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여행은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특히 음식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여행이 한층 더 즐거웠다. 미국에 와서 이렇게 잘 먹고 다닌 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 뉴욕 여행 때는 이상하게 일정상 자꾸 끼니때를 놓쳐 배고프게 돌아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 입이 즐거우면 관대해지기 마련이라 맛있는 음식 덕에 배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내 여행을 업그레이드 해준 마이애미 맛집 6곳을 소개한다.
1. MO Bar & Lounge
만다린 호텔 1층에 위치한 MO Bar & Lounge는 식사를 하는 곳이라기보다 가볍게 칵테일을 즐기는 곳인 것 같다. 우리는 멋모르고 식사를 주문했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당황했다. 흑돼지 삼겹살인 Kurobuta pork belly가 22달러에 달랑 네 조각이 나왔는데 진짜 맛있었지만 배가 고파서 다른 음식을 추가 주문해야 했다. 하지만 칵테일이 아주 맛있고 무엇보다 바닷가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시시각각 변하는 마이애미의 저녁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풍경이 너무 근사해서 다른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는 곳. 어쨌든 가격이 비싸니 칵테일 정도만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처럼 정신줄 놓고 먹다가는 계산서를 받아 드는 순간 다시 한번 정신을 놓게 될 것이다. 칵테일은 Social Punch와 Vodka Gimlet이 달콤해서 맛있다. 아, 그리고 디저트로 먹은 키 라임 파이도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다.
2. Barceloneta Miami
원래 스페인 거리에서 남미 음식을 먹으려 했는데 키웨스트에서 두 끼를 연속으로 쿠바 음식을 먹은 탓에 다른 걸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스페인 거리인데 이탈리안 음식을 먹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그냥 이름에 맞추어 스페인 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감바스 알 아히요와 오징어 통구이인 깔라마라 알 라 플란차를 주문했는데 둘 다 짜지도 않고 너무 맛이 있어서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상그리아도 달콤하고 맛있어서 무한정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이애미에서 먹은 음식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택할 것이다.
3. Icebox
마이애미에서 유명한 브런치 가게로 사람이 아주 많았다. 오프라 윈프리가 여기 키 라임 파이를 극찬했다기에 일부러 찾아갔다. 아보카도 토스트는 담백하니 맛있고 팬케이크는 스펀지케이크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은 두껍고 거대한 케이크였는데 맛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맛. 양이 상당히 많아서 둘이서 다 먹지 못하고 팬케이크는 남겨서 싸갔다. 식사량이 적은 사람들은 하나만 주문하고 배 상태를 본 후 추가 주문하는 것이 좋다. 한편 키 라임 파이는 MO Bar & Lounge 보다 더 꾸덕하고 진해서 맛있다. 나는 원래 레몬 케이크 같은 새콤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해서 키 라임 파이가 입에 잘 맞는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많이 달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키 라임 파이 사진의 출처는 Icebox 공식 인스타그램)
4. Mister 01 Pizza
구글 평점 4.9점의 맛집으로 처음 갔을 때는 자리가 없어 두 번째 도전해서 먹은 곳. 가장자리를 별 모양으로 만든 스타 피자가 시그니처 메뉴이다. 피자는 씬 피자 스타일로 느끼하지 않고 바삭해서 맛있다. 여기 피자라면 1인 1 피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여기는 핫 소스 대신 스파이시 오일을 주는데 피자에 뿌리면 매콤하니 맛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근처에 산다면 매일 가서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쨌든 사람이 늘 많으므로 붐비지 않는 시간에 가는 것이 좋지만, 피자의 특성상 포장이 용이하니 가게가 한가한 시간에 갈 수 없다면 포장이라도 해서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가게 외부 사진의 출처는 Mister 01 Pizza 공식 홈페이지)
5. Salt and Straw
핸드메이드 아이스크림 가게로 마이애미에 지점이 두 개 있는데 마침 한 곳이 바로 숙소 근처라 찾아갔다. 이 근처만 가면 다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 있고, 내부에 좌석이 없어서 그런지 가게 밖 벤치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우유맛이 깊고 풍부해 무척 맛있다. 더운 지역에는 아이스크림 맛집이 많은 것 같다. 크기도 상당히 커서 하나를 다 먹으면 상당히 배부르다. 맛도 있고 시원하고 배도 부르는 일석삼조의 아이스크림 가게. (가게 내부 사진의 출처는 Salt and Straw 공식 홈페이지)
6. Sandbar Sports Grill
여기는 엄밀히 따지면 맛집은 아닌데 즐겁게 먹었으니 함께 적는다. 마이애미에서의 마지막 날이 미식축구 슈퍼볼 게임을 하는 날이어서 숙소 근처의 스포츠 그릴을 검색해 찾아간 곳. 우리는 나초와 타코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게임을 봤다. 우리는 LA Rams의 쿼터백이 조지아 주립대 출신이라 LA를 응원했는데 가게에는 신시내티 팬들이 가득해서 마음껏 응원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접전 끝에 LA가 역전승을 거두어서 별 것 아닌 나초도 맛있게 느껴졌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짜릿한 맛은 승리의 맛인 것이다.
마이애미는 생각지도 못하게 식도락 여행이 되어버려서 뜻하지 않게 식비 지출이 커졌지만, 그래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만큼 맛집이 많았다는 뜻. 슬프게도 나는 다시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누구든 가서 내 몫까지 함께 즐겨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