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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시작된 애틀랜타 관광

시티 패스로 즐기는 애틀랜다

by 더스크

월요일에 <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를 방문하기 위해 시티 패스를 구입했었다.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애틀랜타에도 관광지를 묶어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시티 패스가 있다. 아쿠아리움, 동물원, 인권센터, 월드 오브 코카콜라, 대학 풋볼 명예의 전당, 펀뱅크 자연사박물관 - 원래는 CNN도 포함됐었는데 현재 코로나로 투어가 중단되어 목록에서 빠졌다 - 중 다섯 곳을 9일 내에 관람 가능한 시티 패스가 성인 77달러로 각각 티켓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40%가량 저렴하다. 정해진 기한 내 관광지를 다녀야 해서 우리는 갑자기 관광객 모드에 돌입하게 되었다. 오늘은 시티 패스로 관람한 네 곳의 시설 중 지난번 방문한 인권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을 소개한다.


1. 조지아 아쿠아리움

세계 최대의 아쿠아리움으로 고래상어와 벨루가를 볼 수 있다. 거대한 고래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아시아 이외의 지역 중 유일하게 고래상어를 보유하고 있는데 과거에 고래상어가 폐사한 일로 인해 여전히 고래상어 전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 중이라고 한다. 사실 동물학대 논란이 있기도 하고 언젠가 최재천 교수가 이제는 동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 곁으로 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인터뷰한 것을 본 이유로 수족관을 갈 때마다 죄책감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너무 보고 싶었던 고래상어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면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어쨌든 수족관은 상어, 담수어, 열대어 등 구역별로 나누어 어류를 전시하고 있고, 아프리카 펭귄과 해달, 바다사자 등 포유류와 양서류, 파충류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일부 구역에는 무빙 워크가 설치되어 있어 걷지 않고도 관람이 가능하다. 2층에는 4D 극장도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문어에 대한 짤막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내용에 맞추어 바람이 불기도 하고 물이 분사되기도 해서 영상에 몰입감을 더한다. 한편 수족관에서는 다이빙 자격증이 있으면 상어와 다이빙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번 참여해 볼 생각이다.


2. 월드 오브 코카콜라

입장과 동시에 6분짜리 코카콜라 광고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코카콜라 시음으로 끝나는, 철저하게 코카콜라의, 코카콜라에 의한, 코카콜라를 위한 홍보관. 이렇게 대놓고 자화자찬하는 건 역시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지 않아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내부가 예뻐서 사진 찍기 좋고 기념품들도 귀여운 게 많아서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된다. 바로 옆에 있는 수족관에게 좀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황홀한 경험을 하고도 조악한 기념품들을 보면 뭔가 사고픈 마음이 싹 사라지게 하니 코카콜라의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해야 할 듯.


3. 애틀랜타 동물원

이곳을 간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팬더곰을 보기 위해서다. 팬더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꼭 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귀엽다. 느긋하게 앉아 손으로 먹이를 쥐고 야무지게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곳은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1월인데도 낮 기온이 16도라 동물원 나들이에 딱 맞는 날씨라 좋았다. 동물원은 관람로 양 옆으로 푸른 대나무 숲이 우거져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한편 동백나무에는 빨간 꽃이 벌써 만개해 있었다. 동물원에는 봄이 좀 더 일찍 찾아올 모양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볕 좋은 날이면 언제든 가기 좋은 곳.


나머지 두 곳은 각각 펀뱅크 자연사박물관과 대학 풋볼 명예의 전당인데 자연사박물관은 뉴욕에서 다녀왔기에 가지 않기로 했고, 대학 풋볼 명예의 전당은 아는 팀도, 선수도 없어서 가봐야 하나도 모를 것 같아 가지 않았다. 물론 아직 시티 패스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서 갑자기 내키면 찾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조지아 주립대학이 대학 풋볼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는데 결승전이 흥미진진해서 무척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역시 뭐든 이겨야 재미있는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인가 보다. 뜻밖에 시작된 찐 한국인의 애틀랜타 관광기는 여기서 종료.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 또 다른 소소한 애틀랜타의 이모저모를 즐겨 보리라.


국립인권센터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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