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턴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음식 맛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여행지이다. 우리가 갔던 식당들 중 남부 음식을 제외하고 아래의 세 곳이 기억에 남는 맛집이다. 찰스턴은 특이하게 관광지인데도 유명 식당들이 예약을 받지 않고 무조건 선착순으로 테이블을 배정한다. 어찌 보면 공평한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대기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어려운 관광객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을 가게들도 잘 알고 있는지 다행히 대기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식당에 연락처를 남겨 놓으면 테이블이 준비되기 10분쯤 전에 문자를 보내주기 때문에 일단 이름을 걸어 놓고 예상 대기 시간에 맞추어 주변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작년 말에 먼저 찰스턴을 다녀온 학교 친구 카나에의 추천 목록을 많이 참고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람 입맛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1. La Pâtisserie
찰스턴 베넷 호텔 1층에 입점해있는 프랑스식 베이커리이다. 프랑스 빵이야 파리에서도 먹어보고, <곤트란 쉐리에>같이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식 베이커리에서도 먹어 봤지만 모든 곳을 통틀어 여기 크로와상이가장 맛있었다.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 함께 주문한 레몬 타르트 역시 신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아서 눈물 나게 맛있었고 진하지 않은 커피도 내 입맛에 딱이었다. 원래 여기서는 아침 식사만 간단히 하려 했는데 빵이 너무 맛있어서 뺑 오 쇼콜라와 머핀까지 잔뜩 사서 포장해 왔다. 식은 빵은 발뮤다로 잘 부활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먹어도 여전히 맛있었다. 이것저것 맛보고 싶은 빵이 너무 많아서 끼니만 많았다면 매일이라도 가고 싶었던 곳.
2. 167 Oyster Bar
찰스턴은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 해산물 요리도 유명하다. 이 식당은 굴 요리 전문점이라 생굴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사실 굴을 안 먹는데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생선 구이만 먹고 가면 억울할 것 같아서 굴튀김을 주문했다. 바삭바삭한 식감에 깐풍기와 비슷한 맛의 소스가 발라져 있어 굴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랍스터 롤은 어디서 먹으나 양이 적다는 게 문제일 뿐 - 랍스터 롤은 음식양이 푸짐한 미국에서 다 먹고도 허기를 느끼는 보기 드문 메뉴이다 - 실패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 역시 만족스러웠고. 한편 이 식당은 <167 Sushi Bar>라는 식당도 같이 운영을 하는데, 스시바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고 내가 간 굴 요리 전문점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167>이라는 이름이 같아서 많이들 잘못 예약을 하는 모양이다. 나도 처음에 착각을 해서 스시바에 예약을 했다가 무료 취소 가능시간 10분 전에 실수한 것을 깨닫고 간신히 취소를 했다. <167 Oyster Bar>는 예약을 받지 않으니 식당에 직접 방문해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
3. Hyman's Seafood
찰스턴에서 4대째 대를 이어 운영 중인 유명한 해산물 요리 레스토랑으로, 이 식당은 예약도 받지 않고 전화번호도 남길 수 없다. 그냥 식당 앞에서 무조건 기다려야 하기에 가게 앞이 늘 대기손님으로 북적댄다. 오래된 맛집이라 그런지 각 테이블마다 과거 그 자리에서 식사를 했던 유명인들의 이름표가 붙어있는데, 내가 앉은 자리에는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가게에는 테이블에 붙은 이름표가 신기한 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아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우리는 도다리 튀김과 게살수프를 주문했는데 수프는 평범했으나 도다리 튀김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냥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겼을 뿐인데 이렇게 바삭하고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나 시그니처 메뉴라는 쉬림프 블러드 메리는 입에 맞지 않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다. 이곳에서는 생선 튀김 종류만 먹는 것이 실패 확률이 낮을 것 같다. 그래도 옆 테이블 손님으로부터 디저트 쿠폰을 받아서 키 라임 파이도 공짜로 하나 얻어먹고 기념품 마그넷도 받아서 가게에 대한 인상은 좋게 남아있다.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4. DoubleTree by Hilton Charleston Mount Pleasant
찰스턴 역시 역사 지구 내 호텔은 주차장이 없어서 지레 겁을 먹고 찰스턴과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DoubleTree by Hilton Charleston Mount Pleasant>에 묵었는데 가성비가 훌륭했다. 근처에 딱히 아무것도 없던 서배너의 호텔과 달리 이곳은 유명 해변인 <Isle of Palm Beach>나 <Sullivan's Island>와도 가깝고 해양박물관도 가까워 관광을 다니기에도 나쁘지 않다. 특히 해양박물관 맞은편으로 바다 건너 찰스턴 역사 지구와 <아서 라베널 주니어 다리>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즐길 수 있다. 한편 <분홀 플랜테이션>이나 <미들턴 플레이스>, <매그놀리아 플랜테이션> 등 유명 대농장과도 가까우므로 역사 지구 내의 숙소 만을 반드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호텔도 추천하고 싶다.(이미지 출처는 호텔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