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피자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맥도널드의 본점이 시카고에 있는 만큼 햄버거에 대해서도 진심인 한편 이곳의 소시지도 유명해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 역시 꼭 먹어 보아야 할 별미로 꼽힌다. 피자와 햄버거, 핫도그 모두 기름진 음식이라 시카고를 다녀오면 사흘은 굶어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니 시카고에서는 느끼한 시카고 음식 맛에 풍덩 빠져 보아야겠다.
1. Portillo's Hot Dogs
시카고 하면 대부분 가장 먼저 시카고 피자를 떠올리지만 사실 시카고는 핫도그와 햄버거로도 유명하다. 그중 포틸로스 핫도그가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로 유명하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가게 규모가 상당히 큰데도 맛집이라 그런지 대기 손님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기본 핫도그와 추천 메뉴인 Maxwell Street Style Polish 핫도그를 주문했다. 기본 핫도그는 특별하지 않은 맛이었으나 양파가 듬뿍 들어간 폴리쉬 핫도그는 무척 맛있었다. 소시지 자체가 탱글하고 짭조름해서 머스터드를 많이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다. 길거리 음식이라 값도 저렴하고 제대로 된 식기에 담아주지도 않아서 사진조차 제대로 찍기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카고에서 먹은 음식 중 이 핫도그가 가장 으뜸이었다.
2. Michael Jordan Steakhouse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하던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이 운영하는 스테이크 하우스로 시카고에 온 김에 한번 들러 보았다. 우리는 프라임 델모니코 스테이크와 갈릭 브레드를 주문했는데 탑처럼 쌓인 갈릭 브레드가 따끈하고 쫄깃한 데다 마늘향도 적당해서 아주 맛있었다. 델모니코 스테이크 역시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해 일품이었으나 역시 뉴욕의 피터 루거를 맛본 탓인지 숨이 넘어갈 정도의 진미는 아니었다. 물론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이 정도 맛의 차이는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나에게 미국 최고의 스테이크는 아직까지는 뉴욕의 피터 루거이다.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피터 루거보다 더 맛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3.Carson's Ribs
립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간 칼슨 립. 보통 립은 뼈를 빼면 먹을 게 별로 없어서 하프 립 하나에 스테이크 샌드위치, 옥수수빵을 주문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들 크기가 커서 양이 너무 많았다. 립 맛집이라더니 확실히 립은 부드럽고 소스도 감칠맛 있어서 입에 잘 맞았으나, 스테이크가 통째로 들어간 샌드위치는 약간 질겼다. 립 맛집에서는 립만 먹어야 하나보다. 옥수수빵도 고소하니 맛있었는데 양이 많아서 남은 빵은 포장해 와서 나중에 간식으로 먹었다. 여기는 사이드 디쉬들도 다 맛있어서 시금치 수프, 감자 그라탱 모두 아주 훌륭했는데 배가 불러서 거의 남겨야 해 무척 아쉬웠다. 역시 미국에서는 메인 요리는 하나만 주문하고 배 상태를 봐가며 추가 주문해야 한국인 양에는 부담이 덜 가는 것 같다.
4. Giodano's Pizza
내가 시카고를 간다고 했을 때 다들 입을 모아 지오다노스 피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가 시카고 피자 원조집인가 보다. 기대를 품고 찾아가 시카고 딥 디쉬 피자 하나와 찹 샐러드를 주문했다. 피자가 짜다는 평이 있어 조금 덜 짜게 만들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이미 간이 다 되어있어 조절이 안된다고 해 그냥 먹었다. 그런데 먹고 보니 양념이 짜다기보다는 페퍼로니가 짜서, 페퍼로니가 없는 부분은 괜찮고 페퍼로니가 많은 부분은 좀 짜게 느껴졌다. 한편 피자가 느끼해서 샐러드를 같이 먹는 게 좋다기에 찹 샐러드도 주문했는데 새콤하니 무척 맛있어서 피자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러나 모두가 경고한 대로 워낙 포만감이 커서 한 조각 이상 먹기가 어려워 남은 피자를 포장해 왔는데, 저녁까지도 배가 꺼지지 않아 아까운 마음에 겨우 꾸역꾸역 먹어 치웠다.어쨌거나 시카고 딥 디쉬 피자도 맛있지만 내 입에는 뉴욕 스타일이 좀 더 잘 맞는다. 미국 최고의 피자는 아직까지 롬바르디스인 걸로.
5.Milwaukee, St. Paul Fish Company
미국에서 맞이한 첫 새해 전야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힐튼 헤드 아일랜드에서 먹은 랍스터 롤이 너무 맛있어서 그 후로 해산물 레스토랑이 보이면 종종 랍스터 롤을 주문하곤 했다. 랍스터 롤은 크게 실패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 어디서나 맛있기는 했지만 이 식당의 랍스터 롤이 단연코 미국 최고이다. 롤에 랍스터와 함께 오이를 넣어서 식감도 아삭한 데다 짠맛도 중화되어서 한입 한입이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이다. 물론 랍스터 자체도 맛있고 소주가 생각나는 조개찜도 훌륭해 모든 음식이 다 만족스러웠다. 세인트 폴 피시 컴퍼니는 밀워키에 두 곳이 있는데 본점은 시장 느낌이 물씬 풍기고, 새로 생긴 분점은 더 깔끔한 느낌의 레스토랑이다. 친구가 밀워키에서 가장 맛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큰 소리 칠만 했다. 역시 현지인 정보는 따라갈 길이 없는 듯하다.
6. Milwaukee, Harley DavidsonRestaurant
할리 데이비슨은 유명한 바이크 회사이지만 박물관 내 레스토랑도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이크 모델명을 따라 이름 붙인 햄버거 메뉴가 유명해서 나는 팻보이 버거를 주문하고, 밀워키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치즈 커드 프라이도 함께 주문했다. 햄버거가 양도 많고 맛있는 데다 치즈 커드 프라이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해서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치즈 커드는 그냥 먹으면 와인 하고도 아주 잘 어울리는데 모든 음식이 그렇듯 튀기면 10배 더 맛있는 대신 20배 몸에 나빠진다. 이 엄청나게 맛있으나 무지하게 건강하지 않을 치즈 커드 프라이를 밀워키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이룰 수 없어 슬픈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