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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종 Oct 23. 2019

인연이 연인으로

위험한 신혼여행

“그냥 우리끼리라도 가자!”

 의남매처럼 항상 붙어 다녔던 우리 셋은 ‘양하빈’이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내 이름 성에서 따온 ‘양’과 아내 이름 ‘하늘’에서 따온 ‘하’ 그리고 다른 한 친구의 이름 ‘창빈’에서 따온 ‘빈’을 더해 ‘양하빈’, 그렇게 우리 셋은 항상 함께 하려 노력했다. 책의 출간에 맞춰 약 3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나에게 우선순위 중 하나는 ‘양하빈’ 완전체가 모이는 것이었다. 물론 창빈이는 내가 PCT를 걷고 있을 때 미국으로 여름휴가를 맞춰 놀러 와 만날 수 있었지만 셋이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로 바쁜 시간을 조절해 가며 결국 가평 호명산으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형, 미안한데 나 갑자기 일이 생겨 못 갈 것 같아.”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갑자기 창빈이가 호명산에 함께 가지 못한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고민했다. 옛날 같았으면 그녀와 단둘이 가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그날의 떨림 이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다른 날로 약속을 미룰까 했지만 다음 여정을 위해 출국을 3일 앞둔 상황이었다. 하늘이에게 연락해 조심스레 물었다.

  “하늘아, 창빈이가 못 간다고 하는데 그냥 취소하고 둘이 밥이나 먹자.”

  “아니야, 오빠. 힘들게 맞췄는데 우리끼리라도 가자!”


 호명산으로 향하는 차 안 공기는 나에게 꽤나 무거웠다. 하늘이는 평소처럼 편하게 나를 대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의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그 좁은 공간에서 부단히 노력을 했다. 그러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내 감정을 숨기려 하는 걸까?’ 생각해 보니 감정을 숨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차라리 이 감정을 숨긴 체 살아간다면 훗날 후회할 것 같단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긴 길을 걸으며 느꼈던 것 중 하나인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듯했다.


 오랜만에 함께 한 우리는 밤에 취한 듯 술에 취한 듯 계속해서 이야기 꽃을 펼쳐 나갔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각자의 연애사, 수많은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꿈 등 소재는 끈이질 않았다. 그 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꺼내놓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사랑,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오빠, 만약 우리가 40살까지 결혼을 못하고 혼자 산다 면 그땐, 서로를 거두워 주기로 하자!”

 지금이었다. 지금이 바로 내가 고백할 타이밍이었다.

  “뭘 그때까지 기다려, 지금부터 함께 하면 되지!”

 인연이 연인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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