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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Jan 29. 2023

저질체력 극복

하루 15분 운동 도전기

 다리가 아팠다.

정확히는 안쪽 허벅지에 알이 배겼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근육의 알이란 게 늘 그렇듯, 별거 아닌데 걷는 걸 불편하게 할 만큼 거슬렸다. 최근에 신체적으로 전혀 무리한 게 없는데 왜 아프지 싶었다. 오래지 않아 원인을 알아냈다. 전날에 한 '10분' 스트레칭이 화근(?)이었다.


아니.. 내 몸씨. 저기요.. 10시간 아니고, 1시간 아니고 10분이라고요.


근육에 알 배겼다니 누가 보면 하루 종일 땀 내서 운동한 줄 알겠다. 부끄러운데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올해는 일주일에 5번은 15분씩만 꾸준히 운동할 거라고 마음먹은 걸 1월 끝자락에서야 드디어 했는데. 그것도 5분 모자란 10분, 그거 했다고 알이 밴 것이다. 내 몸뚱이 상태에 어이를 상실했다. 심지어 그 10분간 나는 숨을 헐떡이지도, 동작이 어렵다고 느낄 정도로 격하게 하지도 않았단 말이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서 힘든 운동을 하면 안 하고 말게 분명했기에 한눈에 봐도 쉬운 걸 택했단 말이다. 그런데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알이 뱄다니.


'내 몸아 이러기 있는 거냐.'


사진=핏어스 / 홈트 15분만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에 보면, 운동에 희열이나 성취감, 스트레스 해소 같은 좋은 감정을 느껴서 힘들어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이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안 좋다고 한다. 말로는 살려고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운동이 습관을 만들고, 좋은 활동으로 자기를 단련해 가는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나에게 글쓰기, 독서, 그림, 영어공부 같은 것들은 기본적으로 좋음을 깔고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운동은 다르다. 아주 어렸을 때 배웠던 수영을 제외하고 모든 운동들이 그저  해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만 있을 뿐 한 번도 희열을 느낀 적이 없다. 어떤 운동이든 할 때 과도하게 주변을 의식하고, 심지어 집에서 혼자 운동하면서도 내가 창피하다. 과거에 온갖 운동들을 잘못된 다이어트 의식에서 했었기에 그런가. 어쨌거나 운동이 너무 싫어서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도 아깝다.


 운동이 좋은 활동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취미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달랐다. 하물며 좋아하는 것들 조차 꾸준히 시간을 내서 한다는 게 내게는 쉽지 않다. 손쉽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전에 정신을 차려서, 멍 때리고 누워있기 전에 벌떡 일어나서 부지런히 힘껏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해내야 한다 게으른 나는. 그러니 하기 싫은 운동이야 어떨까. 이런 식으로 내가 운동을 잘하지 않는 합리화를 나열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어하지만 필요하다고 느낀 하루 15분 운동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한 시간 아니고, 30분 아니고 15분, 그것도 많으면 10분은 할 거다. 익숙해지면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정도는 덜 드려나 싶다.

홈트도 쉽지 않은거다.^^


아이를 키우면서, 체력이 요구된다. 아이를 키우는데도 필요하고, 제대로 쉬고 놀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작 15분씩 운동해서 뭐 길러지겠나, 참 같잖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10 분했다고 허벅지 알배기는 나는 이것도 큰 시작이란 말이다.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해서 적은 체력들이 차곡차곡 쌓이길 바란다. 두 번째는 운동으로 평소 잘못된 자세나, 만성 어깨, 목 통증을 줄이려고 한다. 세 번째는 지방연소다. 나는 비만까진 아니고, 과체중에 가까운 상태인데, 그 미묘한 상황에서도 자주 몸이 무겁다고 느낀다. 반면 조금 체중이 줄었을 때 느껴지는 가벼운 몸의 느낌이 좋더라. 그래서 멀리 봤을 땐 흔히 말하는 다이어트 효과도 바란다. 네 번째는 자기 극복이다. 두려워하던 운전을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는 싫고, 어렵다고 느끼지만 하면 좋은 것뿐인 그 운동의 벽을 허물고, 나를 극복해 보겠단 거다.



 비만이었던 이십 대 초반에 엄마의 강요로 피트니스 센터에서 피티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윗몸일으키기하며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연예인 뺨치는 근육질 피티 선생님이 그랬다.


"해연아, 살 안 뺄 거니. 비키니 안 입을 거니!! "


기분이 구렸다.


쓴 말을 마구 해댔던 모든 사람들이 좋은 뜻의 자극으로 날 위해서 운동을 권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과거에 나는 모든 순간, 집에서는 밖에서든 살을 빼야만 한다는, 모욕적인 기분으로 운동했다.


지금도 살의 굴레에서 온전히 빠져나왔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때와 다르다. 모욕 없이, 자발적으로, 조금이지만 꾸준히 해 볼 것이다. 약간의 욕심이 있다면,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찌뿌둥한 정도의 상태가 뭔지를 경험해 보고 싶다. 어느 정도 짧은 운동이 익숙해질 때즘이면 15분 운동했다고 다리에 알 배겼다고 하는 굴욕정도는 쓸 일이 없겠지도 싶다. 잘 부탁한다 내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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