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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ley Jeon Dec 18. 2024

아프락사스

반복되는 나

중고등학교 때 주말 새벽마다 늘 공부하러 다니던 도봉도서관. 창가에 자리를 잡아놓고 운동장에 울려 퍼지던 백운초 야구부 학생들의 연습 소리를 들으며 책을 보았었다.

 

수십 년이 지난 2024년 겨울 도봉문화재단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공연을 백운초에서 진행했다.

중학생이던 나는 먼 미래에 여기로 일하러 다시 오게 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마을의 공기, 소리, 빛깔, 분위기, 품새, 여운까지도 그 당시 그대로이란 점이다. 인터스텔라 영화처럼 마치 중학생 모습을 한 내가 이 지구의 시간을 거슬러 나이 든 나를 다시 찾아온 듯하다.


나는 과연 알을 깨고 나온 것일까. 반복되는 나. 역사의 수레바퀴 또한 반복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구절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구도자였다. 그러나 이제 별을 바라보거나 책을 찾아보며 답을 찾기를 멈추었다. 이제 내 피가 속삭이는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곧 세계다.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도봉도서관 #도봉문화재단 #인터스텔라 #데미안 #아프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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