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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Nov 01. 2022

캐나다의 단풍 맛집 몽 트랑블랑

두 팔 벌려 가을을 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몽 트랑블랑 - 원래 지명은 프랑스어라 몽 뜨헝블랑에 가깝게 발음하지만 우리나라는 영어식 발음인 몽 트랑블랑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 은 작지만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데다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아 가을철이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사실 이곳은 스키 리조트라 겨울이 성수기라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한국에는 단풍 맛집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어 가을에 더 많이 찾는 듯하다. 미국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는데 남부인 조지아에는 가을이 더디게 오는 탓에 단풍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짬을 내어 캐나다로 떠났다. 어쩌면 이것이 북미 대륙의 가을을 만끽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놓칠 수 없지.


§ 몽 트랑블랑 마을 입구. 작은 마을에는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마찬가지로 알록달록한 단풍들과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들은 이미 화려하게 물들어 가는 곳마다 절경이라 굳이 관광지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몽 트랑블랑에 가까워지면서 단풍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나타나자 탄성이 절로 나오며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 풍경을 보러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구나 싶다. 문제는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니 산 정상을 오르는 케이블카의 줄이 끝도 없이 길다는 것. 케이블카가 부지런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데도 워낙 관광객이 많으니 역부족인 모양이다. 그래도 여기서는 꼭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고 하니 아픈 다리를 참아가며 한참을 기다려 간신히 올라탔다. 케이블카가 흔들거리며 산 정상을 향해 오를수록 마치 고흐의 작품 속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샛노란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흐가 이곳에 왔다면 압생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이 풍경에 취해 빙글빙글 도는 노란 세상을 그림에 담았을 것 같다. 눈이 닿는 곳마다 점점이 박힌 가을빛을 바라보며 나는 이 계절을  팔 벌려 듬뿍 안았다.


§ 위 사진은 케이블카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마치 고흐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아래는 산 정상에서 바라본 몽 트랑블랑의 전경인데 거리가 멀어서 호숫가 예쁜 마을의 풍경이 점처럼 보인다.


계절은 가을이어도 산 정상은 영하에 가까운 기온이라 군데군데 서리마저 보인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풍경을 바라보다 매서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예쁘장한 마을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놀다가 마을 옆 호숫가를 산책했다. 잔잔한 수면에 거울처럼 비친 붉고 노란 가을 잎들이 천국처럼 아름답다. 이따금씩 바람이 불어와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일 때면, 호수 속 나뭇잎들이 어지럽게 손을 흔들곤 했다. 고요한 호수 위를 오리 한 마리가 한가로이 헤엄치며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새들도 계절을 만끽하는 법을 아는 모양이다.


§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던 데칼코마니처럼 하늘과 호수가  찍어내기라도 한 듯 대칭을 이룬 몽 트랑블랑의 호숫가 풍경. 새들조차 반할 만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호숫가 산책을 마친 후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조금 일찍 숙소로 들어갔다. 몽 트랑블랑 근처의 B&B로 중년 부부가 가정집을 개조해 운영하는 숙박시설인데 인테리어가 무척 아늑하고 예쁜 곳이다. 우선 짐을 풀고 나서 뜨거운 물로 입욕을 하니 식었던 몸에 열기가 돌며 굳은 근육이 풀리는 듯하다. 입욕을 마친 후 거실에 앉아 기념으로 사 온 달콤한 시드르를 한 잔 마셨다. 빨갛게 익어가는 계절 속에서 두 뺨도 붉게 달아오른다. 취기 오른 가을밤이 기분 좋게 깊어간다.


§ 이 숙소는 거실을 마음껏 사용해도 되는 데다 와인잔과 쿠키도 제공해 주어서 기분을 내기 딱 좋다. 가끔씩 주인이 키우는 고양이 시저 - 들을 때마다 근사한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시저는 자기 이름을 원숭이와 고양이에 붙인 것을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 가 어슬렁거리기도 하는데, 손댈라 치면 재빠르게 도망간다. 야속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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