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엔
6백 년을 살아낸 전나무가 있다
2006년 갑자기 쓰러질 때까지
전나무 숲길의 가장 오랜 어른
큰 화재를 여러 번 지켜보고
문수보살 지혜의 숲에서
숨을 깊게 쉬던 전나무
그의 뼈대 옆에 돌탑이 쌓여간다
나무 정령을 위한 애도인가
인간사 찰나의 묵상인가
이젠 나무도 돌탑을 닮아
빈 틈 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단풍빛 햇살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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