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승부욕이 불타오르다

티가 많이 났어?

by 아스크
오랜 집콕생활로 인해 아들은 틱톡, 유튜브 등을 시청하며 혼자 노는 시간이 늘었다. 심심하고 지친 아들의 모습이 아빠는 무척 안쓰럽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빠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보드게임을 한다. 아빠는 아들이 작은 성취감을 맛보라고 가끔 일부러 게임을 진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유아용 보드게임을 즐겨서 그런지 신규 보드게임의 규칙도 알아서 이해하고 게임판과 주사위, 카드, 말 등의 사용에도 능숙하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아빠는 아들과 최근에 자주 하지 않던 슬리핑 퀸즈 카드 게임을 한다.

게임이 끝나고 아들이 아빠를 보고 씩 웃으며 말한다.
“쉽게 이기지도 말고 지지도 말아요! 이미 승부가 난 게임은 재미없어요"

아빠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물어본다.
“티가 많이 났어? 정말?”



이 상황에서 “티가 많이 났어?” 의미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미안하구나. 다음에는 꼭 아슬아슬하게 게임에서 질게. 네가 눈치 못 채게 지는 게 이제는 힘들구나 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들아, 정정당당히 붙고 싶다는 거지? 졌다고 울지 마라. 지금까지 내 안에 불타오르는 남자의 승부욕을 숨기느라 너무 힘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는 의미다.



오늘도 그는 흥미 유발을 적절히 유도하며 마지막에는 아이의 승리로 끝날 수 있게 작전을 펼친다. 상황에 맞게 작전을 구사하며 작전 타임도 간간히 쓰고 게임 체력도 비축한다. 쉽고 단순한 게임은 적당히 지면서 플레이해도 티가 안 나는데 복잡한 게임은 확실히 쉽지 않다.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기가 나날이 힘들다.



아이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어 또래 아이들보다 온라인게임에 덜 집착을 보인다. 온라인게임은 하고 싶을 때 어느 곳에 있던지 플레이할 수 있기에 중독의 위험성이 크다. 그는 아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고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게임을 통해 해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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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남자의 승부욕



승부욕은 ‘상대와 경쟁을 하여 승부를 내거나 이기려고 하는 욕구나 욕심’을 말한다. 평소 부정의 뜻보다는 긍정의 의미로 경쟁심, 도전, 운동선수와 같은 단어와 함께 사용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또는 이기고 싶은지를 아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어느 포인트에서 본인이 화를 내고 있는 지를 보면 된다.



수컷의 승부욕이 발동되면 불이 붙기 시작하고 남자의 눈빛이 변한다. 순하고 부드러운 얼굴은 감춰지고 갑자기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초긴장 상태로 게임이 절정에 이르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남자의 승부욕, 모험심을 자극한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승부욕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컷 여자의 승부욕이 남자에 못지않다. 오히려 갈수록 남자들의 승부욕이 없어져서 더 걱정인 세상이다.



옛 추억을 공유하다



최근에 나는 아들과 추억의 ‘야구 숫자 게임’을 자주 한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있기에 편하다. 각자 원하는 숫자를 정해 종이에 적는다. 순번에 따라 상대방이 미리 정한 숫자일 것 같은 수를 부른다. 자릿수와 수까지 동시에 맞으면 '스트라이크', 자릿수는 다르고 수만 맞으면 '볼'이다.



숫자를 서로 주고받다 보면 결국에는 상대방의 숫자가 맞춰진다. 이 게임을 온라인이 아닌 종이로만 해 본 사람은 연식이 좀 되신 분이다. 규칙이 가물가물 기억이 안 났는데 몇 번 해보니까 금세 생각이 났다. 학생 시절 때 짝꿍 또는 뒷자리 친구와 많이 했는데 내 아이와 해보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에는 십의 자리 숫자로 시작했다. 아들은 다소 생소한 이 게임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게임의 규칙과 요령을 알게 된 이후로는 백의 자리, 천의 자리 숫자까지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도 은근히 재미있어한다. 나는 아들과 공유할 추억이 여전히 많아서 좋다.



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은 시합을 통해 투쟁심을 배운다. 승리의 기쁨이 패배의 두려움보다 훨씬 크다. 이것이 강렬한 투쟁심의 근원이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승리의 기쁨이 어른의 예상보다 엄청 크다고 한다. 반대로 패배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우는 아이를 힘껏 달래줘야 한다.



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무조건 이기고 싶은 아이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예민하고 방어적인 아이는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진다는 것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 골프처럼 아이에게 게임 핸디캡을 주고 그럼에도 게임에 패배했을 때의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게 하자. 패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은 어른도 마찬가지 필요하다.



유치원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는 유치원의 중요 행사다.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가 주된 목적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놀이에 참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운동회 시작 전에 아이들의 마음은 둥둥 떠있고 어른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운동회는 전체 아이들을 청군과 백군으로 갈라 청백전으로 시합을 한다. 다 같이 몸을 풀고 체조한 후 모든 아이들이 훌라댄스를 발표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화기애애하다. 그러나 청군과 백군 응원단이 조금씩 응원을 겨루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바구니 안에 누가 누가 공을 많이 넣나 시합은 아이들로 뒤죽박죽이 되고, 학부모 줄다리기 게임은 아빠와 엄마들의 열정으로 어느새 어른 체육대회가 되어버린다. 점심 이후 어른들의 잠자던 본능이 되살아나면서 운동회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엉뚱한 승부욕 현장이 된다.



운동회의 꽃인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떨어뜨린 아이는 마음이 괴롭고 엄마들은 힘껏 달리다가 운동화가 벗겨지기 일쑤다. 반대 방향으로 달리던 아이는 잘못 뛴 걸 깨닫고 울면서 달리는 모습은 웃기면서 슬프다. 아빠들은 왜 그렇게도 파이팅을 자주 외치는지 자기편 아이들이 입장만 해도 난리다.



아이는 상품 받을 생각에 신나고 부모는 어릴 적 추억에 신명 난다. 운동회 다음날은 학부모들이 단체로 병원 가는 날이다. 종아리에 알이 배기고 목, 어깨, 허리가 안 아픈 곳이 없다. 불탔던 승부욕은 사라지고 한동안 어른들은 병원신세다.



수험생의 공부법 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험지를 분석' 하는 것이다. 시험지를 분석하면 미흡한 영역과 다시 정리해야 될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패는 안목을 키우고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다. 목표지향적이면서 승부욕이 강하고 감성적이며 공감이 뛰어난 '완벽한 어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요령과 꾀를 덜 부리는 사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이 이 시대의 그냥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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