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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erJ Mar 31. 2024

결혼 10년차,이제야 왜 남편과 결혼했는지 알게 되었다

살면서 주기적으로 궁금했던 그 이유

보통 결혼을 주위에 알릴 때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됐어?
어떤 점이 좋아서 이 사람이랑 결혼하게 된 거야?


워낙 과거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그 당시 뭐라고 했었는지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3년 반 동안 연애하고 결혼을 했으니 다들 새삼스러워 굳이 묻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남편과 나의 많은 공통점 중 하나가 '연애와 결혼은 별개가 아니니까 연애할거면 결혼까지도 생각하면서 한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라서 둘 다 굳이 '결혼하는 이유'를 새삼 생각하면서 결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헤어지지 않고 연애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이대로 때 되면 결혼해도 괜찮다는 뜻이었기에.


그래서인지 오히려 결혼을 하고 나서야


근데 내가 왜 이 사람이랑 결혼을 했더라? 뭐가 좋아서 했더라?


질문이 고개를 드는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물론 결혼생활이 평탄할 때 보다는 어딘가 삐그덕거릴 때 드는 의문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많이 좋아했고, 둘만의 낄낄대는 순간도 많았지만 못지 않게 자존심 내세워가며 싸울 때도 많았고 특히 결혼 준비기간에 당시 갓 회사생활을 시작한데다가 아버님의 건강 적신호가 터져 더욱 예민했던 남편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재수 없을 정도로 까칠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 때의 나에게 묻고 싶어졌다. 당연히 그 때의 나도 무던하진 않아서 괜찮지 않았다. 상처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의 상태가 이해되었기에 참다가 얼추 결혼과 관련된 준비가 끝난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남편에게 말했다.


그간 참아왔는데 이대로 결혼하는 것보다 진짜 결혼할지 생각할 시간을 좀 가지는게 좋을 것 같아.


사실 뭔가를 일정 기간 이상 참는 것도, 그걸 참았다가 갑자기 얘기하는 것도 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는데 그만큼 '결혼준비'라는 일이 꽤 특수한 맥락이었나보다. 어쨌든 당시 남친이었던 남편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덕분에 정신을 좀 차렸기에 어찌어찌 결혼식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비인 듯 했던 결혼을 하고 나니 그간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안정을 되찾았다. 연애와 달리 근 30년 간 서로 다른 생활패턴을 가진 성인 2명이 함께 하는 일이라 난이도(?) 더 높았음에도 오히려 우리는 거의 싸우지 않고 지냈다. 그의 마음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남친도 아니고 남편한테 신경질 내서 뭐해. 자존심 세워서 뭐해. 서로 달라서니까 그냥 넘어가자!


당연하지만 결혼하고나서야 나는 내가 남친과 남편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걸 알았고, 좋아해도 타인인 남친보다 얄미워도 가족이 된 남편에게 훨씬 관대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남편 역시 결혼을 하고 나니 거주공간이 안정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서 다시 적당한 섬세남(!)으로 돌아오게 되었다(상태 좋을 땐 섬세, 상태 나쁠 땐 예민...ㅋㅋㅋ). 그 뒤로도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신혼 몇 년을 보내다 아이들 낳고서는 또 다시 위기와 우당탕탕을 겪었다. 그 우당탕탕 기간에는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위문이 아닌 스스로를 다그치는 통탄의 말들을 던지곤 했다.


대체 왜 이사람이랑 결혼했어!!! 대체 왜 왜!! 무슨 놈의 정신머리였던거야 정말!!!


당시의 마음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말이지만 그마저도 또 지나갔다. 세월 참... 몇 번의 관계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남편이랑 결혼한 이유를. 아니, 남편이랑 '아직도 함께 살고 있는 이유'를.


지지고 볶고 해도 이만큼 티키타카가 잘 되고 서로 솔직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는 관계는 아직 없어서.

우리의 롤러코스터 중 밑바닥의 일부를 보게 된 우리 아가씨(남편의 유일한 동생)은 그걸 보고서도 그랬다. "그래도 언니 오빠를 보면 결혼하고 싶어져요. 친구처럼 투닥거리면서도 재밌게 대화하면서 사는게 좋아보여서요." 고마우면서도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도 좋아보이긴 하는구나 싶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이런 사람이 아닌데 했던 날들을 지나 그래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랑 살고 있구나, 우리의 지난한 노력들이 쌓여 '그럼에도 서로를 믿고 좋아하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만들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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