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 마케팅팀에서 공연장 홈페이지 관리, 티켓 판매, 홍보·마케팅 등 일을 하던 내게 사장님은 갑자기 공연기획서를 하나 써오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그분은 공연 분야 전문가가 아닌 직원들도 뽑아서 새로운 시각에서 기획서를 써오라는 기회를 주셨던 분으로 매우 무섭게 극장을 경영하셨던 CEO였다. 그 당시 창의적인 관점, 열린 플랫폼, 핵심/맞춤형 고객별 마케팅, 극장 재정자립도, 문화예술기획자의 꿈 등을 직원들에게 코칭해주신 고마운 은인이기도 하다.
그런 기회로 기획된 나의 첫 공연은 '립스틱 콘서트'이다. 최초 명명은 '립스틱 드라마 & 콘서트'여서 연극과 음악 부문의 마티네 + 렉처 공연 형태로 기획되었던 공연이었다. 최초 기획의도는 전업 주부들에게 립스틱을 바르고 브런치 공연을 보러 공연장으로 오라는 것이었고 실제 립스틱을 생산하는 업체에게 제안하여 물품 후원·협찬까지 받아 공연을 보러 온 주부들에게 립스틱까지 나누어 줄 수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내가 공연장 퇴사 후에도 올해 2024년까지 20여 년간 '립스틱 콘서트'로 변모한 고정 레퍼토리 공연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당시 삼성생명 직원교육 공연상품으로도 판매 제안을 해서 부산, 광주 등 전국 삼성생명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회당 7백만 원에 가까운 순회공연 실적도 만들 수 있었다. 목표고객과 기획의도가 명확하고 차별성을 확보한다면 예술상품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첫 번째 값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