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웨스트는 지난번 글에도 적은 것처럼 쿠바와 가까워서 쿠바 음식점이 많다. 쿠바 음식이 맛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기대를 잔뜩 품었는데 내 입에는 쿠바보다는 멕시코 음식이 더 잘 맞는다. 그래도 기왕 먹어 보았으니 키웨스트의 식당과 기타 정보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Kaya Island Eats
듀발 거리 중심가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곳이 없어 약간 떨어진 곳 중 평점이 괜찮아 찾아간 곳. 리뷰가 많지는 않지만 일단 4.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자랑한다. 남편은 풀드 포크 스타일의 쿠바식 그릴 포크를 주문하고 나는 생선을 올린 아시안 스타일의 요리를 주문했다. 음식은 둘 다 나쁘지 않았고, 특히 내가 주문한 요리의 코코넛 밀크로 조리한 밥이 달큰하니 맛있었다. 사실 이 날 아침 복통이 좀 있어 고생을 했는데 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괜찮기는 했지만 괜히 걱정이 돼서 식사를 거의 못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내가 입에 맞지 않아 남겼다고 생각했는지 찾아와 다른 요리로 바꾸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사정을 설명하고 괜찮다고 했는데 어쨌든 세심하게 챙겨 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2. El Meson de Pepe
맬러리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쿠바 식당. 사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해변에 위치해서 일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핫 틴 루프(Hot Tin Roof) 레스토랑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쿠바 식당 중 평이 좋은 곳으로 찾아갔다. 음식은 그저 그랬는데 식전 빵은 맛있었다. 약간 두꺼운 난 같은 식감의 폭신폭신한 빵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던 모히토라도 마시고 싶었으나 운전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물로 만족해야 했다. 어쨌거나 내 입맛에는 대단한 맛집은 아니었다.
3. Key Lime Pie Bakery
키웨스트에 가면 대표 디저트인 <키 라임 파이>를 먹어야 한다기에 카페를 가려했는데 배가 불러 가지 못하고 나름 유명하다는 베이커리에서 포장해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가지고 오면서 많이 흔들렸는지 열어보니 크림이 뒤범벅되어 있어서 사진은 못 찍었다. 게다가 기껏 사 왔지만 맛은 마이애미에서 먹은 키 라임 파이가 더 맛있었다는 것이 함정. 그래도 할 수 있다면 키웨스트에서 하나 정도 사 먹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맛을 떠나 그 지역의 대표 음식은 먹어 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테니.
4. 그 밖의 이야기
키웨스트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도보 3~40분이면 갈 수 있는 작은 섬이기도 하고, 주요 관광지들이 다들 붙어 있어 충분히 걸어 다니면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을 아끼고 싶다면 섬 곳곳에 있는 자전거 렌털 샵에서 자전거를 빌려 다녀도 좋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차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탈 수 있다. 아니면 섬을 도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다녀도 된다. 물론 걷는 데 자신이 있다면 섬 구석구석을 두 발로 밟으며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 가장 좋고.
우리는 아침 일찍 마이애미를 출발해 섬을 구경하다 저녁에 돌아와야 했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 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섬에서 하루 머물거나 시간이 많다면 섬 주변의 맹그로브를 탐험하는 카약 투어 같은 것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2시간 코스라 큰 부담도 없을 듯. 한편 여기는 관광지라 그런지 현금만 받는 곳도 많았다. 만일을 대비해 현금을 넉넉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섬을 잇는 다리는 왕복 2차선 도로라 막히면 답이 없다. 나와 같은 하루 일정이라면 가급적 아침 일찍 출발할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