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kerJ Nov 09. 2022

나의 작고 귀여운 무기력

무기력과 함께 나아가기


오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한다고 뭐가 되긴 되겠어?"

그 목소리를 듣고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순간 힘이 주욱 빠진다. "그러게..."

딱히 초대할 마음이 없는데도 달에 한 번은 꼭 찾아오는 생리처럼 아니 생리보다 더 자주, 무기력은 나를 찾아온다.

뜬금 없이 찾아온 듯 보이지만 아주 잘 살펴보면 작은 거라도 계기는 분명 있다.

오늘의 계기는 아마도 '앞서 가는 누군가의 인스타 계정'을 본 것이 아닐까.

사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은 이미 수두룩 빽빽하고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주눅이 들고 무기력해진다면 매 초마다 널브러져 있겠지.

그러니 더 정확한 무기력의 계기는 '얼른 성과를 내고 싶은 내 조바심'일 가능성이 높다.

수익화를 위해 뒤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한지 4개월 차, 그간에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업계정의 팔로잉도 일조했지만)팔로우도 생각보다 빨리 1k를 찍었고, 인스타툰도 벌써 19편이나 그려서 업로드를 했다.

툰을 그리면서 폰트나 표지 등을 변경해가며 보다 가독성 있게 바꿔보기도 했다.

특히 10월은 내 계정의 방향성과 컨셉을 보다 명확히 하는 달이었다.

인스타툰의 이름도 정해보고 프로필도 변경했다. sns마케팅과 콘텐츠에 관한 책도 4권 이상 읽었다.

분명 이렇게 해내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어느 날은 해낸 것만으로 만족스럽다가도 어느 날은 그저 의미 없는 발버둥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제는 일을 하며 육아를 하는 워킹맘 친구 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충 짐작해도 힘들 수 밖에 없는 삶이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 많이 힘들고 지쳐 있었다.

링겔을 맞고 싶어도 링겔을 맞을 여력조차 없는 삶. 안타깝고 안쓰러웠던 동시에 그렇게 치열한 그들의 시선 속에 나는 어때보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분명 나도 매일 같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 일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는 건 어쩐지 자신이 없다.

인스타툰을 그리는 모습을 업로드 했더니 거기에는 '육아하면서 이렇게 취미생활 하는 거 너무 멋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나름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취미생활로 보인다니 어쩐지 씁쓸해졌다. 씁쓸한 마음을 부여잡고 가만히 그 아래 깔린 마음들을 읽어줘본다.

'남들에게도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구나. 육아만 하는게 아니라 어엿한 한 명의 사회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구나.'

여기까지 하니 나는 자꾸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 나를 비춰보려하는 사람이구나 깨닫는다.  

이제는 내 기준을 단단히 세워두고 그 기준으로만 나를 바라봐주고 싶다.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지지해주는 생각만 받아들일 것. 최근에 읽은 책에서 배운 백만장자의 비법 중 하나다.

오늘은 어쩐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힘빠지게 만드는 생각들만 눈에 띄니 새롭게 만들어야 할 판이다.

내 안에 갇혀 허우적댈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환기하는 것도 한 방법! 냉큼 나에게 다시 힘과 위로를 줄 대상에게 말을 걸어본다.

지금의 내 불안과 의심은 너무 당연하고, 그만큼 이 도전에 진심이라는 뜻이라고. 따뜻하면서도 일리있는 답이 돌아온다.

맞다. 불안과 의심을 한껏 머금은 나의 무기력은 내 열정과 진심의 그림자다. 불청객인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그만큼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걸 얘기해주러 왔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무기력이 갑자기 귀엽고 애틋하다. 의욕적으로 달리기만 한다면 그만큼 금방 지칠테니까. 지금 너무 조바심 내고 있다며 잠깐의 브레이크를 걸어주려고 하는 거구나.

내 마음대로 무기력의 호의라 생각하며 와락 껴안아주기. 그리고 어깨동무하며 같이 뚜벅뚜벅 나아가기.

막상 가까이 하니 막연히 느낄 때보다는 훨씬 작다. 이 작은 친구가 그간 나를 막아선다고 생각했군. 앞으로는 너의 방문을 좀 더 반겨줄게. 잘 부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