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찌질함을 가장 잘 아는 남자
고마운 나의 찌질메이트
어제도 나는 욱했고,
욱해서 정색해 놓고는
다음 순간 후회하며 되도 않는 수습을 하려 애썼다.
그리고는 그런 스스로의 찌질함에 한탄을 했다.
이 정도면 욱도 습관이라,
욱하는 포인트를 알고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는 한 차례의 후회폭풍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부분을
'스스로의 미성숙함'으로, '내 부족함'으로,
'오답'으로 받아들일 때
내 '욱함'은 나의 '수치'가 되고
그걸 수습하려는 노력은 '찌질함'이 된다.
답답한 마음에 내 찌질함에 대해 고백하니
남편 왈, 'ㅋㅋㅋㅋ그게 자기잖아요'.
흥! 그래 맞아, 이게 나지.
괜한 심술이 불쑥 올라왔다가
이내 안도감으로 가라앉는다.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받기가 쉽진 않다ㅋㅋ)
이 솔직한 인정이 주는 위로가 분명 있다.
어떤 평가도 없이 그저 조용히
거울로 나를 비춰주는 느낌이랄까.
그것도 너잖아. 뒤에 '그래도 괜찮아'라는 말은
상대가 한 적 없지만 괜히 스스로 붙여본다.
이 사람은 내 밑바닥을 다 안다는 것,
나도 꼴보기 싫어하는 내 찌질함을 다 알고도
나와 살고,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 자체가 위로다.
물론, 나도 그의 밑바닥과 찌질함을 모두 안다.
그럼에도 그를 좋아한다.
한 때는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 애정이었지만,
이제는 이게 같이 치열하게 부대끼며
살아온 관계에서만 나올 수 있는
피땀 섞인 애정이자 의리임을 안다.
서로의 약점을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으면서
농담거리마냥 같이 낄낄대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너도 나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걸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덕분에 내 찌질함에 너무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