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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May 19. 2022

보스턴에서는 역시 해산물

바닷가 도시 여행의 즐거움

미국 국립공원 여행은 맛집은 고사하고 굶고 다니지만 않으면 감지덕지인 상황이라 한동안 하지 못했던 식도락 여행을 이번 기회에 만회하게 되었다. 보스턴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맛집이 모여있는 뉴욕을 거쳐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는 맛집까지 있는 워싱턴 DC까지 가게 되니 기대가 남다르다. 첫 시작은 해산물이 유명한 보스턴이다.


1. Elephant and Castle

보스턴은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최초에 정착을 한 도시라 아이리쉬 펍이 많다. 이곳은 숙소에 도착한 날 호텔에서 가장 가깝고 평이 좋은 곳이라 찾아갔다. 피쉬 앤 칩스와 께 혹시 망할 경우를 대비해 안전빵으로 버팔로 윙을 주문했는데, 피쉬 앤 칩스는 제법 맛있었고 오히려 윙이 그저 그랬다. 그러나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피쉬 앤 칩스가 정말 맛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내 기준 미국 최고의 생선 튀김은 찰스턴의 <Hyman's Seafood>이다. 한편 같이 주문한 보스턴 라거 <Sam Adams>가 아주 맛있었는데 이 라거의  탭 룸이 퀸시 마켓 바로 옆에 있고 항구 쪽으로 좀 더 나가면 브루어리도 투어 할 수 있다. 우리도 가보려 했으나 배가 불러 가지 못했는데 맥주 애호가라면 시간을 내 들러 봐도 좋을 것 같다. 여담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미국에서 코끼리는 공화당을, 당나귀는 민주당을 상징한다고 한다. 진작에 알았으면 당나귀 식당을 갔을 텐데.


2. Tatte

보스턴에서 꼭 가봐야 하는 의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베이커리로 브런치 외에도 빵과 케이크 종류도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 체인점이 있어 찾기는 쉬운데 어디 가나 사람은 많다. 우리는 브런치로 그릭 요거트를 곁들인 팬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참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호떡 느낌도 나고 맛있었다. 요거트도 꾸덕하고 함께 나오는 배로 만든 잼도 향긋하니 달콤하다. 배 타르트도 같이 주문했는데 사고 나서 보니 둘다 배를 사용해 맛이 겹쳤지만 상관없을 만큼 맛있었다. 진열대를 보고 있으면 홀리듯이 죄다 주문해버릴 것 같은 곳. 빵 덕후에게는 천국이자 지옥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이 지옥의 불구덩이 일지라도 나는 기꺼이 그 속으로 몸을 던지리라.


3. Boston Chowda Co

보스턴에서는 클램 차우더를 꼭 먹어야 한다기에 구글에서 미리 보스턴 클램 차우더 랭킹도 찾아보고,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Union Oyster House>도 가봤지만 모두 동선이 맞지 않거나 예약이 마감되어 가지 못하고 결국 퀸시 마켓에서 가장 평이 좋은 곳을 찾아가 먹게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간판에는 클램 차우더로 상도 받았다고 쓰여있다. 클램 차우더는 따끈하면서도 조개향이 풍부해 굉장히 맛있었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함께 주는 건빵 부스러기 같은 오이스터 크래커를 수프에 섞으면 고소하면서도 식감이 살아나 더 맛있게 느껴진다. 랍스터 롤 역시 랍스터가 아주 푸짐하게 들어 있는 데다 따듯한 것으로 주문해서 그런지 무척 맛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거의 40달러에 가깝기 때문에 시장에서 먹은 것 치고는 굉장히 비싸게 나온 편. 랍스터가 원래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여러 번 먹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또 가게 된다면 클램 차우더만 먹을 것 같다.


4. Prezza

처음 보스턴에 들어온 것은 아일랜드 사람들이지만 과거에는 이민자가 들어올 수 있는 항구가 보스턴뿐이었던지라 속속 다른 나라 이민자들도 들어와 살게 되었다. 노스 엔드 쪽에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은 모양인지 거리에 온통 피자집과 젤라토 가게들이 가득하다. 어제 아이리쉬 펍을 갔으니 오늘은 이탈리안을 먹어보자는 생각에 구글링을 해서 맛집으로 나온 곳 중 예약이 마감되지 않은 곳으로 찾아갔다. 둘이 같이 먹는다고 하니 친절하게 나눠주셔서 사진으로는 적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배의 양이다. 문어 그릴이 맛있어 보여 주문했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고,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맛을 흰콩의 고소한 맛이 잡아 주어서 무척 맛있었다. 함께 주문한 폭찹 스테이크는 굉장히 두꺼웠는데 겉은 바삭한데도 속까지 다 익어있어 신기했다. 양도 상당히 많아서 둘이 겨우 다 먹었다. 그런데 가게를 나와 생각해보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정작 이탈리안 요리를 먹지 않은 것 같아 왠지 아쉬웠다. 문어 다리에 토마토 소스가 있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는 수 밖에.


아이리쉬 펍에서도 치킨보다 생선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돼지고기보다 문어가, 그리고 전체를 통틀어 조개 수프가 가장 맛있었던 것을 보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바닷가에서는 역시 해산물을 먹어야 하나보다. 동부 여행은 바닷가를 따라 쭉 내려가기에 신선한 해산물을 실컷 맛봐야겠다. 내륙인 애틀랜타 - 미국인들 기준으로는 바다가 가깝다고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내륙이나 다름없다 - 에서 즐기지 못한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요리를 마음껏 즐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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