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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스크 Mar 29. 2022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메이컨에서

맛있고 즐거운 미국 소도시 나들이

메이컨은 작은 도시이지만 미국 원주민의 유적을 볼 수 있는 <옥멀지 공원>이나 미술관, 고급 저택 등 알차게 보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벚꽃이었고 주말을 이용한 짧은 나들이였던 터라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방문한 곳은 얼마 안 되지만 그중 인상 깊은 은 <헤이 박물관>으로 여태껏 미국에서 본 개인 저택 중 가장 규모도 크고 화려했다. 이곳은 개인적으로 둘러볼 수는 없고 반드시 투어에 참가해야 하는데 시간이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충분했다. 1층은 기념품 판매소, 2층은 무도회장과 접견실, 갤러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3층부터 5층까지는 침실과 게스트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저택인데, 집안 곳곳에 초대 주인이었던 존스턴 부부가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 모은 고급스러운 장식품이 가득하다. 1855년에 지어진 이 저택은 남북전쟁 당시 셔먼 장군에 의해 폭격당할 뻔했으나 다행히 포탄이 빗나가서 옆의 가옥 두 채만 무너지고 이 집은 파괴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 헤이 하우스의 전경과 실내 모습. 한눈에 봐도 웅장하고 눈에 띄어 적군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표적이었은 것 같기는 하다. 저택은 유럽에서 수집한 예술품과 그림, 샹들리에 등으로 우아하게 꾸며져 있다. 핼러윈 때는 고스트 투어를 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때는 화려하게 장식을 한다고 하니 절기에 맞춰서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편 저택 옥상에서는 아름다운 메이컨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므로 꼭 올라가 볼 것을 권한다.


한편 웨슬리안 대학(Wesleyan College)과 벚꽃 축제의 개회식이 열렸던 캐롤린 크레이튼 공원(Carolyn Crayton Park)이 벚꽃을 보기 좋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웨슬리안 대학은 캠퍼스가 예뻤으나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고 캐롤린 크레이튼 공원은 약간 규모가 작은 놀이공원 이어서 한적하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한 바퀴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그래도 놀이기구들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이 공원은 총기 반입을 우려해서 인지 축제기간 동안 투명한 가방이 아니면 가지고 들어갈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간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차에 가방을 두고 맨손으로 덜렁덜렁 다녀야 했는데 가방을 규제할 바에야 총기 규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마는 총기 소지가 미국인들이 그토록 소리높여 외치는 헌법상의 권리(Constitutional right)라고 하니 할 말은 많으나 하지 않기로 하겠다.


§ 왼쪽은 웨슬리안 대학 캠퍼스 교정의 풍경. 사진은 교회인데 다른 학교 건물들도 모두 위 교회처럼 고풍스럽게 생겼다. 오른쪽은 캐롤린 크레이튼 공원. 벚꽃 나무 아래로 아동용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벚꽃이 많대서 여의도 공원 같은 것을 기대하고 갔는데 월미도 공원 같은 분위기라 적잖이 당황했다.


일정이 짧든 도시가 작든 맛있는 식당을 가겠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헤이 하우스> 가이드가 맛집 정보를 알려줘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현지인이 찾는 맛집만 한 곳은 없는 것 같다.


1. Guitarras Mexican Grill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 중 평이 가장 좋아 찾아간 곳인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먹은 멕시칸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우리는 새우 화이타와 메이컨 스페셜을 주문했는데 특히 메이컨 스페셜이 식감은 리소토 같으면서도 멕시칸의 향이 느껴져 독특하면서도 아주 맛있었다. 새우 화이타는 토르티야를 약간 부족하게 줘서 이걸로 될까 싶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아주 포만감이 컸다. 함께 주문한 상그리아 역시 양도 많고 향긋해서 맛있게 잘 먹었다.


2. The Rookery

이 하우스 박물관 가이드의 추천 맛집으로 사람이 많아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전화번호를 남기면 문자를 보내주는 시스템이어서 마냥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여기는 수제 햄버거 집인데 메뉴마다 대체로 사람 이름이 붙어 있다. 우리는 기본 메뉴인 루커리 버거와 지미 카터 셰이크를 주문했다. 햄버거는 패티가 두 장이라 고기 맛이 강하고 양이 푸짐했고, 시그니처 메뉴라길래 주문해 본 지미 카터 셰이크는 땅콩버터가 가득 들어간 꾸덕한 셰이크여서 달콤 고소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 지미 카터 버거에도 땅콩버터가 들어가던데 카터 대통령이 땅콩을 어지간히 좋아했나 보다.


아래 세 곳은 가보지는 못했으나 가이드가 추천했던 맛집들이다. 혹 누군가 메이컨을 여행할 때 참고가 될까 싶어  함께 소개한다.


1. Grow

메이컨 지역 산물로 요리를 하는 미국 식당으로 원래는 이곳을 가고 싶었는데 특이하게도 토, 일요일 모두 영업을 하지 않아 가지 못했다. 주말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평점도 아주 높아서 언젠가 주중에 메이컨을 찾을 일이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


2. Kudza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해산물 레스토랑인데 우리는 대낮부터 거하게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여기가 아닌 루커리 식당을 택했다. 평점도 높고 리뷰들도 상당히 좋으므로 해산물 애호가라면 가봐도 좋겠다.


3. Dovetail

이곳 역시 평점 높은 미국 식당인데 저녁에만 영업을 해서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풀드 포크나 치킨으로 만든 베네딕트 같은 음식들을 맛볼 수 있으니 이곳 역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가고 싶은 식당.


메이컨은 애틀랜타에서 멀지 않고 서배너를 가는 길목에 있어서 언젠가 또 가게 될 것 같다. 그때는 이번에 가지 못한 유적지와 식당들을 좀 여유 있게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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