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을 수 있는 자유

by AskerJ


내가 지금의 나에게 주고 싶은 유일한 것은 '마음껏 가라앉을 수 있는 자유'이다. "배고픈 것도 귀찮아." 하면 어떤 핀잔이나 잔소리도 보태지 않고 "맞아, 귀찮지." 해주는 것. 충분히 가라앉아서 바닥에 닿을 때까지, 그리고 그 바닥에 누워 있고플만큼 있을 때까지 그냥 내버려둬 주는 것. "괜찮아, 그래도 돼. 너한테 지금 필요한 게 가라앉는 거라면 그렇게 해." 라고 진심을 다해 말해주는 것. 그리고 정말로 괜찮은 마음으로 가라앉은 내 옆에 있어주고 싶다. 그저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면서.


작은 틀어짐도 세상 무너질듯 큰 일로 느끼고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은 나를 야금야금 지치게 만든다. 간급한 사이렌이 너무 자주 울리는 탓에 피곤하다. 내 상태에도 타인의 상태에도 지나치게 예민하다. 좀 틀어질 수도 있지, 어떻게 세상만사가 마음대로 되나. 나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제일 답답하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믿어주는 것'이겠지. 정확히 말하면 '나를 여기로 보내신 분'을 믿는 것. 무슨 일이 생겨도 결국은 괜찮을거다. 그 무슨 일이 나를 어떻게 하진 못할거다.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나뿐이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차분히 대할 수 있어야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어떻게 살래.'하고 조바심 어린 핀잔을 건네는 대신, '그럼 할 수 있는만큼 아무것도 하지말자.'억지로라도 말해본다. 어차피 나는 뭐든 제약이 있다. 엄마니까.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어느 정도의 기운을 차려야하고 기본적인 육아를 해내야한다. 그냥 가라앉아있고만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건 불행일까 다행일까. 이 제약 안에서라도 마음껏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상태로 있게 해주고 싶다. 그래야 아이들도 떼를 부리든 고집을 부리든 일단은 그 상태를 인정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나를 잘 대해줘야하는건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래야만 내 육아가 나아지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으니까. 아니, 오늘은 그냥 좋은 엄마도 됐고 나를 위해서만 하자. 우선 내가 너무 필요하니까. 오늘의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더 나아지지 않아도 돼. 그냥 너로 충분해.'하고 최대한 따뜻하게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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