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를 육아에 적용하는 꿀팁
만 3세가 된 작년 한 해, 주기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았다.
아들이 다른 친구들을 때리거나 꼬집어서 상처를 냈다는 연락들을.
주기가 길면 2,3개월, 짧으면 한 달만에도 연락이 왔다.
살면서 거의 써 본적이 없는 사과편지를 작년 한 해 몇 통이나 썼던지.
누군가의 앞에서 죄송하다, 주의시키겠다, 잘 교육시키겠다
깊이 머리 숙여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를 자꾸 죄인으로 만드는 아들이 미울 지경이었고,
점점 더 아들의 공격적인 모든 행동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대안 행동과 말도 열심히 반복하고 가르치며
같이 손 잡고 심호흡하고 해야할 말과 행동 지침도
내 기준에서는 세뇌수준으로 얘기해주었다.
그러나 조금만 여력이 없어지면 나는 단호함을 넘어서
조바심과 불안에 다그치게 되고
뭐라 이성을 잡고 말하기 전에 화부터 치솟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차례 주의를 받은 아들이 내게 말했다.
"난 못해."
아직 어리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잘하는 것, 이기는 것이 중요한 기질을
타고 난 아들이 잔뜩 풀 죽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문제 행동을 고치고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인데
아이의 자신감, 자존감을 깎아먹고 있구나.
아이를 안고 조용한 방에 들어가 단 둘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문득, 최근에 읽었던 인기 자기계발서 '퓨처셀프'가 떠올랐다.
한 권의 책을 단 한 줄로 요약한다면,
'미래의 원하는 내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어야,
현재의 내가 그 모습에 가깝게 변할 수 있다.'는 책이었다.
여기서 배운 인사이트를 육아에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꽤 효과적이었다.
나: "아들, 너는 분명히 잘해낼 수 있을거야. 지금은 연습 중이라 그런거야.
나중에 친구들이 아들한테 물어보게 될거야.
'어떻게 너는 그렇게 화가 나도 화내는 대신 말로 잘 얘기할 수 있어?'
친구들이 그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해줄거야?"
아들: "(빙긋 웃으며)심호흡 하면 돼~"
나: "아 그래? 어디에서 심호흡 해야 돼?"
아들: "화나게 한 친구가 안 보이는 데서 해야 돼"
나: "어? 그건 왜?"
아들: "그 친구를 보면 화가 계속 나니까."
나: "정말 잘 알려주네! 그리고 엄마한테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볼거야.
'어떻게 이렇게 화나도 누굴 때리거나 소리지르지 않고 말로 마음을 잘 얘기하는
멋진 아들로 키웠어요?' 그러면 엄마는 이렇게 대답할거야.
'아들이 제가 가르친대로 잘 연습해서 그렇게 됐어요!' 어때?"
아들은 어느 새 마음이 완전히 풀린 채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는 그 순간 우리가 원하는 그 미래의 순간으로 가서 함께 하고 있었다.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들의 자신감이 꽤 회복된 듯 했다.
무엇보다 내가 한 이야기에 내가 무척 위로를 받았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모습인데 현재를 보면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을까봐,
오히려 더 나쁜 쪽으로 가게 될까봐 나는 많이 무섭고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 대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느껴볼 수 있었다.
그 어떤 위로와 조언보다 안심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후로도 아들의 행동은 아직 진행 중이고,
나 역시도 항상 이렇게 이성적이고 긍정적으로 훈육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시도해 볼 생각이다.
현재의 어려움이 미래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믿어주는 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