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럽게 살아내기

카모메식당에서 배우는 정성스러운 일상

by AskerJ



영화 카모메식당에서는 식당주인이자 주인공인 사치에의 담담한 일상을 보여준다. 타국인 핀란드에 카모메 식당을 연 지 한 달정도가 되었지만 좀처럼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 그 곳에서 그녀는 매일 정성스럽게 식기를 닦고 식당을 청소하고 손님이 언제든 올 것처럼 성실히 음식을 준비한다. 식당을 닫고 나면 수영을 하고 자기 전에는 잊지 않고 합기도 훈련을 한다. 우연히 만나서 함께 지내기로 한 미도리가 오히려 손님이 오지 않는 것에 조바심을 낸다. 관광 안내서에 카모메 식당 광고를 내보자고 제안하자 사치에는 말한다.

"카모메 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에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이죠. 매일 열심히 하다 보면 손님도 차츰 늘 거예요. 그래도 안되면 그 때는 문 닫아야죠. 하지만 잘 될거예요."

그녀의 소신과 믿음이 빛을 발하듯 식당에는 점점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사치에는 손님이 오기 전과 다름 없이 차분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들을 대접한다.


나는 그녀의 일상을 대하는 '정성스러운 태도'에 눈이 갔다. 성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그녀는 꽤 의연하다. 식당이 잘 되는 것보다 그녀 앞에 놓인 하루의 순간순간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에 더 마음을 쏟는다. 당장 손님이 오지 않으니 부질 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도 매일 같이 컵 하나하나 마음 다해 닦는 모습은 가게 앞을 오가는 그 동네 사람들도 지켜보고 있다. 같이 지켜 보는 나도 자꾸만 마음이 가는 모습이다. 이렇게 작은 것에도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 만든 음식이라면 맛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실제로 한 번 그녀의 음식을 맛 본 사람들은 다시 식당을 방문한다. 그녀의 말대로, 매일을 열심히 하니까 손님은 자꾸만 늘어갔다.

'열심히', '정성스럽게' 라는 단어들은 어딘가 구시대적인 가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가치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성스럽게 살아 가는 것의 가치는 성과가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정성스럽게 산다는 것은 나 자신, 내 삶에게 참되고 성실하다는 걸 의미하니까. 내 삶의 순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오랜 시간을 내가 아닌 성과에 목을 맸다. 내가 카모메 식당을 열었다면 나는 매일을 목이 빠지게 손님이 오나 안오나만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내가 생각한 식당의 컨셉은 뒤로 한 채 홍보도 닥치는대로 해봤을 것이다. 식당이 잘 되는 것과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일상의 일들은 무시하거나 대충 했을 것이다. 그런 작은 일들이 손님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나를 지켜주는 것도 모르고. 내 일상을 지탱해주는 정성 없이 앞으로만 정신 없이 내달리다가 제 풀에 그만 지쳐버렸을 것이다.확실히 이런 내 태도는 치열하다. 하지만 정성스럽지는 않다. 나 자신보다 성과가 앞서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일상도 비슷하다. 하루 종일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를 대하는 일, 집안 일, 아이들을 대하는 일은 자꾸만 상대적으로 귀찮다. 버겁고 지루하게 느껴져 어찌저찌 대충 해버리는 식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 하루는 내가 대충 하는 그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음을 들이지 않는 순간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리고 만다. 그렇게 내 하루는 마치 모래성처럼 위태한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돈을 버는 일을 찾기도 전에 무너지기가 쉽다. 사치에처럼 단단한 하루들을 모아 차근히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았어도 들인 정성은 고스란히 쌓인다. 쌓이다보면 어느 새 내 눈에만 보이는 걸 넘어서 누군가의 눈에도 띄기 마련이다. 모래알 같이 대충 날려버리는 순간들을 알아차릴 때 나는 카모메 식당을 떠올릴 것이다. 담담하고 단단한 그녀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되새겨야지. 내가 알아주지 않는 일상을 누군가가 알아줄까 기대하는 일은 멈춰야겠다. 그렇게 정성의 손길을 내 작은 순간들에게로 돌리면 어떨까.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며 내 호흡에 집중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안아주는 순간들에 마음을 쏟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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