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편도 인생 노잼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말 그대로 사는게 좀 재미 없는 상태. 이걸 노잼상태라고 칭해본다. 사는게 항상 재미있을 순 없지만 유독 모든 것이 다 뻔하고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 이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내버리고, 잘 건너고 싶어서 방법들을 생각해보았다.
1. 단지 노잼상태인건지 살펴보기
대부분의 것들이 재미없게 느껴지고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노잼상태는 우울의 증상과도 일면 닮아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재미없어진지 얼마나 되었는지 생각해보고,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현재 내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노잼상태로 이어졌다. 다행히 병원에서 가장 먼저 체크하는 밥 잘먹는 것, 잠 잘 자는 건 괜찮은 상태이다. 일상의 일들도 때론 귀찮고 버겁긴 하지만 그럭저럭 해내면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노잼상태가 식욕도 없고 잠도 잘 못자는 상태라면 그건 노잼상태라기보다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 가깝다. 물론 딱잘라 여기까지가 노잼상태고 이 이상은 우울이다 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노잼상태와 우울, 불안한 상태에 대한 해결책은 다르기 때문에 한번쯤 체크해보는 건 필요하다. 단순히 재미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노잼상태에 대해서 진지하게 살펴보자. 애매하다면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를 통해 수준을 체크해볼 수 있다.
2.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는 일들을 해 본다.
인생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내 의지랑 상관없는 일들로 채워진 일상을. 물론 매일을 다르게 보낼 순 없겠지만 아주 작은 일이라도 원래의 나라면 잘 하지 않는 일들을 시도해보자. 새로운 자극으로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다. 내 의지로 하는 일을 하나라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길을 가본다던지 안 가본 카페를 가보는 것처럼 가벼운 일도 좋다. 나의 경우에 생각난 것은 하루 날을 잡아 정처 없이 걷다가 발길이 닿는 곳에 가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나는 워낙 대부분의 일정을 미리 생각하고 계획해두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아무데나 돌아다니다가 검증되지 않은 아무 곳에나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신선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도 보내보고 싶다. 생산성 있는 일이라고는 1도 하지 않고 그냥 무료하게 보내보는 것이다. 멍 때리고 누워 있다가 질릴 때까지 영상이나 책을 보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뭔가를 하나라도 하는 일상이 그리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고작 하루 가지고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이왕이면 내가 가장 생각해보지 못한 걸로. 쓸 일이 없어 배울 생각조차 안 해본 불어라든지, 관심이 없던 베이킹도 좋을 것 같다. 가끔은 쓸데없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유롭게 느껴진다. 나에게 마치 그만큼 넉넉한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3. 노잼은 무탈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돈도 되지 않는 글쓰기를 하는게 답답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다른 일을 해봐야할까,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날도 비오는 창가를 바라보며 한편으로 막막해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열이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밥도 먹지 않으니 병원에 데려가라는 것이다. 그 때부터는 노잼이고 뭐고 비상사태가 되었다. 비가 하늘 뚫린 것처럼 퍼붓고 마침 차도 수리를 맡긴 상태였다. 택시를 타고 열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달려가 진료를 보았다. 아들의 열은 새벽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딸이 옮을까봐 그 이후로는 둘을 가정보육 해야만 했다. 노잼이라고는 느낄 틈 없는 날들이었다. 그제서야 알았다. 노잼도 무탈해야 느낄 수 있는거구나. 물론 너무 지쳐서 이렇게 사는게 재미 없게 느껴지는 노잼도 있다. 하지만 어떤 노잼은 내 일상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4. 상상력을 동원해본다.
이건 내 친구가 알려준 방법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배경을 여행지라고 생각하고, 나를 여행자라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뭐든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뻔한 걸 먹어도 새롭게 느껴진다. 그냥 건물을 봐도 뭔가 의미 있게 보인다. 물론 이 방법은 상상력을 정말 최대한으로 동원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내 생각엔 MBTI의 S유형보다는 N유형에게 더 어울리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S유형이다... 사실 여행자 상상이 아니더라도 상상력을 동원해 일상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내 일상을 나혼자 산다나 동상이몽처럼 패널들이 나를 지켜보면서 얘기한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별거 아닌 일상도 패널들은 재밌어하고 신기해하면서 코멘트를 한다. 패널들이 할 만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다보면 내 일상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5. 인생은 원래 노잼이다.
인생은 대부분의 지루함과 찰나의 재미로 이루어져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다르게 재밌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도 결국 그 찰나의 재미를 담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지루함을 잘 견디면서 찰나의 재미를 최대한 잘 느끼는게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끝나고 돌아보면서 그런 재미의 순간들 위주로 떠올려보면 어떨까. 나도 일상에서는 육아로, 집안일로 지치는 게 더 크게 느껴지지만 자기 전만큼은 아이들이 예쁘고, 신기하고, 기특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이런 순간들을 자기 전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에 최대한 잘 느끼며 잡아두는 게 내 목표이기도 하다. 재미라는 기준을 너무 높게 두면 오히려 허무하고 씁쓸해질 수 있다. 마음이 통했던 대화, 잠깐씩 카톡이나 전화로 떠는 수다, 재밌게 본 짤이나 문장도 일상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잘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재미를 놓치지 않는 능력자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