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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Dec 12. 2021

뉴욕에서 먹는 즐거움

뉴욕의 맛집 11곳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 리즈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고 여행을 떠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것은 각각 육체, 정신, 관계를 의미하는데, '먹기'가 육체 활동을 대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싶다. 생명과 직결되면서 하루에 두세 번씩은 꼬박꼬박 해야 하고, 무엇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활동은 먹는 것뿐이니 당연하지 않을까. <자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어째 좀 이상하기도 하고. 어쨌든 먹기가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먹는 즐거움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 이리라. 한편, 여행지에서 잘 먹는 것은 미각을 통해 현지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니 단순히 유명한 식당에 가서 정복하듯 맛있는 걸 먹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에서 먹은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1. Chez Josephin

전설적인 무용수 조세핀 베이커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식당이라고 한다. 42번가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 숙소와 아주 가까워서 가보았다. 음식은 Josephin's favorite이라고 되어 있는 볼로네제와 관자를 주문했는데 볼로네제가 짜지 않고 아주 맛있었다. 물론 관자는 실패할 수 없는 아이템이고. 인테리어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오는 1920년대의 파리 풍경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이곳의 볼로네제가 계속 생각이 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볼로네제 소스를 한 병 샀으니,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두말없이 예스를 외칠 것이다. 


2. Nougatine at Jean Jorge

미슐랭 1 스타 맛집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1층에 위치해 있는데 창밖으로 센트럴 파크가 보여서 뷰도 근사하다. 화이트 와인 소스로 만든 파스타가 아주 맛있었고, 고기는 핏기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구워졌는데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워서 놀랐다. 한편 모히토 진저에일이라는 무알콜 음료가 맛있어 보여 시켜봤는데 새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 주어 식사와 잘 어울렸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한 탓에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구글 지도 앱으로 예약할 수 있으니 사전에 예약하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3. Oceans

원래 가려던 식당이 만석이라 대타로 찾아간 곳. 구글 평점 4.7점의 맛집으로 롤과 생선요리가 유명하다. 레스토랑 안쪽으로 얼음에 파묻혀 간택을 기다리는 생선들이 보이는데 그만큼 신선함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음식은 맛이 있었는데 양이 좀 부족하다. 그러나 와인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는 샤도네이를, 남편은 한참 빠져있는 소비뇽 블랑 글라스 와인을 주문했는데 둘 다 떫지 않고 요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 우리는 잘 모르고 넙치를 주문했는데 대구 요리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구글 지도 앱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4. Junior's

뉴욕주에 살던 친구의 추천으로 찾아간 곳. 치즈 케이크가 굉장히 진하고 맛있다. 치즈 케이크를 올린 초코 셰이크가 유명하다던데 오전부터 품절이라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치즈 파이를 올린 딸기 셰이크 <더 뉴요커>로 주문했다. 비주얼 폭발인데 다 먹으면 혈관도 폭발할 것 같아 남편은 살짝 맛만 보았다. 한편, 함께 주문한 아보카도 샌드위치도 담백하고 맛있었다. 어쨌든 케이크 셰이크를 먹으려면 4명 정도는 모여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짜 맛있는데, 진짜 배부르다. 


5. Levain Bakery 74번가점

하도 유명해서 안 갈 수 없었다. 74번가점은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가까워서 동선도 나쁘지 않은데 매장 내 좌석이 없어 밖에서 먹어야 한다. 우리는 오리지널 쿠키 하나와 조각 파운드케이크를 하나 샀는데, 조각인데도 한국 조각 케이크의 두 배 크기라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굉장히 많다. 쿠키는 첫맛은 그냥 달콤한 쿠키 같았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었다. 마치 보면 볼수록 더 좋아지는 뉴욕 같은 쿠키이다. 겨울 추위에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면서라도 기꺼이 다시 먹고 싶은 맛이다. 지금도 눈앞에서 쿠키가 아른거리네. 


6. Pick a Bagel 8번가점

뉴욕에 베이글 맛집이야 한 두 군데가 아니고 가보고 싶은 베이글 집도 많았지만 전부 동선이 맞지 않아 그나마 가장 가까운 <픽 어 베이글> 8번가점을 찾아갔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가까운데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한참 줄을 서야 했다. 베이글 종류와 크림치즈, 또는 야채나 달걀 등을 고르면 되는데 뭐가 맛있는지 몰라서 그냥 플레인 베이글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딸기 크림치즈로 주문했다. 크림치즈를 정말 후하게 발라 주는데 느끼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다. 딸기는 어떻게 해도 맛있으니까.


