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해연 Oct 29. 2023

아이스크림 까탈레나


최근 오랜만에 역에 들렀는데, 어려운 길 운전으로 긴장했다 풀렸는 커피보다 단 게 당겼다. 역사 안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침 도넛가게가 있었고, 그 앞에는 우유로 만들었다는 소프트아이스크림 홍보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나는 파스퇴르우유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포스터는 마치 엄청난 고급우유임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래나저래나 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그림 속 아이스크림은 콘에 올려져 있었다. 도넛 가게는 말 그대로 도넛을 파는 곳이지 아이스크림전문점이 아니기에 분명 컵이 안될 것 같았다.

이미지 찾다보니 알게된건데 컵도 되는것 같다..

아이스크림은 좋지만 ''싫었던 나는 크리스피 옆 롯데리아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서 컵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넣고 쿠키나 베리, 녹차류 맛이 나는 가루를 넣고 섞어주는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맥도날드에서는 이걸 맥플러리라고 하는 데 하필이면 롯데리아버전 명칭이 기억 나지 않았다. (토네이도였다)


모두가 잠깐 머무는 역이라 그런지 역사  롯데리아는 좁았 메뉴에도 토네이도는커녕 가장 작은 사이즈의 콘이나 컵류 아이스크림 없었다. 먹고 싶긴 하지만 반만 먹고 싶을 정도의 양을 플라스틱 컵 안에 담아주는 선데이아이스크림만이 있었다. 먹을 수 있는 아스크림이 그것뿐이라면 잠시 먹을까도 생각하면서 시럽은 딸기냐 초코냐를 고민하는데  선택메뉴에 보니 시럽의 선택사항이라곤 없었다.


어쩐 일인지 나는 옆에 도넛가게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컵이라면 순백색 그대로의 을 먹을 준비가 됐었는데, 여기서는 시럽이 없는 하얗기만 한 아이스크림을 먹기 싫었다. 이런 마음이라면 분명 먹고 나서도 실망할 것을 알기에, 나는 고민을 거두고 키오스크도 떠났다. 자그마치 원하는 메뉴 없음의 삼연타였다.


그리곤 역사 일층으로 내려가 젤라또가게를 찾았다. 예전에도 온 적은 있었는데, 포장 안된다하여 발길을 돌렸던 젤라또 가게였다. 오늘은 딱 일인분 컵만큼의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었으니까 여기라면 되겠다 싶었다.


가장 처음으로 먹고 싶었던 도넛가게 순우유소프트아이스크림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양도 더 적은 데다가 그것보다도 비싼데로 와버렸다. 그렇지만 비싼만큼 맛있을 것이 믿었다. 이 가게의 스타일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그 호기심만 해결되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맛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젤라또가게서나 접할 수 있는 쌀맛을 먹을까, 흑미맛을 먹을까하다가 유난히 꾸덕하고도 찰져보이는 초코맛으로 눈이 갔다가 결국 녹차맛을 골랐다. 한컵에 4500원이나 하는데 두가지 맛으로 좀 넣어주면 안되나라고 아쉬워하며. 

사각사각 젤라또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을거면서 가게 세곳을 전전하며 고민하는 내가 웃기기도 하고, 이게 이렇게 까탈스럽게 굴일인가 싶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까탈레나가 되어 고른 젤라또 아이스크림 녹차맛은 솔직히 말하면 맛이 없던 건 아닌데 기대이하였다. 이토록 하찮은 슬픔이라니.  처음에 우유맛소프트아이스크림이 땡겼던 것처럼 나는 샤베트 질감의 촉촉한 식감 보다는 우유나 크림이 많이 들어간듯한 부드럽고 그게 아니라면 꾸덕한 식감을 원했는데, 이 젤라또는 샤베트에 가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가게의 스타일을 알았으니, 혹시라도 다음에도 이곳에 오게되면 이 식감을 고려해 맛을 선택하는데는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글을 쓰고보니, 애초에 '단'게 목적이었으면 도넛가게에서 아이스크림 말고 설탕시럽이 좔좔흐르는 도넛을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냥 나는 '컵에 든 달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스크림 까탈레나였다. 잘먹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그렇게 신중할 일인가 싶어.

작가의 이전글 내가 더 힘들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