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언제 어른이 되었을까 >

- 오사다 히로시 시집 '쉼호흡의 필요'를 읽고 -

어릴 적 나는 어른이란 키가 크고

세상을 다 아는 듯,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존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어른이 되는 순간이

긴 한숨 속에 숨어 있음을 알았다

월급을 받았을 때,

기뻐하기도 전에

가족을 떠올리며 한숨짓던 날

누군가의 잘못을 비판하기보다

우리 속에 나를 숨긴 채

그저 웃으며 이해를 구했던 순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도

슬퍼할 틈도 없이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던 시간

그러나 어른이 되는 건

마음의 주름이 하나씩 늘어도

그 주름에 담긴 이야기로

스스로를,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한강 작가의 깨달음처럼

선연한 실천이 본능이 될 때야 비로소

바로 그때가 어른이 되는 때이다

#총구앞에서의연했던분들 #명령하에서흔들리던양심을기리며 #한강작가 #오사다히로시 #쉼호흡의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