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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Feb 23. 2023

새옹지마

J.Park 입덕기

박재범(님_이하생략)은 자꾸 좋아하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너무 멋져서 사람이기 전에 연예인인 것 같다. 솔직히 팬까진 아니었는데 자꾸 잊을만하면 튀어나와서 매력을 잊을 수 없는 향으로 분사하고 무대로 사라진다.  

박재범 에스콰이어 화보


 가수이자 래퍼 박재범은 원래 대형소속사 JYP 2PM이란 아이돌이었다. 그 안에서도 리더였고. 2PM은 활동당시 굉장한 인기몰이를 했다. 그때조차 나는 다른 멤버를 좋아했지만, 사람들은 박재범을 가장 좋아하는 듯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아이돌리더 박재범은 넷상에 데뷔전 올렸던 투정 어린 말이 뒤늦게 논란이 되어 세간의 질타를 받았고 2PM에서 탈퇴했다. 아이돌세상을 잘 모르지만, 대략 빅뱅에서 지드래곤이 탈퇴한 느낌이라면 비슷까.

 사건이 한참 지난 뒤에야 오역이니, 뭐니 하며 유야무야 됐지만, 당시에도 질타를 받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어린 연예인 사람 박재범은 힘겨웠을 것이다. 미국행으로 등을 돌린 그의 무게에 비해 시간은 야속하게도 빨랐그때의 사건도, 마음도, 기억도 잊혔다. 이젠 2PM은 그가 없는 그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한국에서 2PM의 활동은 계속됐다. 잘 나갔다. 나에겐 재범탈퇴 이후의 무대들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나와 또래인(이런 식으로 묶는 나도 웃기다) 2PM도, 박재범도 나이를 먹었다. 아이돌이라기엔 좀 그런 30 대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게 여전한 아이돌이고 그 때보다도 멋진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아이돌로 불리는 아이돌은 '아이'들인 것을 보며 시간이 만들어낸 시대를 체감한다.



 현재, 박재범은 방송 엔터테인먼트 회사 AOMG의 설립자이자 사장님이다. 그냥 박재범 하나로도 충분한데, 이 시대 힙한 래퍼, 가수들이 그의 회사에 속해있다. 그래도 그는 사장님 말고 J.Park 이름을 달고 R&B와 랩 본업으로 방송과 무대에서 열일한다. 멋들어지게 막 나가고 잘 나가는, 그래서 평범한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왜 자꾸 연예인이랑 엮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이지만, 자꾸 그가 보이다 못해 아른거린다. 어느 날은 SNL이란 코미디 방송에 나와서 여장연기를 했는데, 그 분장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아 놀랐다. 남자일 땐 그렇게 상남자 일 수가 없는데, 여자가 되니 그것 또한 완전히 제시카 일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인가냐 말이다.  

Snl박재범편 오른쪽이 재시카


 무대 위 그의 몸짓, 목소리, 유머, 목소리, 외모, 모든 것이 튀는 데 때에 따라 다른 스타, 사람들 앞과 뒤에서는 겸손하고 의리까지 있다. 물론 완전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거의 객관적이라 확신한다.

스트릿우먼파이터 홀리뱅에 출연한 제이팍.스포츠동아기사출처


 한참을 현재의 박재범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언제부터 이렇게 그가 이렇게 핫해졌고, 내 안에 들어온 거지 하다 옛날 생각이 났던 것이다. 과거 데뷔 초 박재범도 화려하고 잘 나갔다. 이왕이면 안 겪었으면 좋았을 홍역을 치렀지만, 후에 그가 대소속사 아이돌을 탈퇴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가 2PM의 리더였다면. 확실히 지금의 박재범, J.Park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깐 아니, 그에겐 오랫동안의 지독한 홍역이었겠지만 받아들이고, 잘 견뎌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고 싶다.  


 이내 한편으로는 어떤 면에선 차라리 다행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회사의 입김과 취향에 '입혀지지 않고', 한층 성숙해진 그의 색깔로 소리 내고, 나타나주고 있는 그가 훨씬 좋단 말이다.

이보다 완벽한 인간지사 새옹지마는 없다.



 현실로 돌아와 그렇게 멋진 분의 노래를 한쪽 이어폰으로 들으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게도 새옹지마가 찾아왔다. 내가 노동을 하는 중 역시 아이와 한참을 놀아주고 있는 줄 알았던 남편이 핸드폰을 보고 있자 약이 올라서 매직캔(기저귀전용 휴지통인데 여적 쓰고 있다) 리필 봉투 좀 주문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굴하지 않고, 다시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  

 응. 됐다-.

짧은 투덜이로 끝내고 다음날 검색창에 매직캔 리필을 쳤는데 비닐 때기치고 5매에 19,800인 걸 보고 망설이던  거의 반값보다 싼  발견해 살 수 있었다. 10매에 14,200원. 처음에 남편이 순순히 리필봉투를 사줬다면, 차익인 25,400원을 날릴 뻔했다. 나에게도 왔다 새옹지마가.

굳이 이런식으로까진 필요 없는데.

아까 다른 남자를 찬양하면서 남편한테 미안했던게 회복됐다 땡큐.  


이런 새옹지마.



결론은,

J, Park. 박재범님 그냥 좋아하는 거 말고

완전 팬이 되었어요.

사랑합니다 박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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