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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erJ Mar 22. 2024

여동생 결혼식 축가를 연습하다 울어버렸다.

눈물이 별로 없는 내가 울다니!


지난 주말에는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연년생이지만 결혼을 상대적으로 빨리 해서 벌써 결혼 10년차인 나와 이제 막 부부가 되는 날을 앞둔 내 여동생. 이쁘고 키크고 몸매도 좋아서 같이 다니면 여동생에게 쏟아지는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질 정도였고 연애도 끊임 없이 했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많이 주진 않아서 가족들도 내심 '얘는 결혼 안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동생이다. 굳이 '여동생'이라고 짚은 이유는 나에게 '남동생'도 있기 때문인데, 막내인 남동생도 몇 년 전에 결혼을 했기에 부모님도 더 이상 여동생의 결혼을 급하게 생각하시지 않았다. 그런 여동생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을 만나고나니 그간 만났던 사람들과의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어떤 조건들 때문이라기보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하지 않아서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여동생이 직접 말할 정도로 이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처음에는 괜히 내 여동생이 더 아까운건 아닌지, 정말 괜찮은 사람이 맞는지 매의 눈으로 확인하려던 마음이 없진 않았으나 이내 나와 고작 한 살 차이인 여동생을 믿고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을 축하하고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여동생의 결혼식에 내가 축가를 하게 된 사연이 있는데, 다름 아닌 내 '한풀이' 때문이었다. 나는 사실 내 결혼식에서 내가 축가를 부르고 싶었고 심지어 할 수만 있다면 춤까지 추고 싶었는데, 유투브에서 신부의 춤을 보고는 생각했던 모습과 달라 그만 접어버렸다. 그냥 노래라도 했으면 될 것을 몽땅 접어버렸다가 두고두고 한을 품는 나를 보고 남편은 이럴 거면 남은 가족들의 결혼식에서 한을 풀어보는 것이 어떻겠냐 했고, 그걸 여동생이 흔쾌히 들어준 것이다ㅋㅋㅋ 결혼식을 몇 달 앞두고 슬슬 축가를 고르기 시작했다. 첫 후보로 아이유의 '마음을 드려요'를 뽑았다. '사랑의 불시착' OST였던 노래인데 그만큼 애틋한 곡이기도 하다. 축가는 모름지기 노래 자체도 좋아야 하지만 부르는 사람이 편하게 부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몇 번 불러보기로 했다. 그것도 차 안에서. 해보니까 노래방에 갈 거 아니면 노래 연습하기에 차 안만한 공간이 없다. 물론 달리는 차 안 말이다. (주차장에선 좀 민폐일듯..ㅋㅋㅋ) 그래서 아이들 등하원 드라이브 길에 불러보기 시작했다. 뭐 이왕 부르는 김에 축가니까 짧게라도 멘트를 좀 넣어볼까 싶어 어떤 말을 해볼까 생각했다. 근데 그 멘트를 떠올리는 순간, 내뱉기도 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떠올린 멘트는 다름이 아니라 가사 '부디 행복한 날도 살다 지치는 날도 모두 그대의 곁에 내가 있어줄 수 있길' 이라는 가사에 이어서 '언니도 너의 곁에 계속 있을게' 뭐 이런 말이었다. 


그 말과 함께 그간 동생과 보낸 시간들이 떠올라서였을까. 여동생은 나와 대학교 2학년때부터, 그러니까 여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내가 결혼할 때까지 20대의 대부분을 같이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함께 있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나는 대학생활로, 동아리 일로, 연애일로.. 바빴다. 여동생은 나와 달리 착실하게 학교, 집 그리고 연애만 하면서 지냈다. 밖으로만 나돌았으면 좋았을껄 신나게 놀고 놀았던 나는 같이 사는 여동생에게도 참 많은 민폐를 끼쳤다. 차도녀처럼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마음은 여리고 여린 여동생을 상처 주고 울리기도 했다. 연년생인데도 여동생은 단 한 번도 나에게 '야'라고 불러본 적 없이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막 대한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의 싸움은 보통 싸움이라기보다 내가 몰아붙이고 여동생은 울어버리고 그런 여동생을 정신이 든 내가 미안하다며 열심히 달래주는 양상이 되었다(대체 뭔 일로 그렇게 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서 더욱 미안하다). 물론 언니랍시고 동생 대신에 나선 일들도 많았다. 대리 쌈닭이 된 적도 있었다. 그냥.. 그 모든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면서 여러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고 애틋하고 고맙고 짠한 그 모든 마음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울컥 눈물로 나와 줄줄 흘렀다. 애들 하원길이라 오열로 번지는 걸 막느라 부랴부랴 노래를 껐다. 내가 여동생에 대한 마음이 이랬구나... 새삼 확인하게 된 눈물이었다. 


결과적으로 축가는 바꿨다. 꼭 눈물 때문만은 아니고... 아니 결국 그것 때문인가. 아무튼 아예 다른 분위기의 곡인 서영은 리메이크곡 '좋아좋아'로 바꿨다. 원곡이 옛날에 나와서 어르신들도 대부분 아시고 밝고 부를만한 곡이라 선택했는데 동생도 자신의 오열을 걱정했던 터라 좋아했다. 그런데 웬걸, 이 노래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고 멘트도 그냥 내 소개 정도로 별 감정 없는 걸로 준비해서 자신 있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1절이 막 시작되지마자 여동생이 내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참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왜 그래 기지배야! 기껏 밝은 곡으로 준비했더니!' 하며 동요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고 이제 제부가 되는 분을 보고 더 밝게 부르며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정작 오열 포인트인 부모님과의 인사에선 울지 않았던 여동생에게 나중에 물었다. 대체 왜 울컥한거냐고. 너 때문에 나도 감정선 흔들릴뻔 했다고ㅋㅋㅋ '그냥 날 위해 축가해준다는거에 울컥한듯..ㅋㅋ' 라는 여동생의 답이 돌아왔다. 미안하지만 애초에 이 축가의 시작은 내 한풀이였어 동생아..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기쁘고 고마웠다. 기지배, 언니 축가 잊지 말고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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