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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Oct 18. 2022

글을 쓰면서 나와 당신을 응원해 보겠다.

간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쉽지 않아도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이 좋겠다.

좋든, 싫든, 아쉽듯, 벅차든 간에 스치듯 기억해주고픈 생각들 일들이 많은 그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다. 대충이라도 기록해뒀던 것을 다시 쓰려고 앉으면, 그때의 감정에 집중을 못하는 게 아쉬워진다. 글쓰기는 소소해보이지만 대단한 취미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소소함은 온데간데없고 일상에서 많은 소중함과 대단함만 느끼게 해주는 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양이다. 서른네 살도 10월 중순이 되고 있는데, 나의 그릇은 여전히 좁고, 그렇게 여전히 실수도 잘못도 많고, 감정의 곡선도 중간을 유지하는 법이 없다. 잘 해내는 것들은 무시하고, 극복해야 될 것 잘해나가야 될 것들만 산더미로 쌓이는 게 보인다.


잠시 글을 쓰려고 앉은 카페의 꽃에서 안정이 느껴진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잘 해오다가도, "왜 그러지?" 혹은 "왜 하필 오늘 이따위로 일이 흘러가지?" 등으로 마음의 문장이 혼란해질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다. 지독했던 여름을 지나 보내고, 아주 조금 내 안의 그릇이 커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보기 좋은 착각이었나 보다. 아니면 긴장을 풀었던 걸까. 백만 년 만에 맞이하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화요일을 너무 기대한 탓일까. 같이 백만 년 만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어재끼는 아이 앞에서 나는 속으로 무너지고 화가 났다. 앞으로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도 봐주는 법 없이 단호하게 하기로 했는데, 오래간만에 땡깡을 부렸단 이유로 또 봐줬고, 내 쥐꼬리만 한 자유시간은 아주 불편한 시간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친정엄마와도 내 잘못으로 갈등이 불거졌고, 홀로 있는 시간에도 평소에 더 무게를 더해 마음이 무거웠다.


 단순하게, 아무렇지 않게, 마음을 고쳐먹고 그냥 지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아쉽고, 또다시 나는 이유도 모른 채로 불안해했다.





 밤에 여유가 생기면, 공복인 상태로 에너지를 글에 쏟아보는 게 좋겠다. 책을 읽는 인풋은 낮에, 글로 풀어내는 아웃풋인 글쓰기는 밤에. 새벽 감성이라도 어쩔 수 없겠다. 매일 글을 쓰려면 밤이라도 붙잡고 하는 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좋든 싫든 기억하고픈 나의 순간, 우리의 순간이 너무 많다. 꼭 내가 낀 시간이 아니어도, 기억하고 싶은 너의 시간들도 많았다. 요즘 내 시간을 가지는 것에 죄책감이 종종 드는데, 그걸 바람직하게 유지하는 선이 어디까진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온전히 아이와의 시간으로 채우는 게 편한 것도 아니다. 그 선을 알아가는 선까지 조금씩 매일 혼자 글을 쓰겠다. 불안하고, 어설픈 나이고 요즘이지만, 그런대로 실수하며 조금씩 채워가고 메워가며 내 삶을, 우리의 삶을 잘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실은 자만했고,

겸허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럽지만,

기도하고,

그 길에서 글을 써야겠다.

나도 힘내고, 당신도 힘내길.


우리의 건강하고 평범한 무수한 날들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우리가 이 길을 품어가는 것들이, 해내갈 것들이. 때론 눈물날지언정 종종 웃음이 나기도 하는 혹은 그렇지도 않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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