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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의 동반자, 공공도서관

귀넷 카운티 도서관 방문

by 더스크

미국에 오기 전 사전에 공부를 좀 한답시고 유튜브를 좀 찾아봤었다. 애틀랜타를 소개하는 유튜버에 의하면 남부에 위치한 애틀랜타는 보수적이라 문서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절차상 원래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운전면허를 신청하기 위해서 I94라는 입국 확인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I94는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굳이 출력해 가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DDS(Department of Driver Services)에서 I94를 가져가지 않으면 퇴짜를 놓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헛걸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출력해 가기로 했다. 집에는 프린터와 스캐너가 없어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집 앞에 있는 공공도서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위닛 카운티의 공공도서관은 거주지 증명만 있으면 출입증을 발급해 준다기에 주소가 나와있는 집 계약서를 들고 도서관을 찾아갔다. 계약서 하나로 괜찮을까 약간 걱정했는데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카드를 발급해 주었고, 대출책수나 이용기간, 도서관 운영 시간 등 간단한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위닛 카운티에는 15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어디서 발급 받든 하나의 카드로 15개 도서관을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도서관 간의 연계는 긴밀한 듯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도서관에서 보낸 책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별도로 배열되어 있는 서가가 놓여 있었다.


§ 그위닛 카운티 공공도서관 중 스와니 분관(?)에서 발급받은 도서관 이용증. 휴대가 편하도록 작은 사이즈의 이용증도 함께 주었다. 이곳에서는 번호키가 없고 모두 열쇠를 사용하기 때문에 열쇠고리에 함께 끼워 다니면 편할 것 같다.


도서관 한켠에 마련된 프린터에서 I94 서류를 무사히 출력하고, 스캔이 필요했던 서류들도 잘 파일로 만들어 메일로 전송해 놓았다. 목적했던 작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간단히 둘러보았는데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이용자들은 제법 있었다. 공공도서관인 만큼 대부분의 도서는 소설류였고 아동, 청소년 도서 위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적지만 한국어 책도 있어 반가웠다. 도서관의 대출/반납은 모두 셀프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대출대나 서가 근처의 스탠딩 데스크에는 사서들이 대기하고 있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같았다.


§ 크지는 않지만 천정이 높아 시원스러운 느낌이 드는 스와니 도서관. 입구 좌측에는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여럿 있었는데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에서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을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의 정보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우선 읽고 쓰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니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한국의 도서관들은 이민자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언젠가 미국의 민주주의는 공공도서관과 함께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 전역에 있는 수많은 공공도서관들이 시민의 곁에서 다양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의 격차를 해소하고 문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야 말로 공공도서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테니,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오랜 역사를 통해 그 역할에 충실해 왔음을 새삼 느꼈다.


무료 영어교육 프로그램 포스터는 나중에 찬찬히 살펴볼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 두고, 도서관에 온 김에 책 두어 권을 빌려 나왔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 아동 도서인 <오즈의 마법사>와 <겨울왕국 2>를 빌려 하루 한 장이라도 읽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오즈를 찾아간 도로시처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미국 생활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수도 없이 잘못된 길로 들었다가 돌아오기를 거듭하며 좌충우돌을 반복해야 간신히 자리 잡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공공도서관이 이민자에게는 나름의 등대가 되어 주는 것 같아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에 괜스레 마음이 든든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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