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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alai Apr 08. 2017

엇, 길리 뜨라왕안이 나오네

인도네시아 롬복, 길리 뜨라왕안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윤식당'이란 프로그램을 틀어봤다. <- 빨리도 본다.


발리에 한식당을 연다더라 이야기만 듣고 보는데 어라 저기는? 

작년에 갔던 길리 티 - 길리 뜨라왕안이네! 내가 생애 최초 스노클링을 해본 곳! 


어,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떴다는 건 곧 저 섬에 가는 투어 프로그램이 생기고 사람들이 밀려가는 건가. 거리도 멀고 섬이라서 만만치는 않을 테지만, 애초에 이 프로그램에 내보냈다는 건 인도네시아 정부도 관광 개발-홍보 생각이 크다는 얘길지도. 


으음. 일단은 화면 보고 반가운 김에 사진을 꺼내어 슥슥. 


내가 갔던 길리 뜨라왕안은 이런 곳이었다. 



롬복에서는 30분이면 가는 섬이지만, 어차피 우리는 발리에서 롬복 가는 길이라서 들러보기로 한 참이라 정확히 '윤식당'에 나오는 그런 배... 그 배보다는 조금 안좋은 배를 탔다.  


(같은 배에 탄 유럽/호주 젊은이들은 우리와 달리 이 섬이 목적지였다. 몇 달이고 낮에는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밤에는 파티를 하며 지내는 신나는 여행!)


발리에서 배로 두 시간 정도. 그러나 두 시간이라고 적기 뭐한 게, 그날 발리 우붓에서 출발한 시각은 오전 11시, 길리 뜨라왕안 도착은 오후 4시쯤이었다. 자유여행자는 우붓의 어지간한 숙소와 여행사에서 길리나 롬복까지 가는 배편을 살 수 있는데, 차편+배편으로 예약을 해도 우붓에서 돌아다니며 예약자들 태우는 차 안에 앉아 있다가, 바닷가까지 달려가서 내리고 파당 파이 항구에서 배표를 받고 기다리고 등등에 긴 하루가 든다. 우붓에서 나름 스피드보트 패키지로 구입했는데도 그렇다. 


배 안은 선풍기도 돌아가는 듯 마는 듯 해서 상당히 답답하고, 배 위로 올라가면 벌써부터 기분 내며 수영복 차림으로 맥주를 마시며 처음 본 사람에게 결혼해줘 외쳐대는 젊은이들 사이에 껴서 햇빛과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고. 


예전에 비하면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까지 짧은 여행에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은 결코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선착장이... 있다는 사실은 다음날에야 알았고, 모래사장에 그냥 배를 대고 이동 계단을 내려줘서 찰박찰박 얕은 물을 걸어서 상륙해야 했다. 


이 섬은 주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동수단을 제한, 자전거와 마차만 다닌다. 어차피 걸어서 한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그래도 의외로 아주 조용하진 않은 것이, 바닷가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다이버들의 파티가! 작은 섬인데도 다이버가 많아 그런지 바닷가 술집 분위기는 발리보다 더 서구적. 그러나 바다는 발리보다 맑다.


마을광장에 열리는 야시장. 소박하게 재료를 골라서 구워 먹었다.


해산물이 많다 보니 옆에 자꾸 고양이가 와서 한 입 달라고 했는데...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네. 



먹고 산책하고 자고 일어나서...

스노클링 투어가 만원 돈인 데 혹해서 없는 수영복을 급히 사다가 스노클링에 도전.



포인트는 세 군데 정도. 물이 정말 깨끗하다. 거북이는 못 봤지만 난파선과 물고기들을 보고 신이 나서 배에 올랐더니 동행이 뱃멀미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패닉 했는데 멀미약을 건네주던 맞은 편의 독일인, 발아래 굴러다니던 물병, 마르면서 묘하게 끈적해지던 오리발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군; 


이 스노클링 투어는 세 군데 포인트를 찍은 후 옆 섬인 길리 아이르에 멈춰서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즐기게 해줬다. 이 부근에는 길리 트라왕안, 길리 아이르, 길리 메노 세 섬이 모여 있는데 트라왕안이 제일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분위기고 나머지 두 섬은 더 조용한 휴양지다. 


*


2박 3일 지내고 롬복으로 건너갔는데, 저 멋진 선착장은 스노클링/다이빙 배에나 쓰는 건지 동네 오가는 페리는 또 모래사장에서 탄다. 



이 작은 배에 누가 봐도 정원을 한참 초과한 승객을 태우는데, 절묘하게 승객과 짐을 이리저리 옮겨서 무게중심을 잡고 수면 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그렇다,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옆에 보이는 수면이 왜 이렇게 낮은지. 허허허. 뱃전보다 수면이 높은 것 같은데? 잠시 물의 표면장력에 대해 복습을 하게 되는 순간. 

롬복까지 30분 정도, 아무도 숨 한 번 크게 쉬지 않는 분위기. 


어지간한 상황에는 무딘 나도 얼어붙을 정도로 불안한 뱃길인데 이게 이 동네 사람들의 정기 교통수단인 모양이라. 보통은 그 지역 사람들의 평상시 교통 수단을 좋아하지만 이건... 음.


롬복에서 길리로 갈 때는 다른 교통수단이 있을까. 지금도 시간 잘 맞춰서 더 비싼 배를 타면 좀 낫기는 할 텐데,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


번외로, 트라왕안에서 일부러 골목길을 찾아 들어갔던 맛있는 채식 식당. Pituq Café.


찾기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정말 한 번 가볼 만하다. 분위기도 좋은데 음식까지 너무 맛있어서 과식했다. 바닷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가격도 싼 편. 


(어지간한 물자는 다 배로 실어 와야 하는 작은 섬이다보니 발리보다 평균 물가는 비쌈)



파티 섬이라곤 해도 바닷가 정도나 시끄럽지, 안쪽은 늘 조용했다. 


관광객이 지금보다 늘면 더 쉽게 가는 방법이 생기려나. 참고로 내가 갔을 때는 한국인은커녕 아시아 관광객도 하나 안 마주쳤는데, 이젠 좀 더 늘겠지... 사실 관광객이 확 는다고 생각하면 저 풍경이 망가질까 걱정부터 들지만, 이미 다녀온 입장에서 그런 소리 하는 것도 이기적인가 싶고, 그렇다. 


부디 장점을 망가뜨리지 않고 변해가기를 빌며.


2016.04.05-07


좀 더 일목요연하게 재미있는 동행의 드로잉 여행기는 이쪽-> https://brunch.co.kr/@boida/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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