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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신 Feb 15. 2023

혁신교육과 헤어지는 이별파티

-아듀 ~ 혁신!

      

초대의 글

“혁신교육지구 잘 보내고 서로 다독여주기 파티를 합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를 종료하며

아쉽고 섭섭한 마음과 허망한 마음, 생각해 보니 뿌듯하고 함께 해서 행복했던 이야기들. 이런 맘, 저런 맘.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혁신교육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눌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중략>      


2023년 서울교육청 예산안은 12조 8915 억원이다. 이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서 21.5% 2조 3029억 원 증가했다. 중앙정부 이전 수입과 부동산 관련 세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이 늘어났는데도 혁신교육 지구 사업이 《아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별 파티를 한다.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국민힘당 시의원들이  혁신교육지구 관련한 예산 148억 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영하 17도 칼바람 속에서 25개 구청 혁신교육지구 관계자들이 예산복원을 위해 애쓴 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교육혁신지구 사업 외에 2023년 서울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중 5688억 원 예산이 삭감되어 조희연교육감의 교육혁신 정책기조사업들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힘당 시의원들은 사업제목에 생태전환교육, 창의 공간 교육, 민주시민교육, 남북교육 교류협력, 세계시민교육, 석면조사등과 같이 "생태, 혁신, 민주..."  단어가 들어가면 거의 무조건 삭감했다. 자살예방교육, 자연환경에서의 농촌유학 체험프로그램, 학생인권, 노동인권, 성인권 관련 예산등도 덩달아 삭감되었다. 

혁신교육지구는 내가 서울시 교육위원이던 2012년 구로구와 금천구에서 최초로 시작했고 10년 만에   서울시 25개 구가  모두  참여하였다. 서울형 혁신교육 지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교육청, 구청, 교육지원청, 지역 사회, 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행해 나가는 사업이다.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서 교육행정기관(교육청)과 일반 행정기관 (지자체) 간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대했고, 교육이 교과서 만의 배움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를 포괄하는 통합된 학습 공간으로서 마을 교육 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사업이 구성되었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구절의 실천사업이다.      


2022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지구별 운영예산

나는 교육혁신지구 취지에 적극 공감하지만 걱정을 많이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울교육청이 부족한 예산이나 정책사업을 혁신교육지구 예산에 끼워 넣는 예가  빈번해 근본적으로 교육혁신사업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웠다.

사업 운영과정에서 광역 일반자치기관인 서울시는 한발 뒤에 있었고 지자체는 아무래도 교육분야를 잘 모르니 만큼  담당 주무관이 사업이 될 위험이 다. 서울전역에 걸쳐  300억 원 이상 예산인데 서울시, 교육청, 학교등 역할분담면에서 사각지대가 몇 군데 생겨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사업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특히 마을 교사 일부를 제외하고 마을교육에 대한 교장이나 학부모들이 서로의 신뢰가 깊지 않아 마을의 열정적인 교사들이 학교 담을 넘어 학생들을 만나는데 많은 애로가 있어 보였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서울교육감의 여러 정책사업의 최종소비처인 학교에서 그 사업들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꼼꼼히 관찰한 적이 있었는데 학교에 예산이 오는 통로가 너무 복잡해 학부모들이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학교에 예산을 주는 기관은 일곱 개 기관이다. 일곱 개 기관은 서울교육청, 지역교육지원청, 시청, 구청, 여가부, 교육부, 복지부이다.

그러나 학교구성원들은 교육예산과 사업예산이 어떤 기관에서 오는지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혁신지구사업 25개 구청마다 10~20억씩, 매 해 300억 원 이상의 적지 않은 예산인데 이런 사업이 있다는 것을 해당 관계자만 빼놓고는 별로 알지 못했다. 더구나 사업이 성공하려면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위아래 한마음 한 뜻이 되어 강한 추진력이 있어야 하는데 25개 구별로 특색세운 다고 교육혁신지구 대표사업도 부재했고, 대부분 사업이 개별 프로그램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관이 짜놓은 어려운 틀속에서 민은 열심히 출구를 찾아 나갔다.  학습, 정서, 돌봄 등 통합적 지원에 대해 지역사회역할이 강화되고 마을의 교육적 요구가 반영된 마을교육과정이 구축되었다. 콩나물에 물을 면 주르르 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콩나물은 쑥쑥 자라듯이 교육혁신지구 사업이 전문가가 보기에는  어설퍼보여도 교육의 약자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성장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아듀 혁신”이라는  비장한 제목을 달고 이별식을 하니 진심으로 안타깝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가 서울교육예산을 싹둑 삭감하자 교장님들은 당황했다. 신학기를 맞이하는 학교 사업수립에 어려움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그 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서둘러  2월 추경을 통해 되살리려는 서울교육청과 서울시의회 간에  신경전도 한창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 10일 긴급사업에 신속히 투자하겠다며 4724억 원을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서울시교육청 추경안에도 없는 걸 보니 정말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과는 이별인가 보다.  그 와중에 서울미래교육지구운영 사업예산은 살아난 것 같은데 과연 '혁신"'미래' 두 사업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번 2월 서울시 의회에서 추경통과는 가능한 것일까?

서울교육 예산은 그렇게 깎여도 오뚝이처럼 살아나는 것일까?혁신교육지구 조례는 살아있는데 사업을 일방적으로 종료할수있는가?당리당략을 떠나서 우리가 이처럼 교육에 무책임해도 되는 것일까? 코로나 이후 치솟는 물가로 혼란하고 우리는 우리의 세금이 어디로 가는지 서울시의회 의원들 못지않게 민간들도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한다.

교육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을 서비스이고 마을교육유럽 등 여러 나라처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저출산시대 아이들을 마을이 함께  키우자는 교육적 취지가 실종되면  세금 낸 우리 주민들의 교육적 관심과 역할 잊힌다.

나라는,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이별파티가 심란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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