7. Ess a Bagel 

베이글은 지난번에도 먹었지만 여행자의 바쁜 일정에 베이글만큼 간단하고 저렴한 식사는 없으므로 이번에도 먹어 보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캐나다와 뉴욕의 베이글은 특별하다고 영어 선생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했으니 두 번 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찾은 곳은 뉴욕 베이글 랭킹 1위인 <Ess a Bagel>.  이 가게는 체인점이 워낙 많아 찾기도 쉽다.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예약해 놓은 상태라 최대한 가볍게 먹기 위해 베이글에 애플 시나몬 크림치즈만 주문했다. 크림치즈가 정말로 맛있어서 지금도 달콤한 사과향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 다만 베이글은 약간 질긴 감이 있어 내 입에는 지난번에 갔던 <Pick a Bagel>이 조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쫄깃한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여담이지만, 나중에 뉴욕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면서 랭킹 2위의 <브루클린 베이글>을 가게되어 결국 뉴욕 베이글 1, 2, 3위를 모두 맛보게 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내 입에는 <Pick a Bagel>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물론 크림치즈만은 그래도 <Ess a Bagel>의 애플 시나몬이 압승. 


8. Peter Luger

뉴욕 3대 스테이크 중에 그래도 한국에 없는 곳을 가야지 싶어 찾아간 <Peter Luger>.  당연하지만 예약이 필수이고 현금이나 US Debit 카드만 받는다. 가게 바로 옆에 현금인출기까지 마련해 놓은 것을 보면 어떻게든 신용카드는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우리는 등심과 안심을 모두 맛볼 수 있는 2인용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대체 얼마나 맛있으려나 싶었는데 안심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유레카를 외칠 뻔했다.  '그래, 이 맛이야!' 등심도 맛있기는 하지만 안심이 너무 맛있어서 등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식전 빵은 크게 특별하지 않았으나 모두가 극찬하는 소스는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해주어 좋았다. 디저트로 받은 초콜릿은 가방에 넣어 두었다가 비상식량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여하튼 무지하게 비싸지만 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 나는 다시 가게 된다면 안심만 잔뜩 먹고 올 것이다.


9. Fat Witch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본점에서 맛을 봐야지 싶어 첼시 마켓에서 사 온 <Fat Witch> 브라우니.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지 귀여운 팻 위치 쇼핑백을 들고 가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 브라우니 역시 나이트 크루즈에 압수당할 뻔했으나 가방 깊숙이 숨겨서 간신히 구해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아메리카노와 곁들여 먹으니 영혼이 날아갈 듯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월넛이 씹는 맛도 있고 호두가 고소해서 지나치게 달콤하지 않아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다양한 맛을 갖추고 있으니 취향껏 맛보면 될 것 같다.


10. Shake Shack Madison Square Park

지난 겨울에 가보려 했으나 임시휴업 중이라 가보지 못했던 <Shake Shack> 본점. 공원에 있어 모두 야외 테이블이라 추워지면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셰이크 쉑이야 한국에서도 먹어 봤지만 그래도 본점에서 맛을 보고 싶어 일부러 찾아갔다.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이니 맛이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뉴욕 한 복판의 공원에 앉아 먹는 기분이 남다르다. 조명이 예쁘게 설치되어 있어서 동선이 맞는다면 밤에 가는 것이 분위기가 더 좋을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뉴욕은 밤이 최고지.


11. Lombardi's Pizza

나이트 크루즈에서 나에게 좌절을 선사했던 <Lombardi's> 피자. 다 식은 화이트 피자가 놀랍게도 맛이 있어 눈물 젖은 피자를 우걱우걱 씹으며 다시 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다시 가려니 같은 곳을 두 번 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다른 데를 도전해 보려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피자집이 모두 롬바르디스에서 일하던 사람이 오픈한 가게들이라 그럴 바에야 롬바르디스가 낫겠다 싶어 다시 찾았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집인 만큼 역시 맛이 훌륭하고 값도 저렴하고 식사도 빨리 나오는 편. 두 번째 갔을 때는 기본인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는데 내 입에는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 화이트 피자가 더 맛있었다. 화이트 피자가 가장 인기 메뉴인 이유가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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