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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Jun 06. 2022

필리에서는 필리 치즈를

할라피뇨를 꼭 넣어주세요!

필라델피아에서는 머무른 시간이 워낙 짧아 많은 식당을 갈 수 없었기에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필리 치즈. 뉴욕 치즈나 필리 치즈나 본질은 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두 필라델피아에서는 필리 치즈를 먹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외치니 안 먹어 볼 수 없지. 진한 필라델피아 치즈 속으로 풍덩 빠져봐야겠다.


1. Cleavers

필라델피아 별미로 빠지지 않는 필리 치즈 스테이크.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스테이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립아이 스테이크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였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도 원조집(Pat's King of Steaks, est. 1930)이 있어 찾아가 보려 했으나 호텔과 거리가 있고 동선도 맞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원조집이라고 크게 맛이 다르지 않으니 가까운 데서 먹으라는 필라델피아 교민의 말에 힘을 얻어, 그냥 숙소와 가까운 치즈 스테이크 가게 중 구글 평점이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고기도 치즈도 부드럽고 담백해서 맛있지만 느끼함을 달래줄 토핑이 없어 마지막에는 약간 물렸다. 누군가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는 꼭 할라피뇨를 추가하라고 했는데 먹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한국인은 역시 매콤하게 먹어줘야지. 그러나 토핑 추가를 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므로 가게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쨌든 필리 치즈 스테이크가 대단한 요리라기보다는 간단히 먹는 샌드위치라 시간이 넉넉하다면 원조집을 가도 되지만 일정이 빠듯하다면 동선에 맞는 곳으로 적당히 가도 될 것 같다. 다만 할라피뇨는 꼭 넣으시기를. 내가 참고한 필라델피아 치즈 스테이크 추천 맛집 사이트는 여기.


2. Termini Bros

필라델피아에서는 필리 치즈케이크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해서 검색해 찾아간 곳. 여기도 추천 맛집에 빠지지 않고 평점도 높은 편으로 1921년에 설립되었으니 100년 된 맛집이다. 체인점이 몇 군데 있는데 마침 <리딩 터미널 마켓>에도 한 곳이 있어 구경간 김에 사 먹었다. 치즈가 꾸덕하고 많이 달지 않아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천상의 맛이었다. 치즈케이크만으로 부족할 것 같아서 레몬 케이크도 같이 샀는데, 이것 역시 지나치게 시지 않고 레몬향이 적당히 상큼해 맛있었다. 케이크뿐 아니라 쿠키류도 많이 팔고 있어 배만 허락한다면 이것저것 맛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어쨌든 치즈케이크가 무척 맛있어 만족했던 곳.


3. Harper's Garden

필라델피아에서의 마지막 식사라 한 끼 정도는 제대로 된 식당을 가고 싶어 찾아간 레스토랑으로, 기차 시간이 있어 멀리 갈 수는 없기에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들 중 가장 평이 좋아 가게 되었다. Garden이라는 이름대로 꽃과 풀로 장식된 야외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어 예쁘고 분위기도 근사하다. 햄버거인 줄 알고 주문한 메뉴가 필리 치즈 스테이크 스타일의 음식이었는데 소고기도 두툼하고 치즈향도 풍부한 데다, 무엇보다 안에 들어있는 피클이 아삭하고 상큼해 너무 맛있었다. 함께 주문한 치킨 역시 무슨 양념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향이 독특하면서도 맛있어서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도 한잔 주문했는데 시원하면서도 많이 달지 않아 식사에 곁들이니 잘 어울렸다. 필라델피아의 마지막 식사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즐거운 발걸음으로 떠날 수 있게 해 준 곳.


PS 1. 최악의 팬케이크, Dutch Eating Place

 <리딩 터미널 마켓>을 둘러보다가 이 가게에 유독 손님이 바글바글 하길래 현지인이 찾는 맛집인가 싶어서 충동적으로 주문한 팬케이크. 맛이 그야말로 최악이다. 동부 여행 중 최악도 아니고, 미국 팬케이크 중 최악도 아니고,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모든 팬케이크 중 최악이다.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싸구려 팬케이크도 이보다는 맛있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도 않을 만큼 절대적으로 그냥 맛이 없으니 가지 마시기를. 나는 입맛이 까다롭지도 않고 어딜 가나 평을 후하게 주는 편이라 어지간히 맛없지 않으면 적당히 넘어간다. 때문에 내 입에 맛이 없으면 객관적으로 그곳은 가게를 접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튼 가게 앞의 수많은 손님들은 대체 뭐였을지 궁금하다. 옆집 손님들이었나..?


PS 2.  프린스턴 맛집, Agricola

필라델피아는 아니지만 문득 생각나서 추가해 보는 프린스턴 맛집. 안내해 주신 분이 여기가 프린스턴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이라고 했고 실제로 평점도 가장 높아 가보았다. 가게 분위기가 상당히 고급스럽고 음식도 자신 있게 추천해 주실 만큼 훌륭했다. 우리는 버섯 피타 브레드와 타코를 주문했는데 버섯이 푸짐하게 들어가서 빵을 입에 넣을 때마다 향이 가득 퍼져 맛있었고 타코 역시 건강하고 신선한 맛이었다. 한편 가게 근처에 프린스턴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아이스크림 가게 Bent Spoon이 있는데 나는 배가 불러서 먹어 보지 못했다. 혹 프린스턴을 경유해 필라델피아에 가시는 분들은 이곳에 들러 맛을 보고 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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