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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Nov 07. 2022

사치 아닌 사치

일상생각

내 모든 일상이, 그중에서도 기쁨은 물론, 크고 작은 불만들까지도 사치가 되는 순간이 있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그 순간이 참 비통하고, 싫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다짐하는 우리의 순간이 사치스럽다. 모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다 이내 일상을 사는 내 모습에 뭔가 싶다가도, 그렇다고 일상을 무시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에 주어진 하루에 웃다가, 침울해졌다가 괜찮아졌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이 생을 떠나는 것의 종류에 따라서 태도를 달리하진 않았는지 생각도 해봤다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걱정도 했다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기도 했다가, 분개도 했다가, 별안간 우리 말고 어린아이들이 불쌍해졌다가를 반복했다.

  이미 많이 발달하고 발전한 사회라고 했는데, 절대적 빈곤을 넘어선 사회니 많이 감사하며 본질을 꿰뚫고 사는 자아가 되자며 다짐도 했는데, 요즘 우리 사회는 내가 어렸을 때 보다도 더 많이 불안하고 위험하고 위기가 많은 것 같다. 오늘도 모두가 건강하고 평범한 하루를, 더 나아가선 불만과 분노보다는 감사와 겸손이 앞서는 내가 되길 바라고 기도하는 것조차 소극적인 자세라고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안에서 밖에서 목소리를 내고, 각자의 방식대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안에서도, 가까운 우리에서도, 우리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공간에서도.

  나보다 먼저 떠난 가깝고, 먼, 이제 꽤 많아지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에, 안식을 기도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고될지언정 견고해지고 있을 삶도 더 간절히 기도한다. 주어진 삶에서, 내가 선택한 삶에서 무거운 무게를 지고 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단순한 평안과 많은 날의 행복을 기도하고 바라고 지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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