 많아 밥 굶을 걱정은 안 하고 다닐 수 있다. 그랜드 서클 여행을 하다 보면 식사가 마땅치 않아서 본의 아니게 배를 곯으며 다니게 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걱정이 없다.

(3) 퍼플 세이지 아파트먼트

아치스 캐니언의 숙소로 아주 깔끔하고 예뻤다. 일정이 길다면 며칠 머무르고 싶었던 곳. 아파트먼트라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와 조리해 먹을 수 있기에 식사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곳도 세탁실이 있어 일정이 긴 그랜드 서클 여행 중 밀린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숙박비가 싸지는 않은데, 워낙 다른 곳들도 비싸서 그런지 내성이 생겨서 그러려니 하고 묵었다. 


4. 모뉴먼트 밸리

숙소는 무조건 더 뷰 호텔

모뉴먼트 밸리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기도 하지만 이곳의 뷰가 환상적이어서 무조건 이곳에 묵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다만 식사는 기대하지 말 것.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 예약은 더 뷰 호텔 홈페이지에서 해야 한다.


5. 앤틸로프 캐니언

(1) 시차 확인

모뉴먼트 밸리에서 앤틸로프 캐니언으로 이동하면 한 시간의 시차가 있으므로 특히 앤틸로프 캐니언 투어를 예약한 경우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앤틸로프 캐니언에서 인생 사진을

개별 투어가 금지된 앤틸로프 캐니언은 여행사를 통해 8명씩 그룹을 이루어 돌아보아야 한다. 오전 시간에 어퍼 앤틸로프 캐니언을 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가이드들이 사진을 정말 잘 찍는다. 다른 캐니언들과 달리 평지인 데다 코스도 짧아서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도 충분히 갈 수 있으니 인생 사진을 건지고 싶다면 한껏 꾸미고 가볼 것. 통상 함께 묶어서 가는 홀스슈벤드 역시 인생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 한 번에 좋은 사진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캐니언에 잔뜩 치장하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주위의 시선은 감수해야 한다.

(3) 기념품은 글렌 캐니언 댐에서

앤틸로프 캐니언은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그런지 비지터 센터가 없었다. 우리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도시별로 마그넷을 수집하는데 앤틸로프 캐니언에는 파는 데가 없어서 글렌 캐니언 댐에 가서야 기념품 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내에 좀 더 나은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왔는데 막상 시내에 가보니 별다른 기념품 가게가 없어서 무척 후회했다. 기념품은 글렌 캐니언 댐에서 사야 한다.

(4) 베스트 웨스턴 뷰 오브 레이크 파월 호텔

그랜드 서클 여행, 아니 미국의 모든 여행을 통틀어 가성비가 가장 훌륭했던 곳. 100달러가 안 되는 비용으로 조식까지 나오고 스파도 갖추고 있는 어마 무시하게 만족스러웠던 숙소이다. 그랜드 서클의 숙소들이 대체로 300달러에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여기는 그야말로 천사같이 느껴지는 곳. 호텔에 야외 테이블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근처 대형마트에서 음식을 사 와서 먹을 수도 있다.


6. 그랜드 캐니언

(1) 일몰 투어는 비추천 

일몰 투어라고 어디 대단한 데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캐니언을 좀 둘러보다가 해질 무렵에 남들 다 있는데 데려다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 코스인 줄 알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2) 일출이 목적인 경우에만 썬더버드 로지 추천

우리는 캐니언 안에 묵는 것이 좋다는 말에 썬더버드 로지에 묵었는데 비용 대비 시설이 좋지 않아서 굳이 여기서 묵을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사우스 림 트레일과 가까우므로 별을 관찰하거나 일출이 목적이라면 이곳에 묵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아침에 캐니언을 돌아다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공원 밖의 숙소에 묵어도 충분할 것 같다. 

(3) 식사는 공원 밖에서

일몰을 보고 들어와서 숙소 옆 식당에 갔는데 식재료가 다 떨어졌단다. 식당에 가려면 차를 몰고 공원 밖을 나가거나 공원 내 다른 식당에서 포장해 와서 먹으라기에 하는 수 없이 다른 식당까지 걸어가 사 왔는데, 오 마이 갓.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값은 거의 100달러 가까이했는데도 말이다. 남은 식재료가 있었지만 썬더버드 로지에는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억지로 꾸역꾸역 씹어 삼켰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안전하게 식사를 하려면 공원 밖에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 라스베이거스

(1) 태양의 서커스는 반드시 볼 것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서커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연자들의 기예도 대단하지만 화려한 무대예술에 진짜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왜 태양의 서커스가 라스베이거스 공연 중 늘 1위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2) 식당은 무조건 예약

라스베이거스는 Wynn 호텔 뷔페가 유명한데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어 가지 못했다. 여기뿐 아니라 어지간한 식당은 대부분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어딜 가나 대기를 많이 해야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식당은 무조건 미리미리 예약할 것.

(3) 고든 램지 버거는 조리 시간이 길다

맛집으로 알려진 만큼 고든 램지 버거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은 기본 조리 시간이 25분이다. 테이블에 앉은 후 25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주말이나 손님이 많은 경우 배 이상 걸리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주문 단계에서 그런 안내를 받지 못해 뒤의 일정이 있어 40분을 기다리고도 그냥 나와야 했다. 혹 뒤의 일정이 있다면 참고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8. 기타

(1) 물과 간식은 무조건 넉넉히

물과 간식은 무조건 잘 챙겨 다녀야 한다. 우리는 알면서도 실수로 잊고 잘 안 가져가서 하이킹하는 동안 여러 번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생했다. 주머니마다 있는 대로 간식거리를 쑤셔 넣고 다닐 것.

(2) 숙소에는 전기 주전자가 없다

호텔들마다 커피 포트가 커피 메이커로 대체돼서 물을 끓일 수가 없다. 물론 커피 메이커로 컵라면 정도는 해 먹을 수 있지만 즉석밥은 데울 수 없으므로 전자레인지마저 없는 숙소라면 제대로 식사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무언가 조리해 먹을 생각이라면 사전에 시설을 잘 보고 숙소를 예약하던가 휴대용 전기 주전자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신발은 가능한 접지력이 좋은 것으로

트레일마다 난이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는 크게 험하지 않다. 문제는 길에 모래가 많아서 아주 미끄럽다는 것.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하이킹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4) 믿을 것은 비지터 센터와 국립공원 홈페이지뿐

나는 꼼꼼하게 여행을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여행 도중에 위기가 여러 번 닥쳤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지터 센터와 국립공원 홈페이지만큼 의지가 되는 곳은 없었다. 입구에서 주는 지도 잘 받아 들고 홈페이지를 참고해서 다니면 어지간한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몰, 일출 포인트나 별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들도 잘 나와 있어서 이들만 잘 참고해도 여행을 보다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영어를 잘한다면 국립공원 입구마다 쓰여있는 국립공원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 내용을 잘 들으며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그랜드 서클은 워낙 정보가 많아서 이미 잘 알려진 내용들도 많겠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정리해 봤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Bon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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