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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Feb 10. 2022

알록달록 예쁘게, 미국 네일살롱 방문기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지네

미국 영화를 보면 여자들이 친구들과 손톱 관리를 받으면서 가벼운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가끔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때마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네일 살롱이 여자들만의 특별한 친목 장소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미국인 친구가 생겼을 때 그녀가 제일 먼저 제안한 것도 같이 네일 살롱에 가자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동네 빨래터가 아낙네들의 친목 장소였다면 현대 미국에서는 네일 살롱인가 싶어 한 번쯤 구경해 볼 생각으로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그래도 여기는 네일 살롱이 엄청 많은 데다 기나긴 손톱을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도 많아서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했다.


한국의 네일숍들은 대체로 아담한 반면 미국의 네일 살롱은 땅덩이만큼 거대하다. 그런데도 사람이 많아서 그 큰 가게를 손님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때는 연말이라 발을 내놓을 일이 없어서 나는 손톱만 관리받고, 친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LA에 사는 남편 식구들을 만나러 가야 하기에 손톱과 발톱을 모두 관리받았다. 매니큐어만 하는 경우는 테이블 같은 좌석에서, 페디큐어도 하는 경우는 전동 안마의자에 앉아서 관리를 받는데 나는 매니큐어만 하는 데도 친구와 좌석을 붙여줘서 덩달아 안마를 받았다.


한국에서 듣기로는 미국에서는 큐티클이 너무 과도하게 잘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물에 불리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웬걸, 여기도 한국과 똑같이 불리더라. 관리 순서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데 길이 줄이고, 큐티클 정리하고, 컬러까지 하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빠른 만큼 꼼꼼하지 않다. 한국에서 이렇게 관리해주면 가게가 망할 텐데. 하지만 네일 살롱이 많은 만큼 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해서 가끔 기분전환 삼아 가기에 부담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간 곳은 매니큐어가 16달러, 발부터 종아리까지의 각질 관리 및 가벼운 마사지를 포함한 페디큐어가 30달러였으니 한국과  비교하면 싼 편인 것 같다. 노동력이 제일 비싸다는 미국에서 한국보다 저렴하게 미용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나중에 동네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네일 살롱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데는 좀 더 잘하려나 싶어 주위에 평을 좀  물어봤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여기는 전반적으로 천천히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보다 스피디하게 끝내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한편 미국에 왜 이렇게 네일 살롱이 많은지 물어봤는데 친구는 여유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흑인들이 네일에 목숨을 거는데 애틀랜타에는 흑인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손님의 대다수는 백인이었기 때문에 꼭 흑인들만 열심히 손톱을 관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공급이 풍부한 덕에 가끔씩은 저렴한 비용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때는 연말이어서 크리스마스 느낌 낸다고 빨간색으로 골랐다. 손 사진은 예쁘게 찍기가 어려운 관계로 꽃과 인형으로 어떻게든 무마해 봤다. 오늘은 따스한 바닷가로의 여행을 앞두고 있어 라벤더랑 민트로 골랐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손끝에 일찌감치 봄이 왔다.


내일 마이애미로 여행을 떠나기에 오랜만에 샌들을 신게 될 것 같아 모처럼 기분을 내려고 네일 살롱을 찾았다. 고작 1센티 남짓의 손톱, 발톱이 뭐라고 알록달록 칠해 놓으니 벌써부터 즐거워진다.  기분이 여행 마지막 날까지 그대로 이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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