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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Jul 09. 2022

고수는 골목에 산다,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맛집은 동네 빵집

휴대폰 고장으로 원치 않는 디지털 디톡스 기간을 가진 후 수리가 끝나자마자 샌프란시스코의 맛집들을 정리해 보았다. 샌프란시스코처럼 큰 도시에 맛집이야 한 두 곳이 아니겠지만, 여기저기 다녀봐도 자그마한 동네 빵집이 가장 맛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고수는 강호가 아닌 골목에 사는 모양이다. 그래도 작은 동네 빵집부터 로컬 프랜차이즈와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까지 두루 맛보았으니 혹시 누군가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한다.


1. Super Duper

샌프란시스코에서 꼭 가봐야 하는 맛집 중 하나로 알려진 <수퍼두퍼>. 유기농 수제 버거인 만큼 가격도 수퍼두퍼하게 비싸다. 리뷰를 참고해 햄버거와 치킨 샌드위치를 각각 하나씩 주문했는데 햄버거가 훨씬 맛있어서 약간 후회했다. 이곳의 장점은 작은 사이즈의 키즈 셰이크를 판매한다는 것. 미국 사람들은 많이들 셰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는데 나도 좀 따라 해보려 해도 셰이크 양이 너무 많아 늘 부담이 됐었다. 그런데 키즈 셰이크를 주문하니 감자튀김을 찍어 먹기에 양이 딱 맞는다. 한편 여기서는 갈릭 프렌치프라이를 먹어야 한다기에 같이 주문했는데, 마늘을 사랑하는 한국인에게도 강하다고 느껴질 만큼 마늘맛이 온 감자튀김을 장악하고 있어 처음 한 두 입은 괜찮았지만 먹을수록 향이 강해져 먹기 힘들었다. <인 앤 아웃>의 애니멀 스타일 프렌치프라이도 내 입에는 썩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는 그냥 기본 스타일의 감자튀김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어쨌든 햄버거 자체는 상당히 맛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가게를 나서면서는 수제 버거는 우리 집 앞 <Craft Burger>를 따라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여행을 마칠 때 즈음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완전히 바뀌게 된다. 내 생각을 바꾸어 놓은 식당에 대해서는 차후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2. Seafood Peddler(Sausalito)

이곳은 소살리토에 있는 식당으로, 소살리토 역시 분위기 좋은 근사한 식당이 많기로는 샌프란시스코 못지않는다. 그래도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지 싶어 해산물 식당 중 평이 좋은 곳을 골라 찾아갔다. 랍스터와 스테이크 세트, 그리고 워싱턴 DC의 굴 맛에 반한 남편이 그 맛을 기대하며 굴도 함께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굴은 동부에서만 먹는 것으로. 이곳의 굴 맛은 영 실망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랍스터와 스테이크는 상당히 맛이 있었고, 뭔가 시래기가 연상되는 가니쉬와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인 감자도 입에 잘 맞아서 맛있게 잘 먹었다. 감동스러울 만큼의 맛집은 아니었지만 굴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곳.


 3. Del Popolo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피자집이라고 한다. 기본 피자인 마르게리타가 가장 인기 메뉴이다. 크기가 1인 1피자를 하기에는 조금 크고, 그렇다고 둘이 하나만 시키기에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어 애매하다. 대체로는 한 사람이 하나씩 주문하는 분위기인데, 나는 주변의 분위기와 웨이터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둘이 하나만 주문했다. 맛은 화덕 피자의 전형적인 맛으로 다른 가게들과 비교해 대단한 차별점은 느낄 수 없었다. 피자를 먹으며 나는 탬파의 화덕 피자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탬파보다 맛있다며 흡족해했다. 맛이란 이렇게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이 글은 어디까지나 참고만 해주시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도 나도 뉴욕의 <롬바르디스>를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진정한 맛집은 취향을 뛰어넘는 것 같기도 하다.


4. Tartine

<타르틴>은 한국에도 매장이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와 맛이 많이 다르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다. 유명 맛집인 만큼 매장 내에 테이블이 없고 포장만 가능한데도 줄이 끝도 없이 길다. 온라인으로 사전에 미리 주문해 놓으면 대기시간 없이 픽업이 가능하니 시간이 촉박하다면 사전 주문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타르틴>에서 가장 유명한 바나나 타르트와 내가 좋아하는 레몬 타르트를 사서 트윈 픽스에서 먹었다. 바나나 타르트는 위에 얹힌 게 크림인 줄 알았는데 온통 바나나로 가득해서 무척 맛있었다. 다만 아래의 파이 부분이 초콜릿으로 뒤덮여 있어 아래로 갈수록 단맛이 많이 강해지니 단 맛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고려해서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레몬 타르트는 신맛이 강하지 않아서 커피와 함께 먹으니 천상의 맛이었다. 한편 타르트의 파이 부분이 제법 단단해서 나처럼 밖에서 먹을 계획이라면 매장에서 나이프도 함께 챙겨 와야 한다. 나는 멋모르고 포크만 집어와서 잘라먹느라 무척 고생했다.


5. Arsicault Bakery

나에게 그야말로 감동을 선사한 베이커리. 정말 말도 안 되게 작은 베이커리로 지금은 코로나 때문인지 가게 안으로는 아예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주문해 포장만 해가야 한다. 때문에 줄이 길어도 대기시간은 별로 길지 않아서 좋다. 게다가 맛이 놀랄 만큼 훌륭한데 가격도 저렴하다. 미국 최고의 크로와상은 찰스턴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두 손 들어 엄지 척을 외칠 만한 맛이니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한편 개중에는 위의  <타르틴>을 갈 바에야 여기를 두 번 가라는 사람도 있는데, 두 가게의 주종목이 달라서 그렇게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타르틴>에서는 베이커리류가 아닌 타르트만 먹어 보고 여기서는 베이커리류를 먹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또 샌프란시스코를 가게 된다면, 나는 머무는 내내 <타르틴>은 쳐다도 안 보고 매일 이곳만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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