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어느 새 너희가 자라 내일이면
엄마아빠와 살던 집을 떠나
너희만의 공간으로 간다니 여러 마음이 든다.
이제 와 고백하지만 너희가 무척 어릴 때의 엄만
이 날을 내심 기다렸어.
좀 서운하려나? 너희를 많이 사랑하지만, 아직 책임지고 엄마가 해줘야 될 부분이 많은 아기들이었기에
다 해주면서도 엄마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시간과 에너지가 자꾸만 부족하게 느껴져서 조바심이 나더라.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동동거리지 않아도 기다리는 그 날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테니 그냥 지금의 부대낌을 힘들어도 조금은 즐겨보라고,
주어진 자유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니
그 시간을 야무지게 즐기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조금 편하게 있어보라고 해주고 싶어.
사실 그 날들은 사랑하는 너희들의 눈을 보고, 함께 웃고, 장난치며 낄낄거리는 시간보다
얼른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미션들이 이어지는 시간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
돌아보니 참, 너희에게 기본적인 걸 챙겨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순간을 놓친 것 같아 새삼 아쉽네.
지금은 사진과 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아기인 너희들.
그렇게 동동거리는 엄마 밑에서도 너희는 끊임없이 조잘대고 해맑게 웃고,
마음껏 울고 짜증내며 너희의 존재를 마음껏 펼쳐갔어.
그게 엄마는 항상 고마웠단다.
엄마의 조바심은 그저 엄마것으로만 남길 바랐거든.
너희들 안에 조바심 어린
재촉하고 닥달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건 엄마꺼니까,
얼른 엄마한테 넘겨주고
다시 너희 속도대로 편안하고 즐겁게 갔으면 좋겠어.
엄마도 이제 그 목소리를 잘 다룰줄 아니까, 걱정은 말고.
엄마는 너희를 잘 알면서도 사실은 잘 모르기도 해.
너희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건 항상 너희 자신이라는 걸 잊지마.
혹시라도 스스로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땐 엄마랑 얘기할 수 있어.
그럼 엄마가 아는 너희에 대해 얘기해주고,
다시 스스로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해줄게~
너희들은 사실 엄마아빠 곁을 떠날 사람들이란 걸,
몰랐던건 아니지만 조금 더 자주 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지낼걸 그랬어.
슬퍼하자는게 아니라,
너희가 엄마인생의 소중한 손님들이라는 걸
잘 기억해두고 그렇게 대접하려고 좀 더 신경써볼껄 싶어서.
되게 아쉬워 하는 듯 하지만
사실 돌아가도 엄만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아.
그 때의 엄만 나름 최선을 다했거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아쉽다고 해서 그 때의 최선을 깎아내리고 싶진 않아~
너희까지 알아주진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엄마 자신은 걸어온 길에 당당하려구.
너희도 지나온 길들에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순 있겠지만,
너무 그 아쉬움에 발목 잡혀있기보다
오늘의 최선에 집중하길 바라.
그 땐 그게 자신의 최선임을 믿어줘야
앞으로 한 걸음 내딜 힘이 생기더라.
우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앞으로 너희가 겪을 모든 일들로부터 지켜줄 수도 없지만 이거 하난 약속할게.
너희가 살다가 엄마아빨 필요로 할 땐
항상 충분히 같이 있어줄거라는 것.
엄마아빠의 삶을 살아가다가도
너희가 달려오는 순간엔 너희 옆에 있을거야.
물리적으로든 마음으로든...
이 약속 자체가 너희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는 함께 태어났지만,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해.
서로가 함께 자라 각자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했겠지만,
그것마저도 너희가 각자 뚜렷한
자신만의 멋진 색을 가졌단 뜻이란다.
그러니 살아가며 계속 바뀌기도 할 너만의 색을 봐주면서,
그 색을 감상하면서 가길 바랄게.
무엇보다 엄마가 너흴 감상하고 감탄하며 살아왔어.
앞으로도 즐겁게 지켜볼게! 사랑해~
*이 편지는 현재 만 3살의 남매쌍둥이를 키우는 엄마가
20대가 되어 독립하게 된 아이들을 상상하며 쓴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