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by AskerJ

지난 주에 하원하면서 아들이 같은 반 여자친구의 얼굴을 잡아뜯어서 상처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또...” 마음이 금새 무겁게 가라앉았다. 엄청 빈번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없던 일도 아니고,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순식간에 죄인 되는’ 마음은 쉽게 소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아프게 하고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은 마치 내가 그 일에 관여한 것처럼 나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원장선생님이 발달과정에서 아직 말로 표현하는 것이 미숙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해 주시는게 감사하긴 해도 불안과 걱정이 일정 부분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장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우리 아이의 이런 행동이 정상범주 안에 있는 수준인지를 물어보았다. 내가 놓치고 있는게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건지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는 질문이었다. 일반적인 남아의 발달적 특성이라는 답변을 받고 한 다음 말은 ‘선생님들도 사람이다보니 우리 아이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까봐 걱정된다.‘는 낙인에 대한 우려였다. 어쨌든 사안이 생겼으니 이런 일을 더 빠르게 중재하고 방지하기 위해 아이를 주의 깊게 볼 예정이나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따라다니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 뒤에 원장 선생님이 마침 그 사건(?)이 있을 때 아이들 반에 있으셨고, 아들이 다른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우산사세요~ 우산사세요~” 하는 걸 보셨다고 하는 말씀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오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남편은 ’도대체 그 말에 왜...?‘ 라고 했는데 그 말씀을 듣고 그려지는 아들이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놀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으면 쉽게 속상해하는 아이인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원장선생님께 선생님들이 우리 아들을 ’천덕꾸러기‘로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 내가 아이를 그렇게 봤다는게 너무 미안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동갑인 딸과 다르게 감정표현이 점점 거세지는 부분들에 놀라는 걸 넘어서 한편으로는 ’얜 대체 왜이러지..?“ 싶었던 것이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민망스러울 정도로 뻔하다. 남아의 일반적인 특성과 발달과정에서의 특성을 빼더라도 성격이 급하고, 빈정이 잘 상하고, 분노라는 감정에 취약한 점은 너무도 남편과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와 너무 닮아있기에 더 의연하게 대처하며 잘 가르쳐줘야될 부분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빨리 뿌리 뽑아 없애버리려고 달려들지 않았나 싶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또 얼마나 마음이 다쳤을지...


원장선생님 말씀대로 죄책감으로 연결짓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될 때까지 잘 알려주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이란 걸 알았지만 쉽지 않았다. 친정엄마랑 통화를 해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친한친구와 통화를 해도 어쩐지 마음이 잘 정리되지 않고 답답했다. 가장 막막하게 느껴지는 건 내 한계였다.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지만 나라는 사람이 그걸 일관적으로 잘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자꾸만 무력해졌다. 결국 상대 부모님에게 사과편지를 쓰는게 좋을 것 같다는 원장선생님의 말을 듣고서는 더더욱 그랬다. 머리로는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하고 사과편지로라도 마음이 풀리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참담해졌다. 이 모든 마음들을 안고 있자니 한 것도 없이 피로해져서 잠시 눈을 붙였다. 까무룩 잠이 들고 나서 깨어도 답답한 마음을 안고서 가만히 누워있다가 문득 나에게 말을 건넸다.


이렇게 어렵고 버거운 하루들을 잘 버텨내줘서 고마워.


아주 생소하고 낯선 말을 듣고서야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하원시간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나는 한동안 울었을 것이다. 다행히 잠깐의 위로에도 꽤 힘이 났다. 그토록 무거웠던 문제가 좀 더 가볍게 느껴졌다. ‘아니 사과편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얼마나 다행이야? 이 걸로 해결될 수 있다면 까짓 사과편지 백 장이라도 더 쓸 수 있지!’ 하고는 툭 털고 일어나 편지를 뚝딱 써냈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문득문득 마음이 어렵다. 아이에 대한 마음도 오락가락 복잡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도 이게 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잘 참아가며 다독이다가도 치솟는 화를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다 아이의 손을 맞잡고 엄마도 같이 노력하겠다 다짐한다. 어른인 나도 쉽게 안되는 걸, 아직도 이렇게 애쓰는 걸 이 어린 아가에게 기대하는 건 가혹하다는 걸 느끼고 다시 다잡는 걸 반복한다. 그냥 ‘아 이놈의 육아 졸라 어렵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 요란법석한 마음에는 그저 ‘고맙다, 애쓰느라 고생이 많다’는 연고를 열심히 발라야 된다는 걸 아주 잊지는 않기로 한다.



*다음 편에는 ‘자꾸 친구를 때리는 식으로 표현하는 아이, ’~하면 안돼‘와 같은 훈육의 말에 너무 민감한 아이’에게 해 본 여러 시도들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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