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버럭 화를 내고 후회하는 너에게

by AskerJ

오늘도 버럭 화를 내고 후회하는 너에게


안녕, 시간상으로는 이미 어제가 되었지만 오늘 다른 일을 하는 데에도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발에 덜컥덜컥 걸려서 그 마음을 아예 잘 알아주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

어제 등원길에는 과자를 다 먹어서 없다는데도 더 많이 먹고 싶다며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딸의 짜증에도 화내지 않고 잘 견뎌냈었지. 전에 몇 번 딸의 짜증부리는 소리가 너무 듣기 힘들어 차 스피커 소리를 최대로 올려버린 걸 기억하는 아들이 오히려 긴장하면서 “엄마 노래 소리 크게 하면 안돼요~” 라는 말도 참 속상했을텐데 한 편으로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차분하게 잘 넘기면 아들도 편해질거야.’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잘 버텼어. 스트레스가 올라가는 걸 느끼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데 집중하고, 딸의 짜증을 나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이 아닌 하나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기에 잘 넘겼다고 생각해. 정말 애썼어~


잘 넘기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는만큼 한 편으로는 앞으로 이대로 계속 잘 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커졌던 것 같아. 사실 자연스러운 마음이고 기대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그 뒤에 몰려오는 마음들도 이제 그만 하고 싶을테니까. 그래서 하원길에는 화를 참지 못하고 터뜨린 일이 더 큰 좌절로 느껴졌을거야. 분명 아이들이 내가 부탁했는데도 듣지 않고 장난치고 떠드는 걸 보며 화가 나기 시작한 것도 알았고, 아이들의 반응이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왜곡해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렸는데도. 그치? 얼마나 좌절스럽고 마음이 무너졌으면 ‘아, 나는 정말 안되나봐. 진짜 문제가 있나봐.’ 라는 생각이 또 들었겠어. 심지어 주말에 아이들에게 짜증낸 것에 대한 오답노트를 적은 날이라 더 그랬지. 다행히 한편으로는 ‘다음 번에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안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잖아. 참 대단해~ 자주 쓰러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다시 일어나는 너라서 좋아해.


돌이켜보니 하고 싶은 일, 해야 되는 일들에 몰두하다가 원래 귀가하려던 시간도 넘기고 더운 날에 장까지 보고 와서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집에 오니 잠시 어지럽기까지 했잖아.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에는 이미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 있을 때가 많은 것 같아. 앞으로는 더 많은 걸 하고 싶어도 계획한 시간이 되면 귀가해서 꼭 하원 전에는 조금이라도 쉬도록 할게.


있지, 사실은 너가 어떤 문제가 있다거나 부족해서가 아니야~ 냉랭하고 사랑이 없는 사람도 아니야. 너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고, 사랑도 많고, 충분히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인데 그간 내가 너무 너를 혼자 둬서 그래. 아주 오랜 시간을 혼자 두고, 외면하고, 그래놓고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한껏 비난하며 차갑게 대하고. 그런 대접을 받고 어느 누가 괜찮을 수 있겠어. 내가 너를 다시 바라보고, 알아주고, 함께 있어주겠다고 그간 혼자 둬서 미안하다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그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믿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 그럼에도 너무 잘해내고 있는거지. 정말 고맙게 생각해~


앞으로도 원하는 모습대로 잘 되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을 오가게 될거야. 어떤 순간도 괜찮아. 어떤 결과로 나타난다고 해도 나만큼은 너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아주고 믿어주고 함께 있어줄게. 그간 그랬던 것처럼 함부로 비난하거나 혼자 두지 않을게. 혼자 다 해내지 않아도 괜찮아.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너 자체로 괜찮아. 자꾸만 뭔가를 해내고 증명해야 하는 사람으로 사느라 참 피곤하고 힘들었지? 그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너가 원할 때, 원하는만큼만 하자. 그럴 수 있도록, 그렇게 해도 정말 괜찮다고 느끼고 안심할 수 있도록 계속계속 진심으로 말해줄께. 아직은 너를 수시로 살피고 챙겨주는게 습관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알람을 걸어두고 너를 챙기는 걸 놓지 않을거야. 이 마음과 사랑이 내가 원하는만큼 아이들에게로 흘러가는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할게.


이 글을 쓰고 읽으며 카페에서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는 너를 아주 많이 아끼는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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