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두 돌을 앞두고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코가 막혀 불편했는지 밤에 잠에서 깨어 한참을 울기도 했다. 그즈음 나도 아이들에게 옮았는지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주말에 아이들 두 돌 기념으로 시댁 식구들이 오셨을 때에는 컨디션이 바닥이어서 아이들 생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난지 2년이 되는 날, 육아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들만한 일이 있었다.
외출하고 돌아와 집에 있다가 딸이 뭔가를 달라는듯 칭얼거리기에 밥을 달라는 줄 알고 이걸 줄까 저걸 줄까 열심히 물어보며 대화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알 길도, 알 여유도 없이 우는 아이를 보자니 너무 막막하고 화가 나서 아이 허벅지를 꽉 잡는다는게 그만 멍이 들 정도로 힘이 들어가버렸다...
알고보니 밥을 달라는게 아니라 잠투정이었는지 울다 지친 아이는 잠이 들었고, 나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자책감에 '이 정도면 아이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키워야하지 않을까 도대체 나는 왜 이모양인가 다른 날도 아니고 심지어 아이 생일날에 아이를 아프게 하다니 이럴수가 있나...' 끝도 없이 나를 아래로 끌고내려갔다.
결국 참다 못해 고해성사하듯 시어머님께 울며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아까 보니 내가 봐도 심하게 울던데 잘 참더라고 엄마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고 자기였어도 머리나 엉덩이 툭툭 때렸을 수 있다고, 다만 화날 때 기저귀 찬 엉덩이를 때리는게 아이도 덜 충격받으니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거의 내 스스로가 아동학대자에 정신병자인 것처럼 몰아가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지만 여전히 스스로가 용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앞으로가 자신이 없었다. 아이는 떼를 쓰는게 당연한데 나는 그럴 때마다 잘 참고 넘길 수 있을 것인가? 그게 자신이 없어서 나는 괜찮을 수가 없었다.
그 날부터 나는 어딘가 맥이 풀려있는것 같다. 육아를 시작한지 2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감정조절을 못한다는게, 그리고 이런 날들이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게 자꾸만 답답해져서 마음에 돌덩이가 앉은 것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 육아는 마라톤이라지만 어떤 기점을 돌면 조금 뛸만해진다든지 그래도 이만큼 왔구나 하면서 뿌듯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기점에서 나는 돌부리에 걸려 엎어진 느낌이다.
엎어진 김에 이번 한 주는 가라앉은 채로 보내보려한다. 마침 어머님도 와 계신데 어머님은 길가에 꽃 한송이에도 감탄하시고 아이들 행동 하나, 표정하나에도 감동하며 신통해하시는 분이다. 그런 어머님 곁에 있으려니 내가 지금 얼마나 무감동하고 무기력한 상태인지 더 여실히 느껴지지만 아이들에게는 참 다행인 일이다.
머리로는 하나하나 감사한 것들이 마음상태로 이어지지 않는 이 마음이 답답하지만 내버려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