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 출발 하는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행복과 건승을 기원하며 최근 본 영화 '다음소희'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프리카 속담에 “멀리 가려거든 같이 가라” 말이 있다. 영화 “다음 소희”가 딱 그 표현에 맞는 영화이다.
정주리 감독은 영화 '다음소희'를 통해 현실의숨겨진 이면을 보여주고 '다시'는 '소희'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몇 천 마디 말보다도 현실을 바꿔내는 힘이 있는 것이다.
영화 '다음 소희'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이기도 한데 정주리감독은 2014년 장편영화 '도희야'를 만들고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정주리 감독 무대인사(2023.2.22)
‘다음 소희’는 2016년 전주 LG U +서 현장실습 나간 특성화고 학생(홍수연 양)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졸업을 앞둔 여고생 소희(김시은)가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영화시사회는 민주당 교육특위( 위원장 서동용)와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박주민) , 여성위원회( 위원장 이재정) 주최로 열렸는데 감정노동자들과 조합원들, 홍수연 양 아버님, 김용균 님 어머니, 한빛아버지 이용관 님이 함께 관람했다.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노력해야 하는 이들 모두 함께 본 것이다.
영화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춤추기를 즐기는 특성화고 애견동물과 학생인 소희는 직설적이고 정의파이다. 그녀에게는 학교를 중퇴한 친구와 춤추기를 좋아하는 남자선배가 있다. 영화는 있을법한 특성화고학생들의 학교 밖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소희가 졸업반이 되자 담임의 말- “노력해서 뚫어온 대기업 사무직 자리(?)이니 열심히 다니라”는 부탁과 함께 이중계약서를 쓰고 업체에 파견된다. 그런데 그 대기업 사무직이란 것이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처럼 한해 근로자 600여 명이 퇴직하고 600여 명이 신규로 들어오는 엄청 고달픈 자리이고, 그 사무직이란 게 사실은 텔레마케팅이다. 소희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싼 임금으로 가장 힘든 일- 욕받이 부라 일컬어지는 인터넷 ‘해지방어부’ 업무는 참기 어려운 인격모독, 성희롱 등에 수시로 노출된다.
소희는 가끔 울끈불끈 성질을 내지만 친절한 사수의 지도에 따라 험한 일을 나름대로 적응하려고 노력하며 콜수와 상품판매목표실적을 채워가며 억지 춘향으로 업무를 이어간다.
그사이 소희는몇 번에 걸쳐 퇴사할 마음을 내비치지만 부모는 못 들은 척하고 담임교사는 “네가 그만 두면 네 후배들 앞길을 막는 것”이라며 계속 다닐 것을 강요한다. 소희에게친절하게 대해주던 사수가상급자의 폭력적인 성과압력에 못 이겨 내부고발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하고 업체는 직원들 입단속시키며 침묵을 강요한다. 소희는 사수의 자살에 충격을 받아 사측에 끝까지 저항하다가 일종의 침묵 합의서를 써주게 된다. 그리고 기댈 곳 없는 소회 역시 생을 마감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우리의 현실은 아프다. 그리고 감독은 "우리 아이들이 다음소희가 될 수 도 있으며 다음 소희가 안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심각한 질문을 관객에게 되돌린다.
영화의 2부에 해당하는 줄거리는 우연히 춤연습실에서 소희와 마주친 적이 있는 오유진 경감이( 배두나) 이 문제를 파헤치며 우리 사회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이야기이다. 오경감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영화에서나 가능한 허구의 인물이다. 오경감이 왜 이사건해결에 꽂혔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오경감은 “자살사건이니 덮으라” 상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상과 아이의 고통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부모, 학교평가압력에 못 이겨 실습생을 사지로 모는 학교, 교육청, 대기업들의 속성을 끝까지 후벼 판다. 오경감이사건을 조사하던 중 교사는 실적을 강요하는 학교 탓, 학교는 실적을 강요하는 교육청 탓, 교육청은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별하는 교육부 탓을 한다.
서로 남 탓을 하자 오경감은 부르짖는다. “그럼 교육부에 가서 이 죽음에 대해 책임지라고 해야 하냐?”
영화상영 후 소감을 나누던 한빛 아버지 이용관 님은 “현실에서 오유진 경감은 없다. 오유진 경감이 하는 역할을 모두 피해자 부모가 모두 해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의 아픔을 추스리기도 힘든 학부모가 그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함을 밝혀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 통탄했다.
그런데 꿩 잡는 게 매라고 법은 국회에서 만들고 이법의 집행하는 행정부를 감시하는 것도 국회이다. 국회만 제대로 현실을 알고 법만 제대로 만들어도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법은 최소한의 것을 담보할 따름이다. 이미 구멍 숭숭 뚫려 최소한의 상식마저 지키지 않는 법속에 정작 특성화고 현장실습학생들이 폭력과 불법에 노출되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다. 자식의 고통을 외면하는 부모와 돈에 눈이 어두워 학생의 고통을 외면하는 학교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불법이 일반화된 대기업과 하청업자들.감정노동의 현실을 외면하는 소비자도 이 침묵한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년 1월 수연이가 죽고, 같은 해 11월 제주시의 한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이민호 군이 목과 몸통이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눌려 사고 발생 열흘 만에 숨졌다고 한다. 2021년 10월에는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정운 군이 업체 대표의 지시로 잠수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잠수작업에 나섰다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모두 수연이와 같은 직업계고 학생이었고, 열여덟 살이었다. "라고 하니교육 운동하는 어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마침 그날 국회교육상임위에서 직업 관련법이 상임위 통과되었다 한다. 영화관람에 참여한 한 국회의원은 “ 미리 이영화를 봤더라면 더 내실 있는 법을 만들었을 텐데 ”라고 소감을 말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실습생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른바 ‘현장실습 사고 방지법’ 13건이 발의되어 있고 12건이 계류 중이고 1건만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김명신의 교육문제해결소 -"사라진 청춘의 꿈, 경북 S특성화고 학생사망사건"을 다룬 유튜브 캡처
나는 2년 전 경북 S 특성화고 학생이 학교 측에 의해 기능대회에 출전을 이유로 하루 11시간씩 4개월 훈련하다가 이를 못 이겨서 자살한 사건을 유튜브로 다른 적이 있었다. 불행으로 가는 길이 뻔한데도 예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 부끄럽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위태로운 현실을 비롯해 위험한 노동현장을바꾸기 위한 방법에 우리는 왜 무관심한가?
3월 2일, 각급학교가 새로 시작하는 오늘 나는 우리 시민들이라도 다들 이 영화를 한 번씩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본 후 지인은 '감정노동자들이 다시 보였다'라고 했다.다들 이 문제를 공통으로 고민해 보고 자기 자식에게, 자기 제자에게, 자기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는 길,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새 학기를 맞아 다시는 소희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영화 '다음소희' 함께 보기를 강추한다. 우리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길이다.
(자료 한겨레 신문 2023.2.20. 일자 “우리 딸 수연이 죽음 때도 반짝 관심…‘다음 소희’ 더는 없어야”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