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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모르는 아이》_ 구로카와 쇼코

서평

by 양해연

구로카와 쇼코 작가의 《생일을 모르는 아이_학대 그 후, 지켜진 삶의 이야기》를 읽은 것은 2년 전쯤이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일본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 정도의 인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가 학대 피해 아동들의 삶을 낱낱이 조명한 논픽션이다. 낱낱이라고 썼지만, 참고문헌 페이지를 제하고서라도 338페이지에 해당하는 얇지도 작지도 않은 분량을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책은 정작 현실의 아주 작은 일부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작가는 패밀리홈(공동생활 가정), 유아원, 아동 양호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대신 담았다. 시설을 방문하여 주로 교사와 병원 관계자 및 위탁가정의 양육자들과 직접 인터뷰하고 자신이 실제로 보고 들은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학대 피해 아동들이 전문 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학대 후유증을 극복하며 성장하는지, 그리고 이들을 돕는 좋은 어른들의 노력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학대 피해 아동들이 가해 부모로부터 떨어진 곳에서도,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굉장한 기적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나쁜 어른들과 나쁜 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파괴력은 강하고 처참했기 때문이다.


상처 정도가 아닌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다시 회복되길 지원하고 돕는 과정은 깨진 달걀 껍데기를 붙이는 그것만큼이나 어렵고 막막해 보인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체제와 자금이 넉넉할 리가 없다. 많은 양육자와 전문가들이 나오지만, 나는 위탁 부모들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노력하고 실제로 힘을 보태는 일을 하기로 택한 위탁가정 부모들의 의지와 실행력에 숙연해진다.


위탁가정을 들어보긴 했어도 (특히나 한국 현실에 관해서는) 무지하다시피한 나로서는 몰랐던 사회현실에 다시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 현실은 비단 일본뿐 만의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이 이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학대 현장의 아이들에 관한 처우와 관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궁금하고 우려되기도 했다.

한편 이 책은 번역한 책이라 애초에 한글 책보다는 딱딱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슬쩍 갖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다. 가독성이 좋고 흡입력이 우수함에도, 끝을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읽는 내내 마음이 힘겨워서였다. 글로 아주 일부만 접하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어땠을지 내내 생각했다. 더 슬픈 건, 이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위탁부모들 조차 그저 가늠해볼 뿐이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보며 이들이 마주한 학대 현장이 얼마나 처참했을지 말이다.


이 책은 학대 피해 아동의 치유를 돕는 전문가나, 교육 관계자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어른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돼야 한다. 그만큼 많은 어른들이 읽어야 한다고 보는데, 자율적으로 이 책을 접하기엔 책의 표지 디자인이 아쉽다. 앞서 말했듯 얼핏 봤을 때 표지가 청소년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인데, 그마저도 책 내용의 시사점과 중요성에 비해 흐릿하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라는 제목만큼은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데 그 잘 지은 제목조차 만들다 만 것 같게 만드는, 흐릿하고 시선을 끌지 못하는 디자인과 작은 제목사이즈에 죽어버리는 것이다.


더 강력하고, 시선을 확 끄는 큰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개선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 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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