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해연 Feb 09. 2023

납득되지 않는 눈물

지극히 평범한 날들의 순간

납득이 되는 눈물이 있는 반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게 흘러나오는 눈물들이 있다.
나에게 그 순간들은, 그냥 봤을 땐 지극히 평범한 순간이지만, 의미를 부여하자면 행복이나 즐거움이 더해진 때였다.

시작은 나와 남편이 아이와 함께 아쿠아리움에서, 특별 공연을 볼 때 였다. 그러고서는 아이와 처음으로 헬로카봇 뮤지컬을 봤을 때, 최근에는 역시 처음으로 셋이 노래방에 갔을 때 다.

대전아쿠아리움. 우리 가족 첫 아쿠아리움



무탈하다 못해, 즐거운 하루, 색다른 하루, 즐거운 때. 그때 나는 왜 매번 눈물이 나려고 했을까. 심지어 꺼이꺼이 우는 눈물이 아니라 분명 눈과 입이 웃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데 눈물이 고이고 안경 밑으로 또르르 떨어졌다. 흑흑 대지도 않는데 한번 터진 길을 따라 자꾸 떨어질라고 했다.

남편도 아빠의 모습에 익숙해진 실루엣이 새삼 감동이다



써놓고 보니 공통적인 그림이 있다. 다 조명이 어두운 와중에 화려했고, 우리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시끌하고도 경쾌한, 완전히 유아들을 위한 배경음이 흘러나왔다. 그 속에서 아이는 처음 느끼는 경험에 설레서 좋아하거나, 기다리거나, 신나서 뛰고 있었다.

그 민망할 정도로 평범한 순간에 지독히 기쁜 나머지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이제 진짜 부모가 되었네. 내가 자녀 신분이거나, 데이트가 아닌 부모의 이름으로 아이를 위해 이곳에 왔네. 아쿠아리움, 아동뮤지컬, 노래방 은 절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남이 하는 걸 볼 땐 더 그랬다. 가기까지의 과정이 힘든 것도 아니었다. 부모의 이름으로 아이의 발걸음대로, 아이의 취향대로 하나씩 더해가는 나의 모습도, 남편의 모습도, 어느덧 나름의 문화와 5살 수준의 유흥을 즐길 줄 알게 된 아들의 모습도 신비스럽고, 감동이었고, 분에 넘치게 감사했다.

헬로카봇뮤지컬 넌 감동 그 이상이었어. 헬로카봇 오프닝 엔딩 보고 들으며 울일이냐고요 나님아.




그런 연유도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놀러 가는 날의 기억은 늘 긴장감이 감돌았다. 엄마아빠도 노력한 것이었겠지만, 내 기억에 완전히 편안한 날이 없었다. 나의 원가족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서 싫고 부끄러웠지만, 독립한 나는 나름대로 잘 일구어나가고 있구나 싶었다.

그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평생을 함께 일구어나갈 배우자를 만나고, 한 생명이 우리에게 와주고, 많이 부족한 나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를 위해, 서로를 위해 우리 둘은 열심이고 있구나. 아쿠아리움의 바닷빛 무대에, 학수고대하던 헬로카봇 뮤지컬, 노래방 마이크 에코에 아이보다 더 아기스럽게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눈물이 났다.
대단하게 호화스러운 해외여행도, 비싼 국내 여행도, 아니었다. 심지어 노래방은 오락실 구석에 즐비해있던 좁아터진 코인노래방이었단 말이다.

절대적으로 평범하지만 평범의 한참 이상인 행복감과 충만함이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도, 어쩌면 좀 잘하고 있단 생각도 들었다.


 종종의 이런 순간과 함께하는 세월이라면, 푸석해진 머릿결도, 깊어가는 주름도, 서로 뽑아주는 흰머리의 존재도 겸허하게 자연스러운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무탈한 날은 그걸로 끝내자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