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그냥 평범한 엄마 할게

by AskerJ

뒤 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결혼하고 나서 몇 년을 SNS와 담을 쌓고 지내며 느낀 편안함을 포기한 것은 꽤 큰 결심이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시작한만큼 지인들보다는 다른 영유아 엄마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게 가뜩이나 자괴감에 찌들기 쉬운 초보엄마에게는 엄청난 자극의 늪이 될 줄 모르고...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나 자주 놀러다닌다고? 이렇게 좋은 곳들을 간다고? 이렇게 이쁘게 센스있게 입히고 꾸민다고? 이게 가능하다고?

한 두명만 그러면 그 한 두명이 특별하다고 생각할텐데 내 눈에는 나 아닌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래보였다. 아이를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기본옵션이었다. 심지어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건데도 보이는 것만 같았다. 육아가 힘들고, 자유부인의 시간이 달콤하다는 게시물도 분명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내 육아가 달라질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매 주말이 다가올 수록 뭘 하며 보내야 되나 고민을 하고 이쁜 옷보다는 대충 편안하고 무난한 옷을 입힌다. 아이들은 좋지만 육아는 힘들고, 더 아기일 때의 아이들이 그리워도 절대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충격과 자극을 받아서 변하는게 없다는 건 지금 이게 내 최선이라는 뜻이다. 그런 내 육아 중 인스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건 '우리 둥이는 사이가 좋은 편이에요.' 뿐이다. 그마저도 누군가에게는 괜한 자극이 될까 무서워 '얘네도 싸울 땐 싸워요.'를 노심초사 덧붙이곤 했다. 시간이 흘러 무뎌진 것인지 인스타 세상에 내가 적응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육아피드로 자극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어쩌면 '나는 그냥 평범한 엄마다'라는 걸 인정하고부터일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체력 좋은 엄마, 아이들에게 많이 다정하고 관대한 엄마 등 내가 지향하지만 아직 거리가 먼 캐릭터들은 부럽다. 그러나 이번 생애에 절대 될 수 없는 모습들은 그저 드라마 보듯이 지나칠 뿐이다.



내 한계를 받아들이는 일은 아프기도 하지만 한결 편안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화를 덜 내려고 애쓰지만 자주 실패하곤 한다. 후회도 많이 하지만 아이들에게 바로 사과를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알아주려고 애쓴다. 원하는만큼 다정하고 스윗한 엄마는 못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음을 담은 표현들은 해주려고 한다. 급하고 빠른 내 템포로 아이들을 몰아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말과 행동을 느리게 한다. 체력이 바닥날수록 화가 나기 쉽다는 걸 알기에 틈나는대로 영양제와 아르기닌을 때려넣고 운동을 한다.

이런 노력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욕심 많고 이기적인 나를 간신히 평범한 엄마로 만들어 주는 것들이기도 하다. 때로는 비교할 수도 없는 모성애를 비교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쉽게 포기해버린다. 이런 나 이상의 어떤 대단한 엄마가 되는 것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나로서의 최선을 다하는 것. 정말 이게 최선인지 의심되는 날에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을 연습하기로 했다. 내일은 뭐라도 좀 낫겠지 하면서.

그렇게 나에 대한 체념으로 내가 조금씩 가벼워지길 바란다. 가벼워진만큼의 여력이 나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도 때가 되면 엄마의 한계에 대해 말해주어야 되지 않을까. "엄마는 그렇게 대단한 엄마가 아니야. 그냥 평범한 엄마 할게." 나의 한계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실망이 되진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